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김치의‘대장금’을 찾아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 ‘김치’. 이제 가정 식탁을 넘어 국가대표 ‘음식상품’으로 세계로 향하고 있다. 

 김장철, 다양한 김치행사 현장과 ‘김치산업의 오늘’을 짚어 본다.



 난 11월10일 강원도 횡성 종가집김치 공장에 버스 두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종가집김치가 주최한 ‘2004 최고의 어머니 손맛을 찾습니다’ 행사에 최종 선발된 14인의 참가자와 그 가족들이 본선 경연을 벌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것. 

 경연 대회장에는 으레 ‘김장’ 하면 떠오르는 넓은 마당도, 커다란 장독도, 재래식 대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서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현대식 조리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김치가 부엌을 넘어 산업화되어 가고 있는 요즘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지난 10월 종가집김치는 인터넷 포탈 사이트 다음에서 20~40대 주부를 대상으로 ‘김치 소비’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83명이 설문에 응답, 그 가운데 10명 중 2명이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다’(23.9%)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대 주부는 2명 중 1명이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다’(45.6%)고 응답했다.

 지속적으로 김치를 담가 먹는 비율은 더욱 떨어져 20~40대 전체 주부 10명 중 3명만이, 특히 20대 주부는 10명 중 불과 1명이 ‘직접 담가 먹는다’(11.3%)고 응답했다. 한편 전체 주부 10명 중 4명은 ‘시댁이나 친정에서 얻어먹는다’(43.2%), 3명은 ‘사 먹는다’(29.5%)고 대답했다. 이 비율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아져 20, 30세대 주부 반이 얻어먹거나(54.0%), 사 먹는다(28.0%)고 응답해 맞벌이, 육아 등으로 바쁜 젊은 주부들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주부 10명 중 9명이 ‘김치를 사 먹어 본 적이 있다’(91.9%)고 응답했다.

 이번 ‘2004 최고의 어머니 손맛을 찾습니다’ 행사는 설문 조사 결과 김치를 담가 먹는 비율이 급속히 감소함에 따라 세대를 이어갈 그 집만의 김치 맛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또 우수한 김치 비법을 전수하고 김치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이에 부응하듯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레시피를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품 김치 시장 매년 가파른 성장세

 최근 몇 년간 국내 김치 소비시장을 살펴보면 식생활 문화가 서구화·핵가족화함에 따라 1인당 김치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상품 김치 시장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해 상품 김치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의 도시 편중 현상과 여성 경제 활동의 증가에 따른 가정 소득 증대, 가사 노동 감소 및 여가 시간 중요성 증대 등에 기인한 것이다.

 상품 김치 시장의 부분별 현황을 보면 단체 급식 및 군납으로 대변되는 업소용 김치 시장은 2003년 전년 대비 17% 성장한 2800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고, 가정용 김치 시장은 전년 대비 10.2% 성장한 2458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가정용 김치 시장으로 유입되는 포장 김치의 경우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홈쇼핑 등 김치 유통 채널의 다변화로 전체 포장 김치 시장의 성장세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경연대회가 열리는 실연장에는 미리 준비된 절인 배추와 무, 대파, 쪽파, 고추 등의 김치 원재료 및 부재료들과 마늘, 고춧가루, 설탕, 젓갈 등의 양념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필요한 재료를 취사 선택해 자신만의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르는 재료도 제각각 달랐고 비장의 무기로 따로 가져온 재료들도 특이했다. 간장 게장 국물을 준비해 온 참가자, 바지락 국물을 준비해 온 참가자, 잣과 은행 등 건강식품을 준비해 온 참가자 등 전국 8도에 꼭꼭 숨어 있던 김치 맛의 비밀이 하나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참가 신청 2600여 건 중 최종 14인에 뽑혔기 때문인지 참가자들 및 그 가족들이 자신의 김치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제각각의 주문들도 특이했다.

 전남 목포에서 올라온 김옥자(54) 씨는 문타리젓이라는 특이한 젓갈로 맛을 내며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총각무가 너무 많이 절여져 내 김치의 맛이 안 나올 것 같애”라고 연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외 “내 김치는 미나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미나리는 없어요?”라고 주문하는 참가자, “고춧가루 색깔이 영 마음에 안 들어” 하며 양념을 못 미더워하는 참가자, 자신만의 젓갈을 두고 왔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김치를 담그면서 ‘김장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참가한 김혜연(41) 씨는 “우리 어머니가 김장은 원래 추운 날에 담그는 거라고 했는데…, 그래야 김치가 맛있다고…. 배추도, 무도 추울 때 나는 게 제 맛인데 오늘은 김장  담그기에 적합한 날씨가 아닌 것 같아”라며 어머니의 김치가 제 맛이 안 날까 걱정을 했다. 

 우리나라의 김치는 2002년 이후 한일 월드컵 특수와 업체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매년 매출이 신장세에 있으며, 특히 요식업체의 김치 관련 메뉴 개발(생식 중심에서 점차 요리 재료로 이용 확대 추세,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등)에 따른 영업용 수요 증가, 홍콩·대만 등 신규 시장의 성장으로 김치 수출 시장의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치 수출 시장이 너무 일본에만 편중되어 있어 일본의 경제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김치 수출 시장이 좌지우지된다는 것, 일본 내에서의 지속적인 김치 생산과 중국의 값싼 김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팔도에 숨은 김치 맛 속속 선보여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과 동시에 김치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의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의 모습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만든 김치의 완제품의 맛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단순 심사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하우와 재료, 제작 공정 하나 하나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서 심사위원이라기보다 식품 연구가로서의 진지한 면모를 훔쳐볼 수 있었다.

