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이래 이마트와 카드사의 ‘수수료율’ 분쟁이

넉 달째 계속되고 있다.

수수료율을 둘러싼 판매업체와 카드사 간의 분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분쟁이 전면전,

장기화라는 양상을 띠면서 새삼 이마트의 위상이 주목받고 있다.

사업 진출 11년 만에 7조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는

이마트의 현재를 짚어 본다.



# 장면 1

“주말이 되면 으레 가는 곳이 됐어요.”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사는 배만재(37세) 씨.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 저녁 시간 중 한 번은 으레 자동차를 몰고 초등학교 1학년 딸 유리와 함께 근처 대형 할인 매장을 찾는다. 맞벌이 부부라 필요할 때마다 생필품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일주일치를 주말에 사두기 위해 찾기 시작한 할인점 나들이가 이젠 ‘정해진 주말 코스’가 됐다.

 “쇼핑용 카트를 끌고 아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조금은 지겹지만 쇼핑이 끝난 뒤 푸드 코트에서 식성대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아내나 아이에게 점수를 따게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쇼핑하다 보면 친구나 직장 동료도 자주 만나요. 요즘 젊은 부부들에겐 이렇게 사는 게 트렌드입니다.”

 배씨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 대형 할인점에 들러 구매하는 물품은 일주일 평균 6만원선. 1~2주 건너뛰면 금세 10만원이 넘고, 외식비용을 합하면 대형 할인점에서 소비하는 금액만 한 달에 30만원 안팎. 생필품 소비에 사용하는 금액의 50% 이상을 할인점에서 쓴다.



월마트마저 KO시켜

 대형 할인점 등장 후 11년. 한국의 소비 패턴은 대형 할인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최근 대형 할인점들의 공격적 출점이 가속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대형 할인점(3000제곱미터 이상)은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두 주자인 이마트의 위세는 가히 압도적이다.

 매출 7조1000억원, 상반기 영업이익 3778억원, 시장 점유율 34%, 영업 중인 전국 점포 72개(2004년 11월 말 현재). (주)신세계 이마트 부문의 2004년 말 현재 성적표다. 1993년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점인 창동 이마트점을 오픈한 이래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재 업계 2위인 홈플러스와는 매출액 기준으로 두 배의 격차를 벌여 놓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 까르푸 등과의 전쟁에서도 현재까지는 승리를 거두고 있다. 두 세계적인 대형 할인점들은 업계에서 4, 5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어떤 이는 이마트와 월마트·까르푸의 대결을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의 성적표는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기에 부족한 감이 없다.

 이마트의 성공 요인으로는 크게 ‘최초의 토종 할인점’이라는 브랜드 가치,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통해 압도적인 구매력 확보, 세계적인 브랜드인 월마트, 까르푸 등의 벤치마킹을 통한 한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영업 방식을 꼽는다. 학계에서도 이마트의 영업 방식이 ‘시장 개방 가속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한 성공 사례’로 연구되고 있을 정도다.



# 장면 2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죠.”

 모 카드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39)는 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4개월째 대치 중인 이마트와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전쟁에 대해 격세지감의 감정을 토로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사에 대항한 유통업체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마트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현재의 카드 수수료율 분쟁을 가만히 보면 이마트 측은 앉아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니까요.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싸울 것이다’는 주장이 적어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소비자에겐 이마트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하니까요. 지금 아쉬운 건 카드사 쪽이지 이마트 쪽이 아닌 겁니다. 아마 카드사의 요구를 낮춘 다음 마지못해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타협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최종 수수료율이 얼마로 정해지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수수료율 분쟁’만으로도 이미 이마트는 충분한 전리품을 챙겼다는 것이 박씨의 최종 ‘관전평’.



난타전, 유효타는 신세계 많아

 “솔직히 (수수료율) 다툼이 쉽게 끝나지 않아 걱정이다. 그렇지만 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어차피 카드 수수료로 나갈 돈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신세계그룹 홍보실 관계자)

BC카드로 대표되는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분쟁에 대한 신세계 측의 공식 입장이다. 업계의 관계자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외형상 카드사와의 수수료 분쟁에 임하는 신세계 측의 입장은 ‘절박함’과 거리가 멀다. “소비자의 불편을 생각해 하루라도 빨리 카드사에서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한다면 타협은 가능하다”고도 말하지만 두 언급을 종합해 보자면 ‘아쉬운 쪽은 카드사가 아니냐?’는 답을 얻게 된다.

