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통상 조직 이관 문제를 놓고 20년 넘게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자신의 조직이 통상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통상 조직 이관 논란의 배경은 무엇이고, 양 부처의 통상 업무 담당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전문가의 논쟁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코넬대 경제학박사, 행정고시 31회, 전 부산대 경제학과 기금교수, 전 대한상의 정책자문위원,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전 중소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현 기획재정부 정책성과평가위원 사진 최성호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코넬대 경제학박사, 행정고시 31회, 전 부산대 경제학과 기금교수, 전 대한상의 정책자문위원,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전 중소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현 기획재정부 정책성과평가위원 사진 최성호

“새로운 통상 환경엔 산업·통상 정책 연계 필요”

세계적으로 시장 개방을 주목표로 하던 통상 정책에 환경, 노동, 인권, 민주주의 등 가치를 연계해 무역과 투자를 관리하려는 추세가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생산기지의 중국 편중을 벗어나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통상 정책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중국 견제를 위해 기술수출과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규제하고, 유럽연합(EU)은 수입품에 대해 생산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여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였다. 국제 기술·투자 협력을 추진하고,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민생을 위한 핵심 물자를 확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통에 미국 해외직접제품규제 (FDPR)의 면제를 받아 우리 기업의 수출 길을 뚫는 것도 통상 정책의 몫이 되었다. 새로운 통상 환경하에서 통상 정책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한국 경제의 호기로 활용하고 공급망 위기 시에는 신속하게 극복할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선 양질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함이 바람직하다.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새로운 무역규범과 국제 조세가 한국 산업에 유리하게 정립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신통상 환경이 통상 조직에 요구하는 새로운 차원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전통적인 통상교섭 능력에 더하여 기술과 산업의 발전 방향과 전략 산업의 가치사슬을 이해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파악·관리할 수 있도록 통상에 산업과 자원 분야의 역량을 융합한 전문성 말이다.

정권교체 국면에서 산업통상형의 통상조직을 외교통상형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차관급 조직인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로 이관하자고 한다. 통상 정책에 관한 외교·정무적 고려를 보완하고, 유사시 경제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통상 정책에 대한 외교·정무적 고려는 교섭의 시작이나 끝의 일정 시점에서 부처 간 정책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경제안보 확보는 산업계의 현실과 역량을 파악하고 있는 산업통상형 조직이 훨씬 적합하다. 최근 최대 통상 현안으로 부상(浮上)하고 있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경제안보 플랫폼인데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가 통상대표부와 함께 주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처럼 대통령 직속의 국가경제위원회(NEC)를 설치하고 전문가 자문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통로를 보강하면 외교·정무적 고려와 경제안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뜬금없는 통상 조직 개편 주장이 조직이기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더구나 외교통상형으로의 환원은 산업·통상의 연계 강화를 요청하는 신통상의 추세를 거스르는 퇴행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심이 더 짙어진다. 

대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은 후진적 전시행정이나 조직이기주의의 산물이기 십상이며, 행정업무의 연속성에 지장을 초래하고 국내외에 혼선을 일으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30년, 여섯번째 수술대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현실은 미국 상무부가 110년, 통상대표부(USTR)가 60년 된 조직인 점과 대조적이다. 그간의 착근 과정에서 상당한 효과를 확인한 산업통상형 조직의 채택은 10년 전 보수정부의 업적이다. 새 정부가 보수정부의 본령을 살려 정부조직·부서를 통째로 여기서 떼어서 저기다 붙이는 식의 외과적 수술보다는 국민과 기업 입장에서 정책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능개선 치료에 주력하는 실용적 조직개편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전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국장,  현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사진 송유철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전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국장, 현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사진 송유철

 

“통상·외교 더 이상 구별 안 돼. 외교 정상화해야”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기존 무역 규범이 후퇴하고 외교·안보적 고려가 작용하는 ‘경제·통상 정책의 안보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통상과 외교를 구분하는 접근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외교부에 통상 교섭 기능이 없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안보와 경제의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 통상 정책이 외교·안보 정책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상황 속에서 산업부 중심의 통상교섭은 경제부처가 외교 정책까지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국내 업계와 이해관계가 큰 산업부가 단기적 이해를 넘어 종합적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외교·통상 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은 지속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북핵 및 군축 협상을 국방부가 아닌 외교부가 담당하고, 기후 변화 협상도 외교부가 하는 것은 대외관계라는 고려하에서 특정 사안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종합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안보적 함의가 큰 통상 문제에는 외교부가 통상교섭권이 없어 전혀 주도하지 못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대외 외교전략 이슈인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대응을 산업부가 주도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외교통상형의 장점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주요국들이 국가안보 전략하에서 취하는 경제 조치에 대한 외교적 고려와 대응이 가능하다.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 확보도 가능한데 국내 관련 산업과 직접 연관되지 않아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현안 판단을 할 수 있다. 정무 등 다양한 경로로 외국 정부와 협의 진행이 가능하고 정보 수집이나 입장 파악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외국 정부와 수시적인 효율적 소통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 통상분쟁은 결국 ‘조약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것인데 이는 외교부 본연의 업무에 부합하는 것이다. 

산업·기업계 등과 다소 유리된 조직 구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산업부가 전담하더라도 동일하게 대두될 문제다. 산업통상형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최근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금융, 환경, 서비스와 기존의 민감 분야인 농산물 등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공급망도 핵심 품목 중 산업부와 무관한 것이 많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가 아니라 산업정책실 산하 부서가 외교부와 협조하여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안보·정치적 차원의 경제 조치나 대외 공급망 관리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한 종합적 대응이 가능하고 산업 간 패키지 딜이 필요한 통상 협상은 부처 간 이해관계의 효과적 조정이 가능한 외교통상형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통상형의 통상실무인력의 전문성으로 인해 현 조직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통상은 법률, 경제, 국제 정치, 외국어 등 다양한 자질과 오랜 기간의 경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제조업 중심의 일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통상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통상 조직은 대내외 교섭 능력과 대내조정 그리고 핵심기술 지원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정부 부처는 없다. 따라서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식품부 등 해당 부처는 주력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게 하고 외교부가 통상에 관한 교섭 기능을 갖도록 하여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조기경보체계 확대, 기업의 안보 리스크 완화, 나라별 맞춤형 경제안보 외교의 전개를 통한 핵심 외교이익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