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업계에 중국 하이얼의 공습 경보령이 발령됐다. 2005년 11월 말 방한한 하이얼의 위즈다 부총재가 “2010년까지 국내 가전에서 ‘빅3’가 되겠다”라고 선언한 게 신호탄. 2006년 한해에만 50여종의 신제품을 쏟아부어 이들을 한국 안방 공략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1년에 2~3개 제품씩 선보이며, 중국 특유의 ‘만만디 전략’을 폈던 하이얼이 ‘총 공격’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셈이다. 국내 상륙 3년째를 맞는 하이얼의 태풍은 어느 정도의 위력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할인점 가전 바이어가 들려준 판매상황, 네티즌 1000여명이 참여한 하이얼 설문조사, 하이얼의 최대 무기인 가격 경쟁력 조사를 통해 하이얼의 실력을 입체 분석했다.

 난 1월 14일 토요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3층 가전매장. 주부 김미숙씨(54)와 지방근무 발령이 난 아들 이정식씨(28)가 소형 냉장고 구입을 놓고 의견충돌이 빚어졌다.

 김씨가 “값을 더 줘도 한국산이 낫지 않겠느냐”라고 하자,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씨가 “중국에선 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얼을 사겠다”라고 나선 것. 결국 아들 뜻대로 삼성전자 제품(14만8000원)보다 2만원(약 15%)이 싼 12만8000원짜리 하이얼 제품을 구입했다. 과일과 음료수 정도만 담을 수 있는 냉장고에 품질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이영준 롯데마트 가전팀장은 “하이얼 제품은 소형 냉장고나 소형 세탁기 등 일부 품목에서 가격과 제원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라면서,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정용 수요보다는 레스토랑이나 고시방 등 업소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라고 전한다.



 가정보다 업소에 많이 나가

 IT제품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통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중국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하이얼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부분 한국 고객들은 아직까지 주부 김미숙씨처럼 ‘하이얼=싸구려=저품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이정식씨처럼 하이얼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는 부류는 특정 계층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인터넷포털 ‘엠파스’와 공동으로 1월12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조사한 ‘하이얼 인지도와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확연해진다.

 ‘가전 브랜드 하이얼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1085명의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601명(55%)이 ‘모른다’라고 답했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45%(484명)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하이얼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981명의 응답자 중 4%인 38명만이 ‘그렇다’라고 대답, 절대 다수가 하이얼 제품 사용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 반응도 아직까진 부정적인 댓글이 다소 많다. 아이디 ‘lang5822’의 네티즌은 “하이얼이 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품 구매는 아직…”이라고 말했고, 아이디 ‘ki2068’은 “음식에도 장난질치는데 다른 상품을 믿을 수 있을까요?”라고 미심쩍어했다. 반면 “국내기업의 안일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하늘동화), “중국산이라는 데 선입견이 없지는 않지만 (국내에) OEM방식으로 만든 중국산도 많다는 걸 보면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gaulia) 등 긍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게 눈에 띄었다. 실제 구매에 나서지 않았지만, ‘하이얼’에 대한 호기심이 어느 정도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할인점 판매량은 국산 10분의 1 이하

 ‘하이얼 어떤 제품을 써 봤나’라는 질문에선 총 응답자 884명 중 94%인 841명이 ‘구매 경험이 없다’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TV(14명=2%)와 에어컨(11명=1%), 라디오겸용카세트(7명=1%), 세탁기(5명=1%) 순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하이얼이 한국시장에서 밀어온 소형 가전보다는 2005년 출시한 TV와 에어컨에 고객들의 손이 많이 간 것도 특징이다. 한편 ‘(재)구매 의사가 있는가’라는 항목에선 ‘있다’가 13%(89명)로, 현재 구매경험(4%)보다 훨씬 높게 나온 점은 하이얼이 향후 국내 공략에 자신감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실제 판매 실적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하이얼코리아 측은 “매출액 집계가 안 됐다”라는 이유로 판매량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까르푸 등 하이얼 제품이 입점한 국내 할인점 3사를 통해 본 매출액은 아직까진 ‘기대 이하’로 확인됐다.

