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용어가 매스티지(masstige)다. 매스티지는 매스(mass)와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보통 사람’들을 위한 브랜딩 전략. 럭셔리한 분위기지만 기존 명품보단 값을 낮춘 제품들이다. 크레이트&배럴, 바나나 리퍼블릭, 파네라 브레드, 코치 등과 같은 매스티지 브랜드들이 이곳 뉴욕에선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난해 가을 미국에 등장했던 사라 제시카 파커의 갭(Gap) 광고는 패션 피플들의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뉴요커 전형을 보여 줬던 그가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는 갭과 만난 것은 새로운 중산층 욕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고 결과가 성공이냐 아니냐 하는 점과 제시카 파커가 갭 스타일을 잘 소화했냐 아니냐는 두 번째 문제다. 전통적인 중산층과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 생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하며 이런 욕구는 브랜드 미래를 대변해 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변화하는 소비자 경향에 맞춰 등장한 대표적인 트렌드가 바로 매스티지(masstige)이다. 매스티지란 매스(mass)와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로,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인 마이클 실버스타인과 배스앤드보디웍스 CEO 닐 피스케가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대중을 위한 럭셔리’(Luxury for Masses)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매스티지는 매스 마켓과 럭셔리 마켓 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중산층 소비자가 품질이나 감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매스티지 현상은 2004년 한 해 동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됐다. 업체들은 중가 제품 구매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고객 소비 패턴을 업그레이드시켜 고가 시장으로 유도하는 ‘트레이딩 업’(trading-up)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거나 기존 고급 브랜드의 가격 폭을 넓히는 방법 등으로 더 넓은 고객층 확보를 위해 진화돼 왔다. 



 화장품서 출발, 패션으로 확산

 매스티지 개념이 가장 먼저 대두된 분야는 코스메틱 분야다. 1990년대 말 P&G 코스메틱마케팅 디렉터인 앤 프랭크는 프레스티지와 매스 마켓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트렌드에 대해 주목, 이때부터 프레스티지 라인을 런칭해 왔다. 그 결과 ‘볼륨-매스티지’ ‘프리미엄-매스티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군을 등장하도록 만들었다.

 성공적인 매스티지 사례로 꼽히는 브랜드로 바디샵과 배스앤바디웍스를 들 수 있다. 바디샵은 시슬리나 오리진 같은 고급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매스티지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다. 바디샵 CEO인 피터 손더스는 “우리는 매스티지 브랜드로서 자리를 굳히는 사업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말한다. 바디샵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배스앤보디라인을 새롭게 선보였고, 특히 미국에서는 키네틴과 비타민C 스킨케어 제품을 통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배스앤바디웍스는 고가 브랜드인 키엘사와 저가 브랜드인 바세린사 사이에 포지셔닝하면서 고품질과 감성적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스앤바디웍스 제품은 온스당 1.13달러로, 온스당 30센트하는 바세린 인텐시브 케어에 비해 276% 높은 가격이지만 키엘 바디크림보다는 167% 값이 싸다.

 “우리는 가죽으로 된 식탁용 의자를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저렴하면서 더 편안한 제품을 만들 뿐입니다. 이 의자에는 약간의 패딩이 더해졌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희소성 대신 감성 코드를

 미국 홈 데코레이션 브랜드 크레이트앤배럴사 광고 문구다. 스웨덴에 아이키아가 있다면 미국엔 크레이트앤배럴이 있다고 할 만큼, 이 회사는 매 시즌마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물론 아이키아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장인정신으로 꼼꼼히 마무리된 제품,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자체 개발한 독특한 디자인 제품은 새로운 감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가구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기업 목표처럼 각 제품들은 소비자 감성에 맞춰 라이프 스타일별로 매장에 진열된다.

 차갑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던 미국인들을 유혹하는 곳이 바로 파네라(Panera Bread)이다.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고급스럽지만 기존 레스토랑과 비교해 볼 때 팁 부담 없이 신선한 음식을 빠르게 먹을 수 있으며, 카페와 베이커리가 결합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소비자들을 수용한다. 햄버거에 비해 30% 정도 높은 가격대이지만, 고객들은 계절별로 신선한 샌드위치나 빵, 음료를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한 메뉴와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높은 질의 식사를 비교적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대부분 매스티지라는 카테고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가격이나 접근성에서 다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라(Sephora)는 명품 업체인 LVMH가 대중화 전략에 성공한 예다. 세포라 매장에서는 최고급 뷰티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타깃(Target)은 매스티지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한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다. 타깃은 월마트를 상대로 가격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의류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이클 그레이브, 필립 스탁과 같은 디자이너들과 독점 계약을 통해 디자인을 고급화했고 이를 통해 월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들과 경쟁해 성공을 거뒀다. 타깃의 성공적 안착에 따라 할인점 분야에서 케이마트, 콜스, 시어스는 물론 넘버원 브랜드인 월마트까지 매스티지 브랜드 개발에 뛰어들게 만든 셈이다.

 매스티지 리테일러들의 공통점으로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점과 도시를 시작으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도시 소비자들은 항상 트렌디한 분위기를 추구하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포라의 경우 주로 도시나 번화가 길가에 매장이 위치해 있고, 타깃도 뉴욕시에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스티지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기업들은 장기적 전략과 아울러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명품 핸드백을 구입하기 위해 넘어야만 했던 높은 문턱을 낮추고, 합리적인 가격과 고급스런 감성의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둔 코치(Coach)와 같은 한국형 브랜드를 기대해 본다.

뉴욕=권태일·한소원 트렌드&마케팅 전문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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