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환율 움직임이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 해 말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00원 선에서 공방을 벌였지만 새해 들어서 1000원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2월 들어서는 장중 한 때 957원까지 떨어졌는데 환율이 이렇게 96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7년 11월 이후 약 8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이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들도 환율 전망치를 재빠르게 낮춰 잡는 등 환율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연구소 외환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반등은 기대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연평균 1020원으로 전망했던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연평균 970원으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3/4분기까지 하락 기조를 이어 간 뒤 4/4분기에 다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4분기 말이나 3/4분기에는 915~925원까지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금리인상 중단,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우려 등으로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평균 환율 전망치를 96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소는 일본과 유럽의 금융정책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본이 경기 회복세를 타면서 기존의 금융완화정책을 금융긴축정책 기조로 바꿀 가능성이 있고 유럽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작년 1010원을 제시했던 현대경제연구원도 전망치를 평균 980원으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 금리인상 중단으로 인한 달러화 약세, 미국의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중국 등의 외환보유 다변화 가능성 등을 원/달러 환율 하락의 이유로 내세웠다.

 종합해보면 무엇보다 미국의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국제 금융시장에 팽배해 있다. 미국 달러화는 작년 한해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강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지난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도 강세를 보이게 된다. 그런데 최근 미국 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중단할 것임을 시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서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변동은 기업들과 관련이 깊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들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하락, 수출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이 경우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같이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기업의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기업은 투자할 여력이 줄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역외펀드 환 헤지는 개인이 챙겨야

 환율변동은 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도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걱정이 가장 클 것이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주식, 채권 등의 자산변동에 따른 위험뿐만 아니라 환율변동에 대한 영향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외펀드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외국 자산운용사가 조세회피지역 등에 펀드를 설정해 국내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서 판매하는 해외펀드(역외펀드)가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해외펀드는 1만5500여 개에 달하는 데 국내에서는 약 300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둘째 유형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돈을 모아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다.  미래에셋 등을 비롯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해외펀 드를 내놓고 있다. 둘째 유형의 경우 자체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국 자산운용사 해외펀드(역외펀드)의 경우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4년에도 원화가 갑자기 급등(환율 하락)하면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환율이 급락할 경우 펀드에서 비록 수익을 올렸다 하더라도 환차손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간 해외펀드에 운용한 결과, 수익금이 10달러라고 했을 때 1달러당 환율이 1000원이라면 1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졌다면 반대로 1000원을 덜 받게 된다. 환율이 하락추세에 있을 때는 환위험을 헤지(hedge,고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수익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스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 및 금리예측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환율만큼 전망하기 어려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1년 후 일정한 조건으로 달러와 원화를 바꾸기로 하는 원-달러 스왑(교환)계약을 맺는다. 스왑계약은 환율변화 리스크를 없애기는 하지만 시장관행상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투자를 초래하게 된다. 스왑계약 기간을 펀드 투자기간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따라서 스왑계약의 조건 등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주식펀드의 경우 상당히 높은 기대수익률을 가지고 해외펀드를 선택하기 때문에 환율변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스왑계약을 맺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채권펀드는 국내보다 수익률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스왑계약을 통해 환율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해외투자 채권펀드 역시 환율위험이 아니라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펀드수익률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plus tip



 해외펀드 환위험 헤지, 어떻게 하나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락으로 해외펀드의 원화기준 수익률이 낮아지자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가입할 때 미리 환위험 헤지 계약을 하지 않은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환차손으로 투자 손실을 입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가입한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 등에 방문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해외펀드는 투자자들이 원화로 펀드에 가입하면 이를 달러나 유로 등 다른 국가 통화로 바꿔 해외자산에 투자한 후 펀드 환매시 그동안 얻은 수익과 원금을 다시 원화로 환전해 돌려받는다.

 펀드의 운용 수익률 외에도 가입 후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리 계약기간 만료일에 일정한 원/달러 환율로 외국통화를 팔겠다는 선물환 계약을 맺어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은행 등의 펀드 판매사들은 펀드 가입 시  1~2년 계약기간으로 선물환 계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 따라서 해외펀드 가입 당시 의무적으로 선물환 계약을 맺도록 하는 곳도 있다. 또 일부는 투자금액이 일정액 이상일 경우에만 선물환 계약을 하고 그 이하인 경우는 선물환 계약을 맺지 않는 곳도 있다. 선물환 계약은 펀드에 가입했던 판매사 지점에서 간단히 계약서를 제출하면 된다.

 선물환 계약 비용과 관련해서는 국가 간의 금리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은 국가의 경우 선물환 계약 시 국가 간 금리 차이만큼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수준도 국내 금리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