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설립된 국내 벤처기업인 카포인트가 해외 내비게이션시장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무려 8배가량 늘어난 500억 원. 이 중 절반인 250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괄목할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유럽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국내업체인 카포인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프랑스에서는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포인트는 2004년 63억 원이던 매출액이 2005년 포터블 내비게이션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지난해 500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매출목표는 1000억 원. 이중에서 700억 원을 해외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설립 후 3년간 연구·개발만 해오다 2003년 하반기 제품을 출시한 이후 그야 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이봉형(49) 대표는 뉴욕주립대 정보관리학 박사 출신으로 뉴욕주립대·강원대에서 10여 년간 교수생활을 했다. 이 대표는 대학교수 시절 관광안내정보 시스템, 텔레매틱스 등을 연구하면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연구를 실생활에 접목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자 주위에서 너도 나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기술개발은 그를 포함해 대학원 등에서 같이 공부했던 이승호 뉴욕대 교수, 김기택 강원대 공과대 교수, 신경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 등 대학교수들이 주축이 됐다.

 카포인트는 2002년 삼성화재, KTF와 함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애니넷’을 상용화하면서 기술을 인정받았다. 운도 따랐다. 이 기술을 본 일본 도요타계열인 미쓰이와 한국창투사 KTB가 찾아와 공동투자를 결정하면서 개발비 30억 원을 보탰다. 이를 기반으로 탈·부착이 쉬운 ‘포터블 내비게이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타깃시장은 개발 당시부터 유럽을 염두에 뒀다. 보통 1가구에 2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유럽의 도시에는 내비게이션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독일과 미국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인력을 파견해 검증기간을 거쳤다. 특히 독일사무소는 지도제작업체 옆에 사무실을 얻어 관계도 돈독히 했다.

 카포인트가 해외시장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2003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적 규모의 정보통신기술전시회 세빗에서 였다. 그 당시만 해도 내비게이션을 내놓은 회사는 카포인트와 네덜란드, 미국 회사 등 3개사뿐이었다.

 탈부착이 가능한 카포인트의 내비게이션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되지 않은 당시만 해도 탈부착이 가능한 포터블상품은 수많은 바이어들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러나 국내 지도만 넣어갔기 때문에 샘플을 보여줘도 외국 바이어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해당 국가의 지도가 필요했다. 마침 덴마크의 엑스로드라는 지도회사가 자신들의 회사명과 카포인트의 제품명이 같다는 이유로 먼저 다가왔다. 카포인트의 하드웨어에 반한 다른 지도회사도 자신들의 지도를 실어달라고 찾아왔다. 해당 국가의 지도 소프트웨어를 담아 내비게이션을 차에 장착하고 실제도로와 맞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맵테스트와 필드(현장)테스트를 거쳤다.

 제품개발은 2003년 초에 끝났지만 세계시장 곳곳을 누비며 현장테스트를 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호주나 영국 등 좌측통행 국가에서는 좌회전 신호를 알려줘야 할 때 우회전 신호가 입력되는 실수가 벌어져 대형바이어를 놓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성이 글로벌표준을 만들게 했다.

 이 같은 카포인트의 철저한 준비는 회사를 알리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었다. 2004년 독일 박람회 기간 중 미국 지도제작전문업체인 나브텍(Navteq)이 전 세계 내비게이션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필드테스트에서 카포인트 제품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것이 해외수출의 계기가 돼 유럽·미국 등지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7000만 달러 규모의 대량주문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GE에 15년간 내비게이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며, 미쓰이와 공동으로 유럽지역 판매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펼쳐

 카포인트가 세계를 놀라 게 한데는 역시 기술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있어서 핵심은 GPS(위치정보시스템) 수신속도. 수신속도의 오차만큼 정확도도 떨어진다. 타제품이 1분에서 2분 사이에 GPS 수신이 이뤄진다면, 카포인트의 제품은 40초 이내에 수신이 가능하다.

 독특한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카포인트 내비게이션 좌우에는 방향지시램프가 있다. 이동방향에 따라 좌우의 램프가 깜박거리면서 회전방향을 미리 알려준다. 카포인트만의 특허기술이다. 그리고 액정표시장치 LCD 화면밝기도 지역마다 차별화했다.

 카포인트는 1년에 두 번 지도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 해마다 달라지는 길을 일일이 찾아가 보고 테스트를 마친다. 카포인트는 이 같은 경쟁력으로 최근에는 입점하기 까다롭다는 미국의 대형전자제품 체인점인 베스트바이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구사한 독특한 브랜드전략도 글로벌컴퍼니로 성장하는데 한 몫을 했다. 이른바 ‘2개 브랜드(Two Brand)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엑스로드(XROAD)’, 해외에서는 ‘티보(TIBO)’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또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성장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도 펼치고 있다. 싼 가격으로 어설프게 시장 점유율만 높이기보다 비싸지만 정확한 ‘명품’ 단말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경쟁제품이 300유로 미만임에도 600유로로 잡았다.

 또 다른 경쟁력은 시장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것이다. 대학교수 출신인 이 대표 자신이 직접 제품개발에 참여하기도 하며, 직원의 60%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확보해 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맞는 제품을 제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의 10% 정도인 40억 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했다.

 카포인트는 해외에서의 내비게이션시장 확대 등을 기반으로 올 코스닥입성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 중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명품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말기 한 대에 전 세계 국가의 모든 지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교통 정보를 받아 운전자의 길 안내를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도우미가 되고 싶다는 것이 카포인트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