 이종국 홈플러스 가전바이어는 “하이얼 소형 냉장고의 경우 점별로 월평균 매출액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라면서, “동급 삼성전자 모델에 비하면 매출액이 10분의 1 이하”라고 들려준다. 양정우 까르푸 가전팀장도 “하이얼이 한 달에 20대가 팔리면 삼성과 대우 제품은 100대는 더 나간다”라면서, “하이얼 제품은 소형 가전 위주라 아직까진 ‘액세서리’ 성격이 강하다”라고 평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얼코리아 2005년 한해 매출액이 100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아직까지 하이얼 태풍이 ‘미풍’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삼성, LG전자 등 국산 브랜드들이 하이얼을 경계하는 까닭은 뭘까. 단순히 현재 매출액으로 하이얼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하이얼 위력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단 파격적 가격이 가장 큰 무기다. 미국 기업들이 벌벌 떠는 ‘더 차이나 프라이스’(The China Price)의 위력이 한국에도 상륙하고 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국내 최대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닷컴’에 의뢰한 결과, 하이얼은 국내 판매상품 대비 최고 72% 싼 것으로 나타났다.

 1월13일 현재 하이얼코리아의 65병들이 ‘와인셀러’(와인냉장고)는 인터넷에서 최저가 79만2490원에 팔리고 있다. LG전자의 60병들이 제품(155만원)에 비해 49%나 싸다. 특히 덴마크 빈텍에 비해선 69%, 브란트 ‘와인셀러’(283만5000원)에 비해선 72%나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와인셀러는 점유율 국내 1위

 지난해 4월 출시된 에어컨의 경우, 하이얼은 현재 국내 제품 대비 평균 30% 이상 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얼의 10평형 벽걸이 에어컨은 최저가 36만9000원으로 위니아만도(54만원), 대우클라세(54만원), LG휘센(60만9000원)에 비해 32~39% 저렴한 셈이다.

 노트북도 하이얼은 동급 국산에 비해 최소 20만~30만원씩 싸다. 하이얼 노트북 ‘하이북-W56’은 CPU 1.83기가헤르츠로 국산(1.73기가헤르츠)보다 높았지만, 가격은 125만3000원으로 TG삼보(144만8000원), 삼성센스(150만원), LG X노트(159만2000원)에 비해 16%~27%가량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얼은 최근 가격 경쟁이 치열한 HD 일체형 LCD TV(32인치)에서만 국내 벤처기업인 디보스보다 5% 비싼 것으로 나타났을 뿐 전 제품에서 국산 대비 평균 20~30% 이상 싸게 팔리고 있다. 

 파격적 가격엔 하이얼의 OEM 전략이 숨어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하이얼 MP3플레이어는 국내 업체인 엠피오의 자회사 디지털웨이가 공급하는 제품들이다. 특히 최근엔 LCD TV와 노트북까지 국내 업체인 트라이뷰와 지디컴이 공급하는 중이다. 말하자면 하이얼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한국제품으로 한국산을 잡겠다는 전략)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2005년 7월 보여준 에어컨 판매량은 저가 위력의 단적인 사례다. 우리홈쇼핑에서 하이얼 에어컨이 1시간 동안 무려 1122개가 팔려나간 것. 1시간 매출액이 3억8098만원에 이르렀다. 당시 판매를 기획한 양진선 우리홈쇼핑 디지털가전팀 과장은 “한 달 전 국산 에어컨 판매량이 시간당 300~400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저가의 룸에어컨인 점을 감안해도 예상 밖의 ‘대박’이었다”라고 평가한다. 와인셀러 분야에선 국내 점유율 25%로 이미 시장 1위다.