 카드 수수료율 분쟁을 통해 신세계는 이미 두 개의 커다란 과실을 획득했다. ‘할인점 업계를 대표해서 카드사에 맞섰다’는 업계 대표성의 획득과,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이미지이다. 후순위 할인점들이 카드사의 요구를 수용해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과 달리 이마트는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는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듯 상황이 카드사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 경제에 가장 큰 그늘이 되고 있는 소비 위축의 주범이 카드사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신용 불량자 양산에서 비롯했다는 측면에서 분쟁이 계속될수록 카드사에 쏟아지는 눈총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이마트의 ‘수수료율 인상은 물품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소비자에게 손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에 소비자가 손을 들어주는 형편인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 사정을 보면 상황은 선악으로 구분하기가 간단치 않다.

 “카드사들도 신용 불량 대란을 통해 이미 상당한 출혈을 감수했다. 수수료율 조정을 ‘막무가내 인상’으로 보는 건 억울하다. 특히 BC카드는 카드업계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영업을 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 수수료율 분쟁에 가장 앞에 있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할인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율 인상 요구는 카드업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무리하다고 할 수 없다. 이미 현재의 카드 수수료율은 그 자체로 카드사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달라는 것이다. 신세계 측은 근거 자료로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자신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겠는가? 그렇다면 신세계는 원가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는가? 우리가 보기엔 신세계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의 인상률은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결코 높지 않다.”(BC카드 홍보팀 관계자)

 이마트와 BC카드 양측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쌍방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고발까지 해 놓은 상태. 그러나 팽팽한 대립에도 양측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물밑 협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측 모두 다툼을 지켜보고 있는 고객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수수료율 분쟁의 최종 승자는 이마트일 것이라는 예측은 별반 수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급속 팽창 따른 부작용도

 고창룡 3S유통연구소장은 “전체 도소매 시장에서 대형 할인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일 것”이라는 추정을 근거로 “이마트를 유통산업 전체의 대표성을 가진 기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단일 기업으로 국내에서 그만한 매출과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는 말로 이마트 영향력의 실체를 인정했다.

 2004년 11월 기준으로 이마트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월 평균 1500만 명(이마트 자체 발표 수치). 이마트가 카드사와의 장기간 ‘맞장’을 불사할 수 있는 데에는 이마트를 찾는 소비자 숫자의 힘이 배경이다. 그렇다 보니 1호점 오픈 11년 만에 압도적 시장 지배자로 올라선 이마트를 맞설 상대를 현재로선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4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유통 시스템의 근대화를 10년 만에 이룬 신세계의 성장과 성공은 ‘신화’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그러나 매년 2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이마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형 할인점이라는 개념으로 한국 소매업 분야에 과학적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마트의 이익 구조는 할인 소매점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는 게 오쿠보 다카시 다이아몬드컨설팅 회장의 지적이다.

 오쿠보 회장은 이마트가 배워야 할 반면교사로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그룹인 다이에가 2004년 초 법정 관리에 들어간 이유를 들었다. 다이에의 실패 원인으로 그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출점 전략의 오류. 물류 시스템을 감안하지 않은 채 대도시 중심으로 출점을 하다 보니 유통의 핵심 비용 부분인 물류비용을 간과했다는 것. 두 번째는 지나친 사업 다각화. 유통, 호텔, 레저, 야구단 등 확장 일변도 경영을 하다 보니 경영 자원이 분산되었고 위기 상황이 오자 효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오너의 지나친 카리스마. ‘내 말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다 보니 인재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 넷째, 토지 신화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일단 부지를 확보한 다음, 그곳에 건물을 짓고 점포를 열었는데 경기가 좋을 땐 상관없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결국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침체가 200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지금보다 중산층의 구매력이 저하될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규모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구매력 지위를 바탕으로 제조업체와 가격 협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면 이마트 수익의 핵심인 이 같은 우월적 구매력도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생필품의 최저가 공급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고창룡 3S유통연구소장)

