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오디오북을 비롯한 오디오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을 형상화한 이미지 컷과 주요 회사 로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각 사
국내외에서 오디오북을 비롯한 오디오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을 형상화한 이미지 컷과 주요 회사 로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각 사

“클럽하우스가 문을 열었다(Clubhouse Opens Its Door).”

미국 정보기술(IT) 월간지 ‘와이어드(Wired)’는 7월 27일(이하 현지시각) 이런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가 다시 인기를 끌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클럽하우스는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셀럽(유명인)의 참여로 큰 화제를 모았다가 인기가 시들해진 오디오 기반 플랫폼이다.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앱) 글로벌 다운로드 건수는 올해 2월 915만 건을 정점으로 3월 272만 건, 4월 9만5800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다가 7월 803만 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클럽하우스 인기 반등 배경에는 개방성 확대가 있다. 애초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이미 앱에 있는 누군가의 초대를 반드시 받아야 했다. 클럽하우스는 7월 이 같은 폐쇄성을 없애고 앱만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앞서 5월에는 애플의 아이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앱을 사용토록 조치한 바 있다. 와이어드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클럽하우스 가입자 수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대거 출시했기 때문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6월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 ‘그린룸’을 세계 135개 시장에 출시했다. 페이스북도 같은 달 미국 시장에서 ‘라이브 오디오 룸’을 선보였다. 트위터도 ‘스페이스’라는 오디오 플랫폼을 내놨다.

오디오 플랫폼 시장 경쟁 2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부상하며 오디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제2의 라디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 소비층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대표적인 분야는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 시장이다. 오디오북은 전문 플랫폼 등장 등으로 젊은층에 어필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3월 오디오북 베스트셀러를 신문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공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현재 이 같은 서비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AP 뉴스 등 주요 언론사도 제공하고 있다. ABC 방송의 경우 북미 최대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 ‘오더블’과 협의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오디오북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인구의 22.9%인 7600만 명, 중국은 24.5%인 3억5000만 명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19년 26억7000만달러(약 3조1900억원)를 기록했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24.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디오북 등 오디오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강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 사진, 영상과 다르게 오디오 플랫폼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효하다. MZ 세대의 ‘동영상 피로’ 현상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오디오가 영상보다 쉽고 저렴하다.


클럽하우스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 클럽하우스

국내외 빅테크 각축전

이런 시장을 국내외 IT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전체 오디오 플랫폼 콘텐츠 시장 규모가 2019년 220억달러(약 26조3000억원)에서 2030년 753억달러(약 9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스포티파이 등은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아마존의 경우 프리미엄 팟캐스트, 무료 음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활동 중 두드러지는 부분은 오더블 인수다. 오디오북 콘텐츠 강화의 일환이다.

구글은 오디오북 서비스 ‘구글플레이북스’를 내놨고, 애플은 ‘팟캐스트’를 통해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는 5월 글로벌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 ‘스토리텔’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오디오북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는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개인 방송국, 엔터테인먼트 라이브 등 종합적인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빅테크들도 오디오 플랫폼을 강화하는 추세다. 카카오는 6월 음성 기반 SNS ‘음(mm)’을 출시하고 최근 미디어 광고를 본격 시작했다. 오디오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를 모집·육성하고 카카오톡과 연계도 늘려가며 ‘한국판 클럽하우스’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5월 ‘튠 CIC’를 신설했다. 이미 제공 중이던 ‘오디오 라이브’ ‘도슨트’ 서비스에 이어 웹툰, 책, 전시회 등 기존 이미지 중심 사업에 오디오 콘텐츠를 결합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오디오 매거진 ‘팟빵’, 오디오 방송 ‘스푼라디오’,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도 성장하는 오디오 플랫폼으로 꼽힌다.


Plus Point

[Interview] 이화진 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 총괄 인터뷰
“걷고, 먹고, 자는 순간까지 함께하는 ‘듣는 책’의 매력…종이책보다 완독률 높다”

사진 인플루엔셜
사진 인플루엔셜

“‘귀깔’나게 즐긴다.”

배우 김혜수의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 방송 광고 카피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의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는 국내 오디오북 서비스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앱 다운로드 후 월 9900원을 내면 약 2만 개의 오디오북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다. 2018년 4월 베타 서비스 시작 후 2020년 6월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으며, 8월 25일 현재 220만 건을 넘겼다. 누적 가입자 수는 약 180만 명, 누적 투자액은 460억원에 달한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25일 이화진 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 총괄(부장)을 전화로 인터뷰해 오디오북의 장점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었다. 이 부장은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근무를 비롯, 출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 부장은 “오디오북의 정의를 다시 써 시장을 키우고 싶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디오북의 장점은
“윌라 오디오북의 회원 1명당 월평균 재생 시간은 2019년 0.9시간에서 2020년 2.3시간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완독률(완청률)은 42.8%로 상승했으며, 이는 종이책의 완독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통해 출퇴근, 운전, 운동, 가사, 휴식 상황 등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덕이다. 아울러 동영상 등 과도한 시각적 자극으로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눈을 보호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열풍과도 맥이 닿는다.”

해외 오디오북 회사를 참조했나
“그렇다. 미국 오더블과 중국 히말라야의 사업 모델을 연구했다. 양국은 한국과 달리 내수 시장이 크고 오디오북 서비스 가입자 수도 많았다. 2018년쯤 한국에는 비슷한 업체가 없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구독경제 서비스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

오디오북 내레이터도 중요할 듯하다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이 본인의 회고록 ‘비커밍(Becoming)’의 오디오북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됐다. 저자가 오디오북의 내레이션을 맡는 것은 해외에서는 흔하다. 저자와 내레이터를 동시에 만나는 게 오디오북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문 성우가 주로 내레이션한다. 남도형 성우, 박요한 성우 등은 윌라에서 녹음한 콘텐츠를 본인 SNS를 통해 직접 알리기도 한다. 윌라 오디오북 리뷰를 보면 내레이터 마니아들의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으로의 포부는
“콘텐츠 수를 늘릴 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의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오디오북의 정의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윌라 구독자가 ‘이런 것도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라고 자연스레 인지할 수 있게 만들어 시장을 키우고 싶다. 출판 업계의 틈새시장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가 되기를 바란다.”

오디오북을 한 권 추천해 달라
“일반적으로 오디오북 하면 책을 그냥 읽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 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에서 효과음과 배경음을 곁들여 녹음한다. 공포물을 한번 들어보면 오디오북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박해로 작가의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