 하이얼의 가격 공세에 삼성, LG의 가격이 덩달아 떨어지는 현상도 목격된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12월1일 동시에 가격을 내렸다. 삼성전자 46인치 제품은 68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12% 인하됐고, 40인치 제품도 550만원에서 440만원으로 20% 떨어졌다. LG전자도 42인치 제품을 520만원에서 460만원으로 떨어뜨렸다. 표면적으론 LCD TV 대중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소니의 가격인하 선공에다 하이얼의 저가 공세에 밀린 후퇴였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는 간판기업이라는 후광효과도 하이얼의 강점.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중국의 영빈관 격인 다오위타이(조어대)에서 열린 그룹 포럼에 리자오싱 외교부장(장관)이 참석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장루이민 하이얼그룹 회장은 베이징대학 중국브랜드연구소가 선정한 ‘2005년 중국 최고 CEO’로 꼽힌 인물.



 대우일렉 인수 후보 중 하나

 최근 매물로 나온 대우일렉의 인수 유력 후보자로 하이얼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11월15일자 <중국제일경제일보>는 “하이얼이 대우일렉 매각주간사인 ABN암로와 PwC와 접촉했다”라고 대우일렉 인수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만일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하이얼은 일약 국내 가전업계 넘버 3로 도약하게 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얼이 노리는 건 대우의 제조라인이 아닌 유통망”이라며, “대우일렉 자회사인 대우전자서비스는 전국에 300여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하이얼이 취약 포인트인 A/S망을 일거에 얻게 돼 한국 공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얼이 한국 업체에 잠재적 위협 요소라는 사실은 해외시장에서도 목격된다. 2005년 연말 쿠바정부가 노후 가전제품을 교체하기 위해 발주한 100만대 규모의 냉장고 입찰경쟁 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45만대와 42만대의 납품량을 수주, 메이드인코리아가 전체 물량의 87%를 싹쓸이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나머지 13% 물량은 하이얼이 챙겼던 것. 당장 ‘위협’은 아니어도 신경이 거슬리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셈이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하이얼 품질이 괜찮다’라는 인식을 가장 두려워한다. 만약 ‘저가 = 저품질’ 공식이 깨지면 당장 하이얼의 시장 점유율이 치솟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하이얼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고, 하이얼 제품군이 국내에선 소형 냉장고 등 가전의 틈새분야라 현재까진 시장에 주는 임팩트(충격)는 미미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여기엔 하이얼이 ‘싸구려=저품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써 보니 괜찮다’는 반응이 확산되면 당장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하이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중국인민일보>는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1.8개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하루 2.8건의 지식재산권을 출원하는 기술혁신 기업”으로 하이얼을 추켜세운다. 실제 하이얼은 세탁기 관련 2건의 기술이 국제전기공업위원회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상태다. 중국 내에선 최고 브랜드로 통한다. 지난해 12월8일자 <중화공상시보>는 “하이얼은 브랜드가치가 702억위안(약 9조원)으로 중국 내 브랜드가치 1위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렌샹의 브랜드가치 470억위안(2위)보다 훨씬 높다. 실제 하이얼은 자국 가전시장의 21%, 백색가전시장의 30%를 점유한 중국 최고 기업으로 통한다. 별명이 중국판 삼성전자다.

 특히 2003년 말 현재 미국시장에선 와인셀러 점유율 50%로 1위이고, 200리터 이하 냉장고 점유율이 30%에 달한다. 유럽 에어컨 점유율 10%, 중동 세탁기 점유율 10%를 보이고 있다. 세계 22개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1만5000여종 제품을 160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그룹 전체 매출액은 2004년 말 기준 13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고 있다.

