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봐 온 경우가 부동산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전국의 부동산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연재한다.

 람들은 ‘부동산 감정평가사’라면 부동산을 매일 접하는 사람들이라 부동산투자도 잘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평가사 중에서 부동산 부자인 사람도 더러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그렇게 실력이 뛰어난 부동산투자가는 드문 게 사실이다.

 왜냐면 평가사는 주로 부동산을 대출·담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안전성을 먼저 염두에 두게 된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투자에서 요구되는 적극적인 관점이 모자라는 것이 그 원인이다.

 그러나 환경적인 면에서는 감정평가사가 부동산투자를 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 좋은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자질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업계 선배들 중에 자신의 전공인 부동산 분야에 대한 투자로 부자가 된 감정평가사가 한 분 있다. 이 분은 평가사 경력도 오래 되었고, 나이도 필자보다 많은 50대 중반의 평가사로서 지금은 감정평가법인에 소속되지 않고 분당에서 감정평가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한편, 서예가, 산악등반가로서 집필과 강연 등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분은 소위 말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촌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대학도 고학으로 어렵게 졸업하고, 빈농 가정의 아들로 가장 유망하다고 하던 농협에 입사하는 ‘영광’을 누렸다. 금융권의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 수도 있었던 이 분이 부동산에 눈을 뜬 건 농협에서 대출 부문을 담당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대출을 담당하다보니 대부분의 담보 물건인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 분은 감정평가사업계에 진출했다.



 상가에서 큰 재미 봐

 필자는 주변에서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 중 이 분만큼 부동산투자를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을 아직 알지 못한다. 거의 무일푼으로 감정평가사를 시작해서 지금 이 분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가치는 100억 원에서 조금 빠지는 수준이다. 그 액수도 2004년에 들은 것이라 지금은 100억 원을 넘었을 것이다. 사석에서 이 분의 부동산 투자요령을 귀동냥 한 적이 있는데, 투자 요령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아파트투자 부분. IMF가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급매물의 아파트들이 생각지도 못한 가격에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던 그때 그는 지금이 주택, 그것도 아파트를 살 절호의 시기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지도를 펴놓고 서울시 전역의 아파트를 권역별로 비교분석하면서 저평가된 아파트단지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가 분석한 자료만도 방 하나를 가득 채웠을 정도였고, 강남을 비롯해 강북의 웬만한 아파트 단지는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아파트를 답사하기 전에는 현장조사서를 따로 만들어 방문할 때 챙겨볼 사안들을 미리 점검하고 방문 후에는 방문결과보고서를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렇게 고른 아파트단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한편, 아파트단지 인근에 있는 중개사사무소를 자주 방문하여 중개업자와 친분을 쌓았다. 그는 이렇게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매물이 나오면 자기에게 전화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매물이 있다고 전화가 오면 현장을 방문해서 물건을 분석하고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공동투자를 권유하여 모자라는 자금을 보충해서 투자를 했다. 그가 투자했던 아파트 단지가 잠실주공 1~4단지 재건축아파트들이었고 그는 여기서만 수억 원이 넘는 돈을 벌게 되었다.

 토지투자는 주로 경기 용인시 인근의 길가에 붙은 전답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쪽에 땅을 사둔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 있게 용인시의 미래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당시 그는 향후 용인시가 상당히 발전하게 될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30~40 만 원 선이면 길가의 농경지를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었는데 지금은 평당 200만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다. 토지투자 요령 역시 아파트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도를 펴놓고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지역 중개업자들과 친분을 쌓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상가에서 가장 큰 재미를 보았다고 했다.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택지개발지구 내에 미분양된 상가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미분양상가를 건축주와 협의하여 낮은 가격에 일괄 매입한 뒤 이를 재분양하는 방법이다.

 상가는 항상 분양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특히 경기가 불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건축주가 상가를 짓다가 분양이 잘 되지 않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 중인 상가나 준공 후에도 미분양으로 공사대금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한 상가들은 전체를 분양가 이하에 특정인과 협의해서 넘기는 경우가 있다. 그는 아파트와 토지투자를 통해 번 돈을 규모가 큰 상가투자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상가투자에서 이전의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그는 나이 50이 되었을 때 분당에 상가건물 하나를 매입하는 것으로 모든 투자활동을 접었다고 했다. 건강상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거니와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발견한 때문이었다.

 요즘 그는 열정을 쏟아 붇던 돈 버는 일은 이제 웬만큼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족과 서예 그리고 등산에 정열을 쏟고 있다. 이유를 물으니 ‘세상에는 돈 벌기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거나 가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