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네시스
사진 제네시스

‘유려(流麗)하다.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매끈하면서 동시에 고급스럽다.’ 제네시스가 3월 30일 출시한 준대형 세단 3세대 G80을 2시간 남짓 시승한 경험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제네시스 ‘올 뉴 G80’은 3월 중순 첫 외관 공개 당시부터 미국에서까지 화제를 모은 모델이다. 주행 성능이나 편의 사양 등은 올해 초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에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출시 첫날인 3월 30일 하루에만 2019년 연간 판매량과 같은 2만2000대가 계약된 이유다. 3월 31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용인시 모현읍까지 왕복 82㎞가량을 시승했다.

디자인은 3월 중순 외관을 공개했을 때 ‘말도 안 되게 멋지다’는 호평대로였다. 차체를 옆에서 봤을 때, 앞부분이 낮고 뒷부분이 높은 직선이 통일성 있게 이어지는 모습은 속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돼 클래식카의 느낌을 줄 정도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웠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 주행을 시작해보니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시야였다. 약간 과장을 섞자면, 운전석 옆 유리창과 앞 유리창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상황에서 운전하게 된다.

신형 G80은 올해 초 출시된 SUV GV80과 엔진 및 구동계가 거의 같다. 엔진은 2.5 가솔린 터보, 3.5 가솔린 터보, 2.2 디젤 등 3종이 있는데, 가솔린 엔진은 각각 GV80에 탑재된 것이다. 2.2 디젤은 스마트스트림 2.2D 엔진이 쓰였다. 구동계의 경우 GV80에 쓰였던 것과 거의 같다. 변속기도 8단 전자식 변속기(SBW)가 쓰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SUV인 GV80보다 차량이 가볍기 때문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했을 때 매끄럽게 속도가 올라갔고, 고속 주행 시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속 100㎞를 넘어갔을 때도 별다른 이상 없이 조용하게 주행이 이뤄져, 운전자가 주의하지 않으면 속도 감각을 잃어버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G80에 탑재된 주행 보조 기능 중 눈에 띄는 것은 고속도로주행보조(HDA2)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HDA2는 속도와 앞 차와 거리를 설정해두면 별도 추가 조작 없이 일정하게 차량 주행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제네시스 G80 앞좌석과 주행 모습. 사진 제네시스
왼쪽부터 제네시스 G80 앞좌석과 주행 모습. 사진 제네시스
왼쪽부터 제네시스 G80 옆모습과 앞좌석. 사진 제네시스
왼쪽부터 제네시스 G80 옆모습과 앞좌석. 사진 제네시스

HDA2 기능이 가장 유용한 곳은 고속도로보다 자동차전용도로나 국도였다. 도로별 제한속도에 따라 시속 60~85㎞로 설정하고 주행했는데, 앞 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면서 부드럽게 속도가 조절됐을 뿐만 아니라 옆 차로에서 차량이 끼어들 때 감속도 매끄러웠다. 교차로 등에서는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더 부드럽게 제동이 이뤄졌다.

G80의 승차감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뒷좌석이다. 프라임 나파 가죽 소재에 다소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쿠션감을 주는 터라 앉아 있을 때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속방지턱 등의 충격도 부드럽게 흡수하기 때문에 편하게 쉰다는 느낌으로 뒷자리에 탑승할 수 있을 정도였다.

뒷좌석에는 2개 좌석에 각각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가 있다. 앞좌석과 동일하게 터치와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가 뒷좌석 가운데에 있다. 이어폰을 연결하면 각각 따로 내비게이션 조작, 영상 시청, 음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다.

앞좌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장치 등 조작계는 편리했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는 관객 모드, 무대 모드 등 차량 내 스피커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좀 더 생동감 있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