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건 술샘 양조장 대표 경희대 기계과, 한국가양주연구소 수료, 2013년 술샘 양조장 설립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신인건 술샘 양조장 대표
경희대 기계과, 한국가양주연구소 수료, 2013년 술샘 양조장 설립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퍼플진이라는 제품명에 맞게 보라색이 은은하게 보이며, 진하지 않은 색으로 맑고 깨끗하다. 다양한 향이 느껴지지만, 맛에서는 그러한 향들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미자와 노간주 열매의 향이 강해 나머지 향들이 마지막까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

“증류주라 하기에는 알코올 함량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알코올의 자극적인 맛이 없고, 목 넘김이 좋다. 다양한 향이 미세하게 퍼져 혀와 코를 간지럽힌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재호 책임연구원)

지난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주류박람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퍼플진(술샘 양조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이다. 전통주 전문 홍보 매체인 대동여주도(이지민 대표)는 100점 만점에 87점을 퍼플진에 부여했다.

퍼플진은 알코올 도수 36.5도, 용량은 500mL 제품이다. 가격은 5만원대. 대부분의 진이 투명한 맑은 색인 데 반해, 이번에 나온 퍼플진은 연한 보랏빛이다. 천연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미량 넣었기 때문이다. 물방울 모양의 병도 보석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에 모자라지 않다.

보드카와 더불어 칵테일 베이스로 주로 쓰이는 진은 대개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는다. 그래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는 다소 부담스럽고, 진토닉 같은 소다수에 희석해 마신다. 그러나 퍼플진은 도수를 36.5도로 낮췄다. 대부분의 위스키가 41도 안팎이던 시절, 2009년에 나온 골든블루가 36.5도 위스키로 ‘저도수 위스키 시대’를 활짝 연 것이 연상된다. 그래서 퍼플진은 일반 진보다는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퍼플진은 한국적인 향을 부여하기 위해 오미자 증류주를 베이스로, 노간주 열매와 8가지 허브를 함께 증류해 향의 밸런스를 맞췄다. 과일 베이스 증류주에 허브를 침출한 후 상압 증류기로 술을 뽑아냈으며 독한 맛을 제거하기 위해 ‘탈기 공정’을 거쳤다.

박람회 현장에서 맛을 본 관람객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가볍게 마실 수 있겠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부담이 없다” “진에서 오미자 향이 난다” 등의 댓글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퍼플진은 경기도 용인의 지역특산주 양조장인 술샘이 8월에 출시한 신제품이다. 증류주 미르를 비롯해 ‘술샘 리큐르’ ‘술취한원숭이’ 막걸리 등 젊은층을 겨냥한 제품을 주로 만들어온 양조장이다. 신인건 대표를 양조장에서 인터뷰했다.


안토시아닌 천연 색소가 첨가돼 보랏빛을 띠는 게 퍼플진의 특징이다. 사진 술샘 양조장
안토시아닌 천연 색소가 첨가돼 보랏빛을 띠는 게 퍼플진의 특징이다. 사진 술샘 양조장

7월 국제주류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퍼플진은 어떤 술인가
“기존의 수입 진들은 알코올 도수 40도 전후의 드라이 진이다. 향이 굉장히 진한 편이다. 우리가 만든 퍼플진은 도수가 좀 낮고(36.5도),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고, 칵테일로 만들어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가볍게 만든 술이다. 기존 진들은 주니퍼베리 향이 강한데, 우리 제품은 오미자 증류주가 베이스라서 과일 향이 많이 난다. 오미자 증류주에 주니퍼베리와 다양한 허브를 넣어 만들었다.”

술 색상과 병 모양이 특이하다
“천연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 색소를 넣어 보라색으로 만들었다. 병 모양은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었다. 보석 느낌, 크리스털 느낌도 나도록 했다. 무색 일색인 진에 색깔(보라)을 입힌 것도 드문 경우다.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서 만든 제품이다. 우리 술 주 소비층이 젊은층이다. 증류는 상압으로 했다. 과일이 베이스라서, 숙성하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숙성은 하지 않았다. 증류 후 독한 맛(기체)만 뽑아내는 ‘탈기’ 공정만 일주일 정도 했다. 숙성은 2주 정도 짧게 했다.”

신제품 청주 ‘서설’도 최근 출시했다
“서설은 주세법상 청주다. 이미 출시된 술 ‘감사’ ‘그리움’은 약주다. 주세법상 밀 누룩 같은 전통 누룩이 1% 미만 들어가면 청주, 밀 누룩이 1% 이상 들어가면 약주로 분류된다. 청주의 경우 전통 누룩은 적게 쓰는 대신 입국(개량 누룩)을 쓴다. 일본식 개량 누룩을 쓰는 술이 청주라고 보면 된다. 서설은 밀 누룩 대신 쌀누룩을 썼다. 우리는 황국(노란 누룩)을 이용한 쌀누룩 제조 방법을 농촌진흥청에서 기술 이전받아 청주인 서설을 빚는 데 활용했다. 쌀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 서설이다. 쌀누룩은 15% 들어간다. 전통 누룩인 밀 누룩에 비해 당화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쌀누룩은 좀 많이 넣는다. 쌀누룩으로 만든 술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청주는 약주보다 가볍게 마실 수 있다. 약주와 청주 알코올 도수 차이는 별로 없다. 서설은 13도로 만들었다. 서설은 한마디로 일본식 사케다. 요즘 반일감정으로 일본 사케 수입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만든 술이다.”

작년 매출과 올해 목표는
“작년 매출이 20억원 정도로 재작년의 두 배다. 코로나 영향을 거의 안 받았던 것 같다. 온라인 매출 비중이 많이 늘었다. 올해 목표는 30억원으로 잡았다. 술취한원숭이 막걸리 비중이 가장 높다. 술샘 리큐르도 확실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다. 술샘 16(오미자), 술샘 19(생강), 꿀샘 16(꿀) 세 종류가 있다. 술샘 시리즈가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술샘 리큐르는 주 고객층이 젊은층이다. 젊은층 중에 약주, 탁주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증류주는? 아직 너무 독하다고 여긴다. 증류주는 마니아 소비자가 있는 거고, 부담 없이 마시는 술로는 리큐르가 대세인 것 같다. 약주와 증류주 그 중간의 술이 리큐르다. 전통주를 고수하는 장인들은 이 시장에 잘 안 들어온다. 리큐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통성과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큐르가 우리 술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사실이다.”

개발 중인 술이 또 있나
“20여 종의 술이 현재 나와 있고, 개발 중인 술도 10여 종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경기도 용인의 지역특산주 회사인데, 개발하고 있는 술을 다 소화하기 어렵다. 왜냐면 용인 외의 농산물을 술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에 지역특산주 회사를 만들어 그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술을 만들고 싶다. 한 곳의 지역특산주 면허로는 타 지역 생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8도에 지역특산주 양조장을 차릴까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양조 일을 보는 직원이 6명인데, 직원들에게 전국의 양조장을 하나씩 주는 것도 생각 중이다. 직원들도 어차피 양조장 설립을 염두에 두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