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원을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쳐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원자의 상위 10%에서 다시 상위 10%를 골라내기 위해 채택한 채용 방식은 처절하다고 합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최종합격까지 6번 정도의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시험 문제도 순식간에 머리를 써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수수께끼에 가깝습니다. “배에 타서 서류가방을 배 밖으로 던진다면 수면의 높이가 높아지겠습니까, 아니면 낮아지겠습니까?”, “남쪽으로 1마일, 동쪽으로 1마일, 북쪽으로 1마일 걸었을 때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지점은 지구상에 몇 곳이나 되겠습니까?” 이런 문제를 풀려면 창의성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면접방식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채용방식과 유명 컨설팅회사의 채용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식 면접을 채택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마차바퀴 사업의 교훈

 왜 기업들은 채용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점점 더 중시하는 것일까요?  70년대 이후 선도적 기업들은 개선을 통한 누적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대부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통계적으로 처리한 뒤, 해결책을 찾아내는 식스 시그마가 그런 사례입니다. 결국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남들이 하는 수준의 개선만을 해서는 비교우위에 설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각도의 접근법이 필요하게 됐지요.

 <시장이 성장하지 않을 때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How to grow when markets don’t)>라는 책을 쓴 아드리안 슬라이보츠키는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기업의 부흥으로 연결시킨 사례로 프랑스의 가스제조사인 ‘에어 리퀴드(Air Liquide)’를 듭니다. 이 회사는 다른 회사처럼 가스를 파는 회사였는데 가스수요는 늘지 않고 시장도 안정적이어서 큰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가스 종류도 사용하는 것이 뻔해서 신제품을 내놓을 필요도 없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는 스스로를 가스회사에서 에너지 공급업자로 새롭게 규정했습니다. 그렇게 하고나니 큰 공장의 연료 관리업무 등이 경쟁력 있는 사업영역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대규모 공장들을 설득해 연료와 에너지 활용에 관해 아웃소싱 하도록 했고 회사도 파격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전산 하드웨어를 팔던 IBM이 서비스를 파는 기업으로 변신한 것과 비슷합니다. 물류를 하는데 축이 되는 도시를 선정한 뒤 그곳을 기반으로 다시 배송을 하는 ‘허브와 스포크 시스템(Hub and Spoke)’을 개발한 페덱스(Fedex)의경우도 혁신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인 혁신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몰락한 사례도 많습니다. 마차바퀴 사업이 그런 예입니다.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차바퀴 사업은 자동차라는 새로운 운송도구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마차바퀴 업자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열심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마차바퀴에 색깔도 넣고, 야광 마차바퀴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자동차가 주력 수송수단이 되기 전이어서 판매가 잠깐 늘어났습니다.

 마차바퀴 업자는 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차바퀴의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합니다. 마차바퀴 업자는 이런 현실을 부인하고 자동차에 대해 욕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마차가 자동차로 완전히 교체된 순간 마차바퀴 업자는 사실상 파산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사례는 말의 채찍을 만드는 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말채찍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구슬이 박힌 채찍을 만든다고 비즈니스 환경이 확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개선은 혁신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새롭게 등장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25년간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도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신경과학 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인들도 브레인스토밍이니, 수평적 사고니 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법을 일상용어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 ‘트리즈’

 최근에는 러시아의 발명 40만여 건을 유형별로 분류해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체계화한 ‘트리즈’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트리즈방법도 따지고 보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 뒤, 그 본질이 과거에 어떻게 변했고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 또한 현재의 사물이나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자동차의 핵심은 사람을 나르는 공간(cabi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을 업어서 사람을 나랐고, 그 다음은 말이 사람을 나르고, 그 다음은 엔진이 나르고, 또 그 다음은 엔진이 아닌 그 무언가가 사람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엔진을 개선하거나 엔진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창의력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실천과 항상 사용하는 두뇌의 똑같은 회로를 벗어나 다른 일을 해 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창의성에 대한 설명(Explaining Creativity)>의 저자인 키이쓰 소여(Keith Sawyer) 미국 워싱턴 대학 교수는 <뉴스위크>에서 “창의적인 발견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천재나 영감이 뛰어난 사람만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다는 생각도 버리라고 합니다.

 그는 자전거 가게를 운영했던 라이트 형제가 다른 비행기 연구자 보다 학력 등에서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성공한 이유는, 실제 날개만 200회 이상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항상 동일한 일만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항상 생각하던 흐름에서 벗어나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좋은 장소를 3B라고 표현했습니다. 3B는 버스(Bus), 목욕탕(Bathtub), 침대(Bed)의 첫 글자를 딴 것입니다. 결국 깊이 생각하고 자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다보면 창의력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창의력이 돈이요, 능력인 세상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에서 낸 마이크로소프트의 면접문제에 대한 답은 첫번째는 ‘같다’이고 두번째는 ‘무한하게 많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