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 로봇 모양의 탈것이 나온다. 몸체와 다리는 로봇인데, 머리 부분이 사람이 앉는 조종석이다. 여기에 사람이 들어가 로봇을 걷게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로봇은 SF 영화 ‘에일리언2’에도 등장했다. 주인공 시고니 위버가 로봇 안에 들어가 거대한 집게 팔로 외계 생명체를 한방에 날리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로봇이 한 몸이 된 형태를 ‘입는 로봇’(wearable robot) 또는 ‘로봇 외골격’(robot exoskeleton)이라고 부른다.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소개한 미래 운송 수단도 이와 같은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2월3일 일본 도쿄에서 ‘아이-푸트’(i-foot)와 ‘아이-유닛’(i-unit)이라는 첨단 운송 수단을 선보였다. 높이가 2.1m인 아이-푸트는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는 형태의 두발 로봇으로 시속 1.35km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 만화 코난에 나오는 로봇 그대로인 셈이다. 계란 모양의 조종석에 타고 내릴 때는 로봇 다리가 새가 앉을 때처럼 굽혀지며, 조이스틱으로 조종할 수 있다.

 아이-유닛은 일종의 로봇 자동차로 나뭇잎 모양의 좌석 모양을 갖고 있다. 식물에서 유래한 환경 친화적 소재로 만들어진 이 자동차는 저속으로 달릴 때는 마치 곧추서서 휠체어에 앉은 모양이어서 사람들 사이로도 다닐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차체가 뒤로 눕혀지면서 일반 차량처럼 네 바퀴로 달리게 된다.



 미래 운송 수단

 아이-푸트와 아이-유닛은 모두 1인용으로 주로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도요타는 밝혔다. 둘 다 동력은 태양열 발전에서 얻는다. 도요타자동차는 아이-푸트와 아이-유닛을 2005년 3월 일본 아이치에서 개최되는 엑스포에 출품할 예정이다.

 사실 입는 로봇, 또는 로봇 외골격은 군사 목적으로 먼저 개발돼 왔다.

만화에서 먼저 선을 보인 입는 로봇이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1965년의 일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유압 모터와 전기로 작동되는 로봇 팔을 만들었다. ‘골리아스’란 이름의 이 로봇 팔은 시고니 위버가 영화에서 움직인 것과 흡사한 형태로 사람의 힘으로 냉장고를 번쩍 들 수 있었다.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첨단연구기획청(DARPA)의 지원을 받은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도 1999년 로봇 팔을 개발했는데, 2200kg의 폭탄을 들어 올릴 때 사람이 느끼는 무게는 단 4kg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 로봇 팔을 항공기에 무기를 장착할 때 사용할 예정이다.

 로봇 팔 다음은 로봇 다리였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04년 3월 사람 다리의 외골격 기능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버클리 다리 골격’이라는 로봇 다리를 발표했다. 이 역시 DARPA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것이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다리에 장착하는 보행 보조기와 같은 형태의 로봇 다리를 장착한 사람은 다리 무게 50kg에 배낭에 담긴 32kg의 제어장치까지 모두 82kg을 몸에 실은 상태지만, 실제로 느끼는 중량은 2kg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장 획기적인 입는 로봇은 2001년 역시 DARPA의 지원을 받아 밀레니엄제트사가 개발한 외골격 비행체 솔로트렉(Solotrek)이다. 사람이 선 상태로 들어가 양손으로 조종하는 솔로트렉은 최고 8000m까지 상승이 가능하며, 시속 130km로 2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솔로트렉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1년의 가장 쿨한(coolest) 발명품’에 뽑혔다.



 터미네이터 병사 탄생 계획

 미 국방성은 로봇 다리, 로봇 팔과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처럼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전투모 등을 결합시켜 명실상부한 터미네이터 병사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비행기까지 입게 되면 하늘을 나는 터미네이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군사 목적으로 비밀리에 개발돼 온 입는 로봇이 일본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평화 목적으로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개발된 로봇 다리 ‘인체 결합 보조 다리(Hybrid Assistive Leg, HAL) 3’와 일본 카나가와 공대에서 개발한 ‘근력 보조 슈트’(wearable power assisting suit)다.



 장애인·노약자 보조기구

 쓰쿠바대 요시유키 산카이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된 HAL-3는 미국의 로봇 다리처럼 다리에 장착하는 형태로, 7kg의 HAL을 장착한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보병의 평균 행군 속도인 시속 4km로 걸을 수 있다고 한다. <타임>의 ‘2003년의 가장 쿨한(coolest) 발명품’에 선정된 근력 보조 슈트는 로봇 모양의 팔과 허리, 다리로 구성돼 있는 간호사용 입는 로봇이다. 실험 결과 20kg 무게의 근력 보조 슈트를 입은 45kg의 여성이 68kg의 남성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용 입는 로봇의 연구가 활발하다. 200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마이크로시스템 연구센터 김경환 박사팀은 팔에 부착하는 로봇 팔을 개발했다. 옷소매처럼 팔에 끼우는 형태인 로봇 팔은 사용자의 팔 힘을 두 배 정도 세게 만들어줘 힘이 약해진 장애인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게 3.2㎏이며, 제어장치는 등에 진다.

 손발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을 위해 휠체어와 로봇이 결합된 형태도 개발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변증남 교수는 2003년 바퀴 달린 로봇 팔과 전동 휠체어로 구성된 재활 로봇 카레스(KARES)Ⅱ를 선보였다. 손발이 불편한 사용자는 휠체어에 앉아 눈동자나 고개 움직임에 따라 조정되는 아이마우스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여 로봇 팔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어깨나 고개의 움직임, 또는 근육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로도 커서나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로봇 팔은 장애인의 식사 보조나 얼굴 닦기, 심지어 면도까지 척척 해내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도요타가 선보인 아이-푸트와 아이-유닛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많다. 과연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 또 생각만큼 수요가 많을지를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 파괴 목적으로만 개발되던 입는 로봇이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것으로 탈바꿈해 오다가 드디어 기업에서 시제품을 내놓을 정도가 됐다는 사실만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악당 로봇보다는 정의로운 아톰이 이겼지 않은가.

이영완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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