 물론 ‘높은 시장 점유율=높은 기술력’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저가만으로 세계시장에서 통할 순 없다는 점으로 보아 하이얼이 수준 이하 제품은 아니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2010년 한국 빅3’ 야심

 외부 시선과 무관하게 하이얼코리아는 ‘국내가전 빅3 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2005년 11월 말 방한한 하이얼의 위즈다 부총재가 “2007년까지 A/S센터를 200여개 구축하고, 50여개의 신모델을 선보여 2010년까지 한국 3대 가전이 되겠다”라고 선포한 게 신호탄이다.

 1월 초 시무식에서 이극로 하이얼코리아 대표도 “2006년을 종합가전업체로의 초석을 다지는 한해로 삼겠다”라고 선언한 상태. 그는 2003년 2월 하이얼이 국내 사무소로 진출했던 당시부터 하이얼코리아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기 멤버다.

 특히 2006년 연말까지 50여종의 신제품을 집중 출시한다는 목표다. 1년 2~3개 제품씩 선보이던 과거의 ‘만만디 전략’에서 ‘공격적 한국 진출’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 대표가 1월 14일 중국 칭다오 본사로 출장을 간 것도 제품 출시와 관련해 본사와 협의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금까지 선보였던 소형가전 등 틈새가 아닌 정통 백색가전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노트북, 테스크탑, LCD모니터, LCD TV, 가정용 에어컨,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가전 전제품군을 망라하고 있다.

 하이얼의 ‘공격적 변신’은 하이얼코리아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확인된다.  한국지역 특판점과 에어컨 전문점 모집광고가 뜬다. 현재 12개인 특판점 수를 연말까지 600여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재 22명인 직원 수도 10명 이상 충원할 계획이다.



 ‘싸구려’ 인식 극복이 최대 과제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싸구려라는 인식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실제 2005년 9월 출시된 LCD TV는 당초 판매를 검토했던 현대홈쇼핑이 취소를 결정한 사례도 있다. 워낙 고가로 품질이 중요시되는 제품인데 싸구려 이미지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망 확충도 숙제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테크노마트와 같은 국내 가전전문 유통매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할인점인 이마트에도 2004년 이후 입점이 안 된 상태다.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맡고 있는 홍춘섭 부사장은 2005년 6월 중소기업박람회에서 “국내 제품이 품질도 좋고 A/S가 확실해, 중국 제품 판매는 A/S부문이 해결되면 그 이후에 판매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콜센터와 A/S망 확충은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7월 말엔 불볕더위로 에어컨 주문량이 쇄도했을 때 설치기사가 모자라 약속한 주문일정을 맞추지 못한 경험도 있다. 불만에 찬 고객들이 콜센터로 전화했지만, 이마저 불통되어 죄송하다는 사과문까지 내야 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최대 과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최근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신제품이 나왔지만, 하이얼 제품이 있는지도 모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다나와닷컴 마케팅차장은 “현재 온라인시장에서 하이얼은 가격 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인지도와 디자인, A/S 면에서 보완점이 많아 실제 판매 측면에선 아직까지는 도전자 입장”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지적한다.

 결국 하이얼의 한국 공략의 성패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소비자 평판에 달려 있다. 현재처럼 ‘싸구려에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과거 한국 공략에 나섰다 보따리를 쌌던 월풀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 없다. 반면 ‘쓸 만하다’는 평가가 확산될 땐 미국에서 보여줬던 ‘더 차이나 프라이스’의 위용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소비자 선택의 키워드는 ‘품질’과 ‘서비스’(A/S)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본격적인 제품 출시와 집중적인 유통망 확보에 나선 하이얼이 국내시장 잠식 속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2006년은 국내 가전시장의 절대강자인 삼성과 LG전자, 대우일렉 등 ‘빅3’의 철옹성에 파열음을 내고자 하는 하이얼의 총 공세가 맞붙어 어느 한쪽은 ‘피’를 보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순 없다. 이와 관련해 할인점 업계 한 바이어는 “고래 싸움에 결국 국내 LCD TV 등 중·소가전업체의 등이 터질 것으로 본다”라고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