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레스토랑. 이제는 어디를 가도 쉽게 눈에 띈다. 올해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시장규모가 지난해 대비 42% 성장한 9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 한국의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을 진단해봤다.
 사원 김종석씨(45) 가족은 기념일이면 항상 패밀리레스토랑을 찾는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온가족이 깨끗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한 외식나들이가 급증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 산업이 날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패밀리레스토랑의 시장규모는 2004년 5000억 원에서 지난해 6300억 원으로 26% 증가한데 이어, 올해는 9000억 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사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빕스,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 대형 패밀리레스토랑들이다.

 2003년 T.G.I.프라이데이스를 누르고 업계 1위에 오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해 20개의 점포를 열어 모두 70호점에서 전년대비 38.4% 성장한 2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점포수를 90호점으로 확대하고, 매출목표도 27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CJ푸드빌의 독자적인 브랜드 빕스는 지난해 19개의 점포를 더한 41개 점포에서 1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710억 원)보다 무려 83.1% 성장을 했다. 올해 역시 공격적인 점포전략으로 총 70개 점포에서 92.3% 증가한 25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패밀리레스토랑 3위에 있는 T.G.I.프라이데이스는 지난해 8개 매장을 확대해, 전체 39개 매장에서 전년(960억 원)보다 14.0% 성장한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장 확대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매출목표를 170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베니건스는 6개 매장을 더 열어, 전체 26개 매장에서 99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825억 원)보다 1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6개의 매장을 더 열 계획이며, 전체 32개점에서 12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들의 실적에 비하면,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의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200억 원대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에는 현재 3개의 브랜드가 있다. 1999년 우리들 이야기가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2003년에는 한쿡, 2005년에는 찹스가 차례로 외식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나 3개 브랜드의 매장을 모두 합해도 전체 매장 수는 5곳에 불과하다.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은 아직은 도입기”라는 최승현 CJ푸드빌 상무의 말처럼 시기상조라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과거 스카이락이 창업초기(1994년) 5개 매장을 열어, 2년 새 10개 매장을 운영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최초의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을 시도한 ‘우리들의 이야기’의 경우, 출발은 좋았다. 1999년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2000년 잠실점, 2002년 신촌점을 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실점과 신촌점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공통적으로 발견된 문제점은 입지조건.  ‘목이 좋아야 장사가 잘 된다’는 진리(?)가 그대로 입증됐다.

 외진 곳에 위치한 매장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찾는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는 매출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2~3년 만에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는 강남점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창영 우리들의 이야기 총괄부장은 “입지조건도 문제였지만, 달라진 고객의 기호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3년 CJ푸드빌이 시도한 한쿡은 세계진출을 목표로 출발했다. 국내를 목표로 했던 기존의 우리들이야기완 달랐다. 또 외식업에 일가견이 있는 CJ푸드빌의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쿡은 지금까지 3개 매장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같은 회사 계열인 빕스가 매년 급성장을 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 상무는 “점포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오류”라며, “올해 안에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매출액 공개를 꺼리는 눈치다. 한쿡 관계자는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은 현재 도입기에 불과해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2005년에는 전년대비 137% 성장했다”며 최근 성장률만 공개했다.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인 제너시스가 오픈한 찹스 논현점은 1년도 채 안 돼서 올림픽 공원 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계자는 “폐점이 아니라 이전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우려했다. 폐점 혹은 이전, 두 가지 모두 긍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사전조사의 부진으로 예상보다 간접비용의 지출이 컸기 때문이다.

 매장을 오픈하는 데 무려 15억 원에서 20억 원이 소요된다는데, 채 1년이 안되어서 이전했으니,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년 말, 재 오픈했던 올림픽 공원점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안에 2개 매장을 더 오픈하고, 하반기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1년간의 성적표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찹스 1호점 출범 시, “세계인이 한국음식에 로열티를 내도록 하겠다”던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의 목표가 이루어질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 왜 어려운가.

 매일 먹는 한국인의 밥상. 따뜻한 공기밥에 정성껏 차린 반찬과 국·찌개가 떠오른다. 하지만 매일 먹는 음식이 가끔 싫증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외식을 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역(逆) 브랜드 충성도’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양식은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한식은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도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높은 가격 지불을 꺼리는 고객의 양면성도 함께 작용해,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만큼 쉽게 성장할 수 없었다.

 둘째로 자기만의 포지셔닝 전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은 확실한 자기만의 포지셔닝 전략이 있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 고객 층, 주 요리를 고객들이 바로 떠올리게 하는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에 비해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셋째로, 고객들의 성향에 맞춘 마케팅 전개가 느리다는 것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한국식 패밀리레스토랑. 다들 세계로 진출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해외에 나가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plus tip



 뉴 패밀리레스토랑 ‘삼무도’



 제이유그룹 계열사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제이엔제이비즈는 ‘무항생제 생고기 전문점’ 삼무도를 열 예정이다. 삼무도(三無道)는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항생제를 뜻하는 것으로, 먹는 사람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형식의 고급음식점이다. 일반 고기집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패밀리레스토랑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두었다. 급성장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장점만을 파악해,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비스와 더불어 재료의 차별화도 꾀했다.  무항생제 사료로 키운 친환경축산품인 ‘무항생제 고기’만을 취급하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웰빙이 이슈화 되었을 때 얻은 아이디어다.

 “항생제로 오염된 고기를 먹으면, 사람의 체내에도 항생제가 쌓여 내성이 생기게 됩니다. 정작 아파서 치료를 해야 할 때, 몸에 생긴 내성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삼무도의 정태구 대표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건강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웰빙 음식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