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법칙은 말한다. “일이 꼬이려면 항상 꼬이게 마련이다”(If something can go wrong, it will)라고. 첫 번째 장면, 만약 회사의 재무담당 직원이 횡령을 하고 그 액수가 엄청나 TV방송국까지 당신의 회사에 전화를 걸고,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한다. 두 번째 장면, 회사에 다니던 전임 직원이 당신 회사의 이름을 빌려 사기를 치고, 갑자기 피해자들이 회사로 몰려와 보상을 요구한다. 세 번째 장면, 당신 회사 제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한 소비자가 당신의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고발을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여기저기에 당신 회사 제품 사진과 함께 불만을 올려놓는다. 이쯤 되면 당신 회사가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일은 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머피의 법칙이 당신 회사에 닥친다면, 극복해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업인과 소방수

 어느 CEO가 소방수들에게 강의를 한다. 그가 소방수들에게 “화재 진압 훈련을 왜 합니까? 불이 나면 그때 가서 화재 진압하면 됩니다. 굳이 평소 불이 나기 전에 훈련하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 CEO가 제대로 조직을 이끌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내 경험에 따르면 앞서 같이 말하는 CEO는 없지만, 그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이 봐 왔다. 여기에서 화재는 기업의 위기로 비유할 수 있다. 어느 건물에나 화재가 날 수 있듯이, 어느 조직에도 위기는 발생할 수 있다. 매일 신문의 경제면을 보라.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의 위기는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제대로 대응·관리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고, 미리 훈련을 하는 기업은 매우 적다. 조직의 리더십 팀은 회사를 경영목표에 맞춰 혁신과 발전으로 이끌어야 하는 임무와 함께 조직이 부정적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앞서 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위기상황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매년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첫째는 어느 조직도 위기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점, 둘째는 평소에 아무런 훈련이나 준비가 없는 소방수가 실제 화재를 진압할 수 없듯이, 어느 조직도 위기가 발생한 다음 그걸 관리하려고 들면 이미 상황은 늦는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몇몇 CEO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조직을 잘 정비하고 경영하는 데 신경 쓰는 것이 낫다.” 그런 CEO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CEO의 역할을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으로 비유해 보자. 자신이 모든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 제대로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사고(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다른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면서 내 차로 돌진한다면?

 기업의 위기는 반드시 그 조직이 무슨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느 조직에 실수나 잘못이 없다고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은 때로 회사의 잘못과 관련 없이 사기 사건에 휘말리거나 소비자의 오해와 인터넷의 막강한 힘에 눌려 억울한 위기를 당하기도 한다.

 나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많은 기업 임원들과 실제 사건에서 함께 일하거나, 사전 소방훈련처럼 위기에 대처하고 준비하기 위한 사전 코칭을 한다.  이런 경험으로 보았을 때, CEO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위기관리에는 두 가지 수준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사 공장에서 화재가 났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CEO들은 화재가 나면 소방서에 연락하여 불을 끄는 것을 위기관리의 전부인 양 생각한다. 그러나 화재를 실제로 진압하는 수준의 위기관리(operational level)가 있다면, 이런 화재 사건이라는 부정적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언론, 직원, 주주, 고객 등과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응하는 위기관리(communication level)가 있다. 조직에 사고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제 사고관리뿐 아니라 이에 대한 조직의 입장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은 종종 언론의 관련사항 취재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무작정 인터뷰를 거부한다든지 혹은 거짓말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관리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언론 대처 방법은 조직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오히려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외부에 이해를 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살펴보면, CEO를 비롯한 조직 내부의 사람들은 사건만 관리하거나, 제3자를 비난하거나, 이를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거의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이런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위기관리의 중요성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 공군에서 일하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가 급감속 실험에서 발생한 실수를 두고 “어떤 일을 하는 데 두세 가지 방법이 있고,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쓴다”라고 이야기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005년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4월호는 머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기업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머피의 법칙을 철칙으로 여겨 왔다. 우리말에 ‘줄초상’이라는 게 있듯이, 한번 일이 꼬이면 일은 계속 꼬일 수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머피의 법칙이 경영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에드워드 머피가 말한 이후, 역시 미 공군에서 일하던 존 폴 스텝 박사는 그가 일하는 프로젝트에서 높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가 머피의 법칙을 철칙으로 삼고,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가는 기업들은 이런 점을 깨닫고, 경영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 정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놓고, 조직이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갖추어져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잭 웰치는 그의 최근 책 <위닝>(winning)에서 위기관리라는 장을 통해 이야기하기를, “위기는 늘 일어난다.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실수, 논쟁, 분노가 있기 마련이다. 사건, 사고, 절도, 사기도 일어난다. 냉혹한 현실은 이렇듯 원치도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는 “문제가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가정하고, 외부에서는 당신과 당신의 조직이 겪는 위기를 최악의 각도에서 볼 것이라고 가정하라”고 했다. 그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경영의 지혜를 책을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CEO들이 항상 경영에서 생각하고 염두에 둬야 할 ‘머피의 법칙’이다.

 만약 경영에서 머피의 법칙을 이해한다면, 과연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머피의 법칙을 제대로 활용하는 걸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소방수다. 이들은 평소에도 다양한 화재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철저히 하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바로 12개월 주기로 자신의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이에 대한 훈련을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해야 한다. 위기상황이 닥쳤을 경우, 이것이 몰고 올 기업 명성에 대한 피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이런 훈련은 필수이자 하나의 보험과 같다.

 “만약 그렇게 매년 1회씩 준비했는데,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이라며 회의를 품는 CEO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암보험에 들었다가 말년에 가서 “제길, 내가 평생 암보험으로 부은 돈이 얼마인데,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서 아무런 암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했잖아”라고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