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을 통해 레드오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냉·난방기 전문업체인 템피아는 에어컨을 거꾸로 뒤집는 역발상을 통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난방기시장까지 개척하려는 김용민(48) 템피아 사장. 10일간의 미국출장을 다녀온 후 다음날 새벽 2시에 출근해 산처럼 쌓인 서류 결재에 5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신기한 기술 얘기에 금방 화색이 돌았다.
 "에어컨을 거꾸로 가동시켜 실내 난방을 하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공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공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공기과학기술’로 올 겨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냉·난방기 전문업체 템피아의 김용민 사장은 석유나 가스 대신 공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획기적인 냉·난방기술을 개발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기과학이란 기름,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전기열선으로 온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공기 자체를 이용해 열펌프로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대기 중에 숨어 있는 잠재열을 압축해 한곳에 모으고 열교환 방식으로 온도를 바꿔 다시 내보내 난방과 냉방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다.

 “에어컨을 거꾸로 가동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에어컨은 여름철 저온인 실내로부터 고온인 실외로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죠. 이 원리를 거꾸로 이용해 겨울철에 저온인 실외로부터 열을 흡수해 고온인 실내로 열을 방출하는 것입니다.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실내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난방기술은 영하 이하로 내려간 공기가 열펌프로 유입되면서 펌프 입구가 얼어 버리는 문제점이 생긴다. 그동안 공조업계에서도 영하에서 실외기가 얼어붙어 작동이 되지 않는 단점 때문에 기술개발을 포기했다.

하지만 템피아는 2중 유도관을 추가로 설계해 작동 시스템을 6단계로 늘려 더욱 높은 온도의 공기가 열펌프로 들어가 입구가 얼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영하 25도에서도 난방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결국 난방시 70% 이상, 냉방시 1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특허를 국내에서 50건 이상 출원 중이고, 30건이 특허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템피아의 기술 개발 아이디어는 엉뚱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연신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는 에어컨 실외기를 보고 거꾸로 뒤집어 생각한 것. 지난 90년 공기를 에너지로 쓰는 히트펌프시스템(Heat Pump System) 연구개발에 착수해 8년여 만에 6단계 시스템을 완료했다.

 저비용 고효율 냉난방을 실현한 6단계 히트펌프시스템은 2002년 산업자원부 장관상, 2003년 대한민국 기술대전 대상, 2005년 대통령 산업포상 등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매출액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템피아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1kw를 사용해 3~6kw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70% 이상, 즉 3분의 1까지 에너지를 절감하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버튼 하나로 손쉽게 난방기와 냉방기 기능이 전환되게 한 것도 특징이다.

 김 사장은 “템피아의 핵심기술은 기름과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헤어드라이기처럼 전기열선으로 온도를 높이지 않고 공기를 이용해 열펌프로 온도를 조절하는 공기과학”이라며, “요즘 같은 고유가시대에 적합한 에너지 절약형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자연 상태의 공기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원하는 온도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실내공기 오염의 개선에도 큰 몫을 하는 등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템피아 제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해외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디 왕자가 운영하는 인터내셔널트래이딩사는 수년 동안 템피아의 히트펌프 냉·난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템피아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18개월 내 사우디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또 국내에도 공동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템피아는 중국에도 100만달러 규모의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3만8000평 규모의 OEM공장 위탁경영도 맡았다. 100% 자동화 라인을 갖춘 이 공장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해외로드쇼를 통해 미국시장 진출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지난 10월 말 부품소재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가진 로드쇼에서 미국의 유력금융기관들의 투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2년 템피아에 합류

 지난 6월 기획영업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발탁된 김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지난 2000년까지는 서울보증보험에서 10년간 근무한 금융인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에는 문외한일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기업의 매출채권 회수과정을 담당하면서 기업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게 그에 대한 평가다.

 “심사와 보상, 채권회수 등의 과정을 통해 기업을 판단하고 평가했습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업을 보는 눈이 커진 것 같습니다.”

 템피아와 연을 맺은 것은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왕화식 템피아 회장을 만나면서부터다. 그는 2002년 영업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템피아에 합류했다.

 그가 입사 후 맨 처음 한 일은 판매조직을 구성하는 일이었다. 대기업과는 달리 방문판매로 영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템피아로서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기 때문이다. 판매조직을 확장을 통해 현재 전국적으로 220개의 판매망을 구성한 것도 김 사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의 경영방침은 한마디로 ‘브랜드 경영’이다. “브랜드 경영을 ‘지극정성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게 아닙니다. 정화수 떠놓고 진심으로 기원하듯이 고객을 대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내가 곧 브랜드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라고 합니다.”

 김 사장은 “중동과 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에도 냉·난방기를 수출할 것”이라며, “정도경영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