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는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왔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 연구소 사람들이나 사용하던 인터넷은 지구촌 곳곳에서 가장 보편적인 통신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특수 계층 사람들이 자동차에 부착해 사용하던 이동통신은 10대 청소년들의 필수품이 될 정도로 보편적 통신 방식으로 널리 퍼졌다.

 IT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산업계에는 어떤 변화를 일으켰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한국은 세계 정보화 물결에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인터넷 사용 인구 비율·인터넷 사용 시간·휴대전화 보급률 등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한국은 세계 최상의 수준에 올라서 있다.

 한국 산업계는 한국 사회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또 앞으로 산업계의 큰 변화도 IT 인프라와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화 10년,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

 대학과 정부기관에서만 사용하던 인터넷이 일반인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 아이네트 등 민간 기업들이 일반인들이 전화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Internet Service Provider)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국가로 발돋움했다. 인터넷 상용화 초기에는 56Kbps급 전화 모뎀이 주력을 이뤘으나, 불과 10년 만에 각 가정에 평균 1~2Mbps급 초고속 인터넷이 깔렸다. 예를 들어 xDSL과 케이블 모뎀 등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73%를 웃돌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10~30대는 90%가량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40대 이상 인터넷 사용자 비율도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전체 국민 대다수가 전기나 수도를 이용하듯이 인터넷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IT 인프라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이동통신 분야의 발전도 눈부시다. 한국 이동통신의 효시는 한국이동통신공사(KMT)다. 그러나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KMT가 민영화된 이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 분야 역시 민영화 10년 만에 세계 최고 이동통신 국가로 발돋움했다. 특히 CDMA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면서 CDMA 종주국으로 자리를 잡고, 세계 CDMA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현황을 보면 전체 3400여만명이 이동통신에 가입돼 있다. 이 시장을 SK텔레콤, KTF, LG텔레콤 3강이 분할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CDMA EV-DO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고속 이동 데이터 통신망이 국내에 잘 구축돼 있고, 서비스 측면에서 준(June), 핌(Fimm)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이 같은 국내의 활발한 이동통신시장은 휴대폰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켜 줌으로써 휴대폰 수출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모바일 게임, 벨소리, 컬러링 등 국내에서 성숙된 다양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기도 하다.



 산업 구조 재편

 한국 산업계는 정보화 10년 만에 ‘무겁고 딱딱한’ 산업(중화학공업)에서 ‘지능적이며 빠른’ 산업(IT) 중심으로 재편을 했다. 물론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한국 산업을 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게임, 포털 등 새로운 산업군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이들 IT 산업은 경쟁자들을 따돌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온라인 게임 등 일부는 종주국 지위까지 확보하고 있다. 수출에서도 IT산업은 전체 수출액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확고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등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 휴대폰은 한국 역사 이래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명성을 전 지구촌에 퍼뜨린 일등공신이다. 새로운 수출 종목으로 떠오른 게임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2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e-Business 바람

 한국이 빠른 속도로 정보화를 해나가는 동안 산업계는 다양한 IT 솔루션과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정보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업들이 인터넷 등 새로운 정보화 수단을 수용해 기업 간 거래(B2B) 소비자 대상 거래(B2C) 소비자 간 거래(C2C)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모델을 개척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 뱅킹이나 인터넷 주식 거래 등 인터넷 금융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인터넷 뱅킹의 경우 전체 거래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또 인터넷 쇼핑몰도 초창기에 사용자들의 완강한 구매 습관과 시스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고전했다. 그러나 젊은 소비자들이 구매 습관을 적극적으로 변경하기 시작하면서 보편적인 쇼핑 형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벤처 창업 바람

 한국 사회의 정보화 10년사에서 벤처 문화의 탄생을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 중반 소규모 창업 형태로 시작된 벤처 문화는 90년대 말 절정에 이르렀다. 코스닥이라는 첨단 업종 자금 시장이 벤처 문화를 뒷받침함으로써 수천억원대의 벤처 스타를 탄생시키며 한국 사회를 벤처 열기 속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일부 벤처 기업들의 부도덕성 및 정치권과 연계성이 드러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특히 ‘역시 대기업이다’라는 말과 함께 반 벤처 풍조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종합적인 측면에서 보면 IT라는 첨단 기술에 기반한 벤처 기업 문화는 우리 사회에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 구조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로 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한국 산업계의 큰 성과라고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도전, 정보화 성숙 단계

 IT산업은 단순한 새로운 산업을 넘어서 전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IT산업은 앞으로도 20~30년 이상 산업계의 변화를 끌어갈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나 변화 주도력을 더 이상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05년 한국 IT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 등 정부는 ‘u-Korea’를 새로운 정보화 전략의 중심에 두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IT 인프라를 인터넷과 이동통신 중심으로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RFID(전자태그) 등 지능 인프라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u-Korea 전략의 핵심은 정보사회의 성숙화라고 볼 수 있다. 수단으로서 IT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RFID 시스템을 활용해 환경 폐기물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교량 붕괴와 같은 재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교통망에 접목시키면 만성적인 교통 정체를 지능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관광 정보를 차량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

우병현 조선일보 산업부 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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