 이마트의 공격적 점포 출점은 지난 11월 중순 경북 안동점을 개장으로 72호점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사업 초반기에 소매 할인점의 성패는 부지 확보에 달려 있다는 판단 아래 이미 100여 곳의 부지를 확보해 놓았던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라는 말한다. 대도시 위주의 출점을 넘어 지방의 중소도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재래시장,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 상권의 반발이다. 이마트 측의 주장대로 100여 곳의 부지를 확보한 상황이라면 대도시 및 지방 중소도시를 넘어 ‘군’ 단위로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사정이 간단치 않다. 최근 인구 5만 명이 갓 넘는 태백시에서 일어난 ‘이마트 진출 반대 운동’에는 지역 자영업자, 재래시장 상인협회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태백시에 상인과 시민단체가 연합한 폐광지역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 10월7일. 태백시에 이마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돈 것은 2004년 초부터였다.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입점한다더라 하는 소문은 지난 5월부터 돌기 시작했다. 태백시 인구는 5만 명이 겨우 넘는 곳이다(통계청 2003년 기준 5만4043명). 게다가 강릉, 동해, 속초와 같은 상업도시가 아닌, 폐광지역 특별법에 의해 국가 보조를 받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마트가 들어온다는 건 단순히 상인의 문제를 넘어 태백시 존립의 근거를 흔든다는 데에 상인들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공감했다.”(최종인 폐광지역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반대로 이마트 입점 부지로 지목된 지역의 주민들은 ‘이마트 유치위원회’를 결성, 지역 여론이 둘로 나누어졌다. 비대위 측은 태백시의 인허가 과정과 건축 예정 부지의 공용도로 수의 계약 의혹을 들고 나왔다. 이마트는 ‘현재 태백시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한발 물러난 상황. 그러나 비대위 측은 이마트의 진출 시도에 대해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상황이다. “2006년에 강원랜드에 골프장과 스키장이 들어선다. 이마트로서는 그 매력적인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입점 예정 부지에는 들어서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오쿠보 회장은 “도미네이션 전략은 할인점이 포기해서는 안 될 사항”이라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측면에서 지역민과의 마찰을 줄이고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출 신장과 영업 이익의 증가가 기업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할 목표지만 지역민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는 확장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할인점’ 되려면

 이마트는 향후 5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120개의 점포를 확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수 합병을 통한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더 점포를 확장하려 해도 마땅한 점포 입지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내부 관계자가 토로할 정도로 이마트의 1위 굳히기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해외 지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이마트 상하이 2호점(루이홍점)을 오픈함으로써 중국 진출 7년 만에 출점을 재개했다. 이마트 측은 향후 7년 동안 중국 전역에 50개의 매장을 더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윤리 경영을 표방한 이후 관계사와의 거래도 투명하게 유지하는 등, 내부 위협 요소가 없다”고 덧붙인다.

 인색하게 평가한다고 해도 현재 이마트가 한국 유통업의 최강자임에는 틀림없다. ‘해외에선 기업이 곧 국가’라는 말에 기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에서의 성장을 접하는 일 또한 기분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 시도를 통해 잠재적 적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할인점의 본령인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장 싸게 판다’에 충실한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Plus INTERVIEW



  오쿠보 다카시 다이아몬드컨설팅 회장

“이마트, 할인점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다이아몬드컨설팅의 오쿠보 다카시 회장은 신세계, 롯데, 삼성 등에 유통 선진화 기법의 전수해 주고, 조언을 해 준 대표적인 인물. 그로부터 한국 소매 유통업의 간판인 이마트에 대한 진단과 미래를 들어 보았다.