재료를 받자마자 무 속을 파던 참가자의 김치, 고추의 배부터 가르던 참가자의 김치, 늙은 호박부터 갈기 시작하던 참가자의 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 속을 파고 그 속에 배추김치를 넣던 참가자의 김치는 ‘동굴 김치’로 탄생되었고, 고추 속부터 가르던 참가자의 김치는 생전 처음 보는 ‘고추 소박이’로 탄생했다. 김치에 호박을 갈아 넣던 참가자의 김치는 산모와 아가용 ‘백김치’로 탄생했다.

 충청도 서산 출신의 김동열(65) 씨는 김치가 완성되자마자 물을 넣고 찌개를 만들었는데 이 김치는 그냥 먹으면 안 되고 끓여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김치라며 자기네 동네에서는 모두 이렇게 먹는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냥 보면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김치 요리 하나만큼은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노하우를 귀하게 여기고 전수하려는 김치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김치 종주국 한국의 거대한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얼마 전 2004 파리 식품 박람회에서는 프랑스 요리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의 교수진이 개발한 김치 퓨전 요리가 선보였다. 이는 우리 김치가 세계적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 확실히 다져야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홍보 사이트의 전 세계 회원 4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한 달 반 동안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에 대해 ‘김치’를 꼽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김치는 세계 각국의 절임류와 차별화된 자연 젖산 발효 식품으로서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이 들어가 독특한 맛을 지녔다. 최근에는 항암성, 다이어트 효과, 노화 방지 효과 등 김치의 효능이 알려져 한국인의 반찬으로만 여겨지던 김치가 하나의 웰빙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또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 표기를 일본의 ‘기무치’(Kimuchi)가 아닌 한국의 ‘김치’(Kimchi)로 통일하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알리고 김치에 대한 인지도 제고는 물론 김치에 대한 표준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치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국내 역시 ‘주 5일 근무제’가 확대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레저 문화와 외식 문화가 급속히 발전할 것이다. 이는 레저용(여행용) 소포장 김치 시장과 외식업체의 업소용 벌크 시장 성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04 어머니의 손맛을 찾습니다’의 최종 본선 참가자 14명의 김치 담그기 실연이 끝났다. 대회를 끝낸 김치의 달인들의 표정은 자신만의 비기(秘技)를 겨룰 때의 비장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범한 이웃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김치의 일등 상품화가 평범한 아주머니들 손에 달려 있음을 새삼 환기시켜 주었다.





‘2004 최고의 어머니 손맛’에 등장한

신개념
김치 5



1. 산모와 아기를 위한 영양 만점 백김치

양인자 56·경기 수원

특징 젓갈을 이용한 일반 김치와 달리 각종 채소와 과일을 넣어 시원한 맛을 자아낸다.

비법 배추 속에 무, 배, 사과, 파를 따로 채 썰어 넣는다. 늙은 호박을 삶아 으깨어 같이 섞는다. 김치 국물은 바지락을 삶아 소금을 조금 섞어 맛을 낸다. 소금은 천일염, 과일과 채소는 유기농을 사용한다.



2. 충청도의 게국지

김동열 65·서울 강동구(고향 : 충남 서산)

특징 담그자마자 냄비에 넣고 끓여 먹는 김치

비법 게장 국물로 절여 씻어 놓은 배추와 무청에 썰은 늙은 호박을 넣고 마늘, 대파, 고춧가루, 게장 국물로 간을 맞추어 버무린다. 김치가 완성되면 찌개처럼 끓여 먹는다. 갓 만든 김치도 익은 김치도 모두 찌개로 먹어야 맛있다.



3. 매콤하고 시원한 고추 소박이

양오분 인천 연수구

특징 익기 전에는 고추 고유의 매콤한 맛, 익은 후에는 오이소박이김치처럼 시원한 맛

비법 고추는 조금 단단하며 껍질이 부드러운 것을 골라 배를 3분의 2가량 가른 후 물로 깨끗이 씻고 물기는 뺀다. 오이소박이를 담그듯이 부추 및 각종 야채로 속을 만들어 고추 속을 채운다.



4. 무로 만든 동굴 속 배추김치

이종순 57·전북 전주

특징 통무의 속을 파서 양념한 배추김치를 넣고 다시 무로 뚜껑을 덮은 김치

비법 무를 옆으로 뉘어 4분의 1 정도 되는 부분을 자른다. 자른 두 조각 무 중 4분의 3(큰 쪽)짜리 무를 수저로 긁어 속을 파내고 갖은 양념(고춧가루, 새우젓, 배, 사과, 마른명태, 설탕, 미나리, 갓, 소고기조림, 잣, 은행)을 한 배추김치를 채워 넣는다. 나머지 4분의 1 부분을 뚜껑처럼 닫은 뒤 면실로 묶어 놓는다.



5. 향기 나는 김치

서귀순 76·전북 정읍

특징 김치가 익어갈수록 맛과 향이 살아나 맛있다.

비법 불린 청각을 깨끗이 씻어 잘 다진 다음 김치 속의 재료로 넣는다. 고춧가루 대신 김치를 담기 직전에 고추를 갈아 넣는다. 사과를 얇게 저며서 고추 양념에 섞어 준다.

김선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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