근거리 무선통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블루투스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틈을 타 지그비(근거리 무선통신)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점으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7년, K과장의 아침은 출근 준비에 그다지 부산스럽지 않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지그비 기술이 아파트에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지그비가 적용된 집안의 온도조절센서는 목욕하기 알맞은 온수를 욕조에 받아 준다.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자동으로 온도를 맞춰 주는 상황 인지가 가능하다.

 K과장이 거울 앞에 섰더니 오늘의 바이오리듬과 함께 이에 적당한 옷들이 자동으로 맞춰진다.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조명과 일어나자마자 틀어놓은 음악 소리도 그가 방에서 거실로, 욕실로 움직일 때마다 알아서 켜지고 꺼진다. 지그비 기술은 휴대폰에도 적용돼 다른 디지털기기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따로 리모컨을 찾을 필요 없이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모든 기기의 조작이 가능하다. 휴대폰을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넣고도 무선헤드셋을 이용,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다. 외부에서 집안의 전원과 PC를 켜거나 끄고, 온·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문이 열려 있거나 외부인이 침입했을 때는 경고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전송해 준다.



 홈네트워킹 등 유비쿼터스에 응용

 차세대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그비(ZigBee)가 부각되고 있다. 지그비는 ‘지그재그(Zigzag)’와 ‘벌(Bee)’의 합성어로 벌이 꽃을 좇아 여기저기를 다니며 모든 것을 통신한다는 의미의 합성어로 근거리 무선통신을 일컫는 용어다. 또 이 기술의 표준화를 위한 모임의 태동기에 여러 제안 및 결정을 위한 혼선을 빗댄 것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무선통신의 약점이었던 네트워크 구성 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자가 구성과 복구가 가능,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성과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경제적인 무선통신 기술이다.

 또 저전력, 저비용이 특징인 2.4GHz 기반의 가정용 무선 네트워크 규격이며, 가정·사무실 등의 무선네트워킹 분야에서 10~20m 내외의 근거리통신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위한 기술이다. 지그비는 하나의 무선네트워크에 255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으며, AA건전지 2개로 몇년을 작동할 정도로 전력 소모가 적다. 이에 따라 지그비는 초소형·저전력·저가격 시장에 적합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그비는 근거리 무선통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블루투스에 비해 전송 데이터량은 적지만 하나의 건전지로 2년을 사용할 정도로 저전력 규모이며, 원가도 절반에 불과하다. 또 수백개를 네트워크화하는 데 그친 블루투스에 비해 수만개의 제품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지그비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빌딩 및 산업기기 자동화, 텔레메틱스 등 다양한 유비쿼터스 환경에 응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TV리모컨이나 게임기, 컴퓨터 키보드 등 PC 주변기기 등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그비는 음성데이터가 결합된 분야에선 활용이 어려워 사진·파일 전송 등 대용량 무선데이터 전송에서는 블루투스가 쓰여 역할이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또 블루투스는 유럽 지역에서, 지그비는 유비쿼터스의 영향으로 북아메리카·아시아 등에서 성장할 전망이다.

 리서치기관인 웨스트 테크놀러지 리서치(WTRS)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05년을 시작으로 2007년에 지그비 매출이 약 2억49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능형 홈네트워킹 및 오토메이션시장에서 80% 가까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그비는 지난해 12월 ‘2004 지그비 국제표준화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국내에서 직접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미 2년 전부터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IT업체 위주로 지그비 기술을 접목하려는 연구 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지그비협회(ZigBee Alliance)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무선 조명 제어, 대형 빌딩 관리, 자산 관리, 주택 관리 등 4개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초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 표준화가 완료된 단계가 아니어서 관련 업계에선 먼저 상용화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업체가 표준화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판단,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지난해 팬택앤큐리텔과 누리텔레콤 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지그비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주목을 받아 지그비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종합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무선네트워크 등이 지그비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팬택앤큐리텔이 내놓은 지그비휴대폰은 휴대폰 소프트웨어에 지그비 기술을 구현해 가정내의 각종 스위치를 제어하고 온도, 습도, 조도 확인뿐 아니라 침입 알림까지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도 지그비를 홈네트워크의 시범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홈네트워크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성 질환자의 혈당·심전도 등을 측정, 온라인으로 병원과 연계해 주는 ‘u―헬스케어’ 시스템에 지그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지그비 무선모듈이 탑재된 전용 단말기로 만성 질환자가 혈당·심전도 등을 측정해 중앙 서버에 전송하고, 병원에선 이를 참조해 진료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KT는 u―헬스케어 사업을 활용한 센터 운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팬택앤큐리텔은 지그비 단말기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누리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원격검침기에 지그비 기술을 접목, 가스 검침과 지능형 홈네트워크 실현을 위한 시범 사업을 이미 상용화했다. 이밖에 누리텔레콤은 지그비 기술을 이용,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용 모뎀과 실시간 위치 확인 솔루션을 제품화했다.

 특히 지그비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위치 확인 솔루션은 관공서 등의 방문증에 적용함으로써 방문자의 위치 확인이나 방문 기록을 제공해 주는 지그비 애플리케이션이다. 누리텔레콤은 지그비 단체 소속사인 미국의 엠버사와 공동으로 지그비 기술을 활용,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무선네트워크, 위즈정보기술 등도 홈네트워크, 헬스케어 등 각 분야에 지그비솔루션을 결합시킨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며 상용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그비 기술은 홈네트워크, 빌딩자동화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실생활에 넓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외 무선네트워크시장에서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유비쿼터스가 꿈꾸는 미래 사회를 앞당기는 한 축으로 지그비는  이제 출발 시작을 알렸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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