한국의 소매점업은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할인점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할인점의 등장으로 유통의 체계화가 이뤄지고, 소비자에게 보다 싸게 상품을 제공하고 편리한 구매를 가능케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급속한 할인점의 팽창이 소형 점포 및 재래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등의 부작용이 거론되기도 한다. 평가를 한다면.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유통의 근대화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사실과, 고객에게 다양한 쇼핑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서민형 점포나 재래시장의 위축이 발생하는 건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부분(소형 점포·재리시장 위축)은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과 점포 주인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중소업주, 재래시장 활성화 얘기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웃음). 일본의 경우 ‘상점계’라는 다양한 점포주들의 연합체를 통해 다양한 교육과 자구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형 할인점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작은 규모의 점포가 굉장히 많다. 한국의 재래시장, 자영업자들도 이런 형태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비전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조직화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소매 유통업은 대형 할인점이 대세를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한국 유통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대형 할인점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역시 점포를 많이 가진 사업자가 유리하다. 우위에 있는 매입력으로 소비자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의 대형 할인점은 공통적으로 ‘생활 민주주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다. 생활 민주주의란 부자든 가난한 이든 적어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차이가 없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일상 용품을 대다수 사람들이 얻게 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할인점도 시작은 그런 뜻에서 출발했지만 할인점 본연의 취지가 변질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의 할인점은 미국이나 일본의 스타일보다 상위층을 위한 ‘준 백화점’에 가깝다고 본다. 현재는 할인점 시장이 성장기라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조만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지금 같은 고비용 구조는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 시점에서 이마트를 비롯한 한국형 할인점들은 대형 할인점들의 원칙 ‘로우 코스트’(low cost)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토종 이마트가 중국에도 진출하는 등 ‘세계로 진출한 한국형 할인점’이라는 ‘국가적 브랜드’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될 것인지. 

 이마트는 기본적으로 유통 소매업이다. 유통 소매업의 특징 중 하나가 ‘도메스틱(domestic) 사업’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얼마나 맞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사업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신세계그룹이 백화점 사업 등을 통해 한국인의 구매 특성을 잘 분석해 사업을 일궜다고 본다. 일본에도 유사한 예가 많은데 벤치마킹을 잘했다. 그러나 월마트나 까르푸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승리했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들 다국적 기업은 그 조직이나 규모가 굉장히 크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진출한 이들이 토종 할인점에 밀린 건 한국의 생활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의 것이 이마트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고비용 구조와 이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마트는 최저 가격 지향형이 아니다. 도심 중심부의 비싼 용지에 점포를 열고, 상대적으로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완전 경쟁이 이뤄지면 이런 고비용 구조는 경영 압박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 기업인 다이에 그룹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원인을 한국 할인점들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할인점 시장 규모가 어디까지 커질 것이냐 하는 점이 큰 관심이다.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성장기를 지나 완숙기로 접어든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어느 시점에 와 있다고 보는지. 

아직 한국의 소매 할인점 시장은 경쟁 상태라기보다는 경합 상태라고 본다. 향후 2~3년 동안은 시장이 더 커질 것 같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2~3년 뒤엔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경쟁에서 패배한 쪽은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속속 발생할 것이다.



한국의 토종 할인점인 이마트가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 소매 체인점과의 경쟁에서 일단 승리를 거둬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될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 변수는 무엇인가. 

 한국의 소매 유통업 시장에서 월마트나 까르푸, 테스코 같은 다국적 기업이 이마트에 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승부가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그들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문화와 구매 특성을 배우는 수업료를 냈다. 2~3년 후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시작할 때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M&A 등에 능숙하다. 경쟁에서 밀려난 대형 소매점을 인수하는 방식 등으로 본격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가 안심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이들은 한국의 경기 하강 국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 후 한국 유통산업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이 50년 넘게 걸린 유통 시스템의 변화를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마트와 같은 한국형 소매 할인점이 유통 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뤄낸 것은 크게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은 백화점 시대 → 교외 체인스토어 시대 → 할인 전문점 시대를 거쳐 쇼핑센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쇼핑센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기능이 결합된 형태를 뜻한다.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단순히 현재의 매출 신장에만 만족하고 점포 수를 늘리는 데 골몰하지 말고 소매 할인업의 기본 원칙을 다시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의 변화에 대한 준비도 면밀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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