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디네스 유아이패스 CEO. 사진 유아이패스
다니엘 디네스 유아이패스 CEO. 사진 유아이패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이후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기술 수출 기업.”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루마니아 스타트업 유아이패스(UiPath)가 뉴욕 증시에 상장할 때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유아이패스는 세계 최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활용 공정 자동화) 업체다. RPA는 기업의 단순·반복적인 업무 절차를 로봇을 통해 자동화해 효율성을 향상하는 소프트웨어다. ‘화이트칼라(사무직) 로봇’으로도 불린다. RPA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모든 업무에 적용 가능하다.

유아이패스는 2005년 루마니아 출신 다니엘 디네스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올해 4월 21일 뉴욕증시에 입성한 유아이패스 주가는 6월 8일 종가 기준 76달러(약 8만5000원)를 기록하며, 공모가(56달러)보다 35.7% 올랐다. 시가총액은 394억5600만달러(약 44조원)에 달했다.

탄탄한 실적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아이패스는 현재 전 세계에 약 7900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이 중 63%가 미국 경제지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이다. 주요 고객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BC), 제너럴일렉트릭(GE), 셰브론, DHL, 도요타자동차 등이다. 국내에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과 현대자동차, LG그룹, SK텔레콤, KT 등이 유아이패스의 RPA를 쓰고 있다.

유아이패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1% 증가한 6억760만달러(약 6800억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의 RPA 도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RPA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9년 16억달러(약 1조7900억원)에서 2024년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2022년 유아이패스의 매출이 올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RPA 업체, SW 로봇 활용 업무 자동화

다니엘 디네스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그는 MS 재직 당시 창업자이자 CEO였던 빌 게이츠를 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모든 가정과 사무실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세상’을 꿈꾼 빌 게이츠의 비전과 실현 능력을 동경했다. 디네스 CEO는 ‘1인 1로봇(One robot for every person)’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사람들이 단순 업무가 아닌,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 것이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디네스 CEO는 MS를 나와 2005년 루마니아로 돌아가 유아이패스의 전신인 ‘데스크오버(DeskOver)’를 설립했다. 출발이 순탄치는 않았다. 데니스 CEO는 데스크오버를 운영할 당시 경영난으로 회사 폐업까지 고려하기도 했다. RPA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당시에는 사무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RPA 개념이 없었다.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주로 인도 기업들이 반복 업무를 대행하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업무처리 아웃소싱)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디네스 CEO는 여기서 성장 기회를 찾았다. 유아이패스는 2013년 한 인도 BPO 회사와 RPA 사업 계약을 맺으며 성장 가도에 올랐다. 기존 BPO 서비스를 RPA 서비스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회사명을 유아이패스로 변경했고 2017년에는 본사를 뉴욕으로 이전했다. 디네스 CEO는 “청구서를 처리하거나, 새로 채용한 직원의 메일 계정을 생성하는 등 하루 종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대 시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유아이패스의 기술이 이들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아이패스에 따르면 한 대기업이 RPA를 도입하면 1년에 최대 300만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1500여 명의 인력이 1년간 해야 할 일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RPA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생산성은 75%, 업무 만족도는 50% 향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아이패스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우리는 사람이 로봇처럼 일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로봇을 만든다”고 적혀 있다. 사진 유아이패스
유아이패스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우리는 사람이 로봇처럼 일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로봇을 만든다”고 적혀 있다. 사진 유아이패스

머신러닝 기반 높은 편리성

유아이패스의 강점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편리성이다. 유아이패스의 제품은 일정 부분 직접 코딩을 해야 하는 경쟁 기업들의 RPA 개발 툴에 비해 ‘로 코드’ 기반으로, 드래그 앤드 드롭 방식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 웹사이트에 로그인 후 어떤 조건으로 검색한 뒤 데이터를 추출해 엑셀에 기입하고 그 엑셀 파일명과 소속 폴더를 정리하는 등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이때 각각 수행 단계를 드래그 방식으로 순서를 정해 알고리즘을 만들면 웹과 PC를 넘나들며 자동화 프로세스 구현이 가능하다.

유아이패스의 제품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재무 회계 팀의 송장 처리다. 회계 부서는 매월 반복적으로 송장 처리 및 지급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사내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데이터를 업로드해야 한다. 협력사별로 송장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회계 팀은 종이 문서, 팩스 문서, PDF 파일, 엑셀 파일 등 표준화할 수 없는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며 금액을 확인하고, 지급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한다.

RPA는 광학문자인식(OCR) 및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해 이러한 송장을 해석하고 처리해야 할 주요 정보를 선별할 수 있다. 사람의 눈이 송장을 읽듯이 발주처, 발주 금액, 입금처, 납기 등의 기한을 파악하고 기업 ERP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입한다. 매월 반복되는 송장 처리 작업을 자동화하면, 회계 팀 직원은 예산 책정 및 계획과 같은 보다 중요한 작업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자동화에 가장 적합한 프로세스를 발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유아이패스의 강점이다. 이를 위해 유아이패스는 2019년 기업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데이터 형태로 수집해 분석한 뒤, 최적의 프로세스를 추천하는 네덜란드 기업 ‘프로세스 골드(Process Gold)’를 비롯해 RPA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

유아이패스의 성장에서 일본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유아이패스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유아이패스는 고령화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유아이패스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체계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RPA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세부 사항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서류 및 수작업 업무가 많은 일본의 업무 스타일상 RPA는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훌륭한 도구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