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 조선일보 DB

공사비만 8000억원이 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 공사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반포3주구 수주전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맞대결을 펼친다.

반포3주구 재건축은 반포동 1109번지 일대 1490가구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된다. 총공사비가 8087억원에 이른다. 조합은 5월 이후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4월 10일 마감된 반포3주구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입찰보증금과 제안서를 내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두 회사는 파격적 조건과 콘셉트를 내세워 시공권 확보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새 단지명으로 ‘트릴리언트 반포(TRILLIANT BANPO)’를 제안했다. 기존에 대우건설의 브랜드에서 벗어난 새 브랜드다. 반포3주구의 3을 의미하는 트라이(Tri)와 ‘눈부시게 뛰어남’을 의미하는 브릴리언트(Brilliant)의 합성어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프로젝트 콘셉트로 ‘구반포 프레스티지 by 래미안(Raemian)’을 제안했다. 동시에 알파벳 B와 P, R을 겹쳐놓은 로고 이미지를 공개했다. 알파벳 B는 ‘반포(Banpo), 되다(Be), 최고(Best)’를 의미하며 P는 ‘명성(Prestige), 자존심(Pride), 완벽한(Perfect)’을, R은 ‘래미안(Raemian)’을 의미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래미안의 화려한 귀환

삼성물산이 5년의 공백을 깨고 정비사업에 재등판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업계 1위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앞세워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아파트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강남·서초 등 부촌을 중심으로 대단지 래미안 아파트를 지으며 지역 랜드마크 입지를 다졌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마지막으로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시장에는 삼성그룹이 주택 사업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삼성물산 측은 업계의 과열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선별 수주를 위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각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삼성물산의 오랜 공백에도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 이번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의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값(2월 말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을 비교한 결과, 삼성물산이 지은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444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GS건설은 3902만원, 현대건설은 3466만원, 대림산업은 3018만원, 대우건설은 2414만원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의 또 다른 복귀 무대는 총 2400억원 규모의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이다. 반포3주구에 이어 인근에 있는 신반포15차아파트까지 품으면서 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대규모 래미안 브랜드 타운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다.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제안한 단지명은 ‘래미안 원 펜타스(Raemian One Pentas)’다. 래미안 원 펜타스는 반포 중심에서 빛나는 별과 같은 하이엔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의 차별화된 디자인 역량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싱가포르 래플스시티로 유명한 네덜란드 유엔 스튜디오(UN Studio)와 협업해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1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 조합에 제안한 ‘래미안 원 펜타스’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2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프로젝트 콘셉트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by) 래미안(Raemian)’을 제안했다. 동시에 알파벳 B와 P, R을 겹쳐놓은 로고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 삼성물산3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단지명으로 3주구의 3을 의미하는 트라이(Tri)와 '눈부시게 뛰어남'을 의미하는 브릴리언트(Brilliant)의 합성어 ‘트릴리언트’(Trilliant)를 새롭게 제시했다. 사진 대우건설
1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 조합에 제안한 ‘래미안 원 펜타스’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2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 프로젝트 콘셉트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by) 래미안(Raemian)’을 제안했다. 동시에 알파벳 B와 P, R을 겹쳐놓은 로고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 삼성물산
3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단지명으로 3주구의 3을 의미하는 트라이(Tri)와 '눈부시게 뛰어남'을 의미하는 브릴리언트(Brilliant)의 합성어 ‘트릴리언트’(Trilliant)를 새롭게 제시했다. 사진 대우건설

규제 강화로 물량 ‘뚝’…수주전 사활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로 올해 역시 수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수주 곳간을 채우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입찰제안서를 통해 사업비 대여 금리를 고정금리 0.9%로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합에 유리한 기성불 방식(공사 완성도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을 택한 데 이어 조합에 분양대금 수입이 생기면 건설사가 그 수입 중 완료된 공사만큼의 공사비를 받아가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방식을 제안하는 등 조합원 이익을 최대화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역시 치열하다. 삼성물산은 이번 입찰제안서에서 후분양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심사 기준이 적용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어 강남 재건축 조합들은 선분양보다 후분양을 선호한다. 일반분양 지연으로 조합은 막대한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2년 뒤 주택 시장을 장담할 수 없어 위험 요소를 안고 가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줄면서 대형사들은 기존 시공사를 교체하는 사업장까지 몰려들어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며 “사업성이 있으면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너도나도 나서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의 복귀에 긴장한 경쟁사가 삼성물산을 견제하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가 긴급 회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해당 자료에는 삼성물산이 실적 악화로 수주전에 참여했다는 식의 주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내용 등이 담겨있다.

한편 조합과 갈등으로 쓴잔을 마신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 특화설계·공사비 등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우선협상 지위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