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바이 스텝이 최고야”



 지난 11월 초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은 신임 총지배인으로 독일인 번하드 브렌더(59)를 임명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특급 호텔에서 44년간 근무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1991년 서울 쉐라톤워커힐의 부총지배인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 1999년 웨스틴 조선 총지배인 등을 거치며 14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계속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한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저는 호기심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에 매혹되었습니다. 역동적이고 많은 기회가 있는 나라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던 해인 1945년 태어났다. 6명의 형제와 한 명의 누나를 포함해 8남매 중 하나로 패망 직후 극도의 가난과 피폐를 온 몸으로 체험한 그는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교 졸업 후 호텔 조리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버려지는 감자 껍질로도 요리를 해 먹을 정도로 궁핍했던 시절이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음식을 귀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기르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새벽 5시부터 영하 20도의 육류 냉동실에서 재고 조사를 하는 것이 첫 임무였습니다. 주방에서도 가장 밑바닥의 일이었죠. 24세가 되어서야 꿈꾸던 직업 조리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가장 밑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을 떠나 영국과 스위스의 호텔 주방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인도네시아, 홍콩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에 위치한 세계적 호텔 체인을 돌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는 사이 짬을 내 하와이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해 이론을 겸비할 정도로 그는 성실하게 일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을 꼽으라면 왕성한 호기심을 들 수 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제가 처음 주방에서 일할 때나 지금이나 같아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호텔업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지금도 그는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 이상을 바쁘게 일한다. 다양한 외부 사람들을 만나고, 호텔의 크고 작은 일을 챙겨야 하는 그는 여느 한국인 경영인들처럼 직원들과 김치와 함께 막걸리는 물론 폭탄주를 마시는 등 직원들과 친근한 경영자이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10여 개 나라에서 근무해 봤지만 한국 젊은이들처럼 학력 수준도 높고, 잘 훈련된 직원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근무한 14년이라는 기간은 제 호텔 인생 44년 중 가장 행복하고 훌륭한 시간이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것을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지만 ‘이미 준비된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저는 한국인 직원들과 일하며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 경제 위기론에 대한 번하드의 생각은 어떨까.

 “호텔을 경영하거나, 기업을 경영하거나, 나라를 운영하는 일에 위기는 언제나 옵니다. 언제고 위기가 올 수 있고, 온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생 가능한 상황을 언제나 예비해 두고 ‘파란불-노란불-빨간불’ 등의 예비 경고 단계를 준비해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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