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토시 가그(Ashutosh Garg) 에잇폴드 대표. 사진 에잇폴드
아슈토시 가그(Ashutosh Garg) 에잇폴드 대표. 사진 에잇폴드

인재를 관리하는 미국의 HR 스타트업 에잇폴드(Eightfold)는 최근 10개월 새 기업가치가 2배 이상 뛰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재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잇폴드는 6월 10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억2000만달러(약 248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에도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로부터 1억2500만달러(약 1412억원)를 투자받았다. 당시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로 평가됐다. 2016년 창업 당시 자본금 규모는 580만달러(약 65억원)에 불과했던 HR스타트업이 창업 5년도 안 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번 비전펀드2 투자 후 에잇폴드의 기업가치는 21억달러(약 2조2373억원)로 2배 이상 뛰었다.

에잇폴드는 AI로 채용 기업과 지원자의 경력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지원자와 직무를 추천한다. 기업이 직접 서류를 받고 면접을 하지 않아도 최적의 지원자를 매칭해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링크드인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된 이력서나 프로필 데이터들을 모아서 AI 기반으로 검증한 이후 추천을 해주기 때문이다. 에잇폴드의 딥러닝 AI는 10억 개 이상의 프로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에잇폴드의 강점은 AI와 빅데이터 활용 자체보다 ‘편견 배제 알고리즘’에 있다. 이 회사 창업자인 아슈토시 가그(Ashutosh Garg) 최고경영자(CEO) 자신도 사업 성공 비결이라고 밝힌 이 알고리즘은 인종적 편견이나 성별, 종교 등을 드러내는 단어는 물론 지원자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 이름을 보여주는 정보를 배제한 채 경험과 업무성과 등으로만 데이터를 분석해 낸다. AI를 통해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이다.


에어아시아가 에잇폴드 플랫폼을 적용해 채용한 직원들. 사진 에잇폴드
에어아시아가 에잇폴드 플랫폼을 적용해 채용한 직원들. 사진 에잇폴드
에잇폴드 홈페이지. 사진 에잇폴드
에잇폴드 홈페이지. 사진 에잇폴드

에잇폴드가 이 같은 블라인드 채용 플랫폼을 개발한 것은 창업자가 직접 겪은 차별 경험이 동기가 됐다. 인도 출신인 가그 CEO는 인종 차별 문제로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에잇폴드를 설립,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필드 엔지니어(Field Engineer)에서 인턴을 처음 시작한 가그 CEO는 5년간 총 5번의 인턴 생활 끝에 2003년 IBM에서 정사원이 됐다. 그러나 ‘백인 남성의 유토피아’라 불리는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테크 기업에서 백인 직원의 비중은 80~90%를 차지한다.

그는 IBM에서 1년 뒤 구글로 이직했고, 구글에선 4년여 만에 퇴직했다. 이후 그가 옮긴 회사는 다름 아닌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인 블룸리치(Bloomreach)였다. 그는 이곳에서 최고기술담당임원(CTO)으로 12년 5개월간 일했다. 그의 경력 기간 중 가장 오래 일한 회사다. 이곳은 500여 명의 직원 중 인도 출신이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 직원의 약 16%인 81명이 인도인이다.

가그 CEO는 “우수하길래 뽑았더니 우연히 백인 남자였다는 허울뿐인 능력주의가 아니라, 성별·인종·성 정체성을 차별하지 않고 능력만 평가하는 능력주의를 지향한다”며 “에잇폴드 플랫폼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해왔다. “회사가 인재를 붙잡고 성공하고 싶다면 공정한 채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점도 일관된 그의 지론이다.

현재 에어아시아(Airasia), 덱스콤(Dexcom), 돌비(Dolby), 넥스트롤(NextRoll) 등 20여 개 해외 기업들이 이미 에잇폴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 벤처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Samsung Next)와 쿠팡 역시 채용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해 에잇폴드 AI 플랫폼을 이용 중이다.

에잇폴드를 이용한 고객사들은 채용 프로세스 시간 단축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일례를 들면,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 한 달간 13만2000건의 지원자 서류를 에잇폴드 AI 플랫폼으로 처리해 2차 전형을 실시할 4700명의 후보자를 추려냈다. 에잇폴드는 마네랫 라탄코빗(Maneerat Ratanakovit) 에어아시아 선임 관리자로부터 “인사 채용 팀의 시간을 60%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물론 AI 채용 플랫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5%는 여전히 AI의 채용 공정성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회의적인 시각은 2018년 미국 아마존이 개발 중이던 AI 채용 시스템을 폐기하면서 본격화됐다. AI가 남성 지원자가 많았던 과거 이력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바람에 여대 출신 구직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Plus Point

국내 채용 플랫폼 기업도 AI 매칭 서비스

‘인재Pool’ 서비스 입사 지원 AI 리포트. 사진 사람인
‘인재Pool’ 서비스 입사 지원 AI 리포트. 사진 사람인

국내 채용 플랫폼 업체들도 AI를 적용한 매칭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1위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채용 매칭 서비스인 ‘인재Pool’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기업이 채용 직무별로 직종, 지역, 경력 연차 등 원하는 조건만 지정하면 AI가 이력서를 분석, 조건과 매칭된 인재를 매일 새롭게 추천해준다. 기업은 이력서 검토 후, 추천받은 인재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온라인으로 입사 또는 면접 제의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구직자들에게는 ‘입사 지원 AI 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용 전형 지원 후, 본인과 다른 지원자들 간 스펙과 역량을 AI로 비교·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스펙은 학점, 경력, 어학 성적, 자격증 등 7가지 요소를 그래프를 통해 비교해주며, 역량은 이력서를 통해 AI가 분석한 키워드로 보여준다. 구직자들은 본인이 지닌 강점뿐 아니라, 다른 지원자들과 자신의 위치를 비교할 수 있다. 면접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다. 사람인과 함께 국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잡코리아도 AI 활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HR 전문 스타트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AI와 빅데이터를 통해 취합된 다양한 자료를 분석, 이를 활용한 직무 매칭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효과적인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