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첫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 사진 연선옥 기자
볼보의 첫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 사진 연선옥 기자

볼보가 출시한 첫 순수 전기자동차 ‘C40 리차지’는 디자인과 주행 스타일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 볼보와는 다른 새로운 모델이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는 그동안 ‘가장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디자인은 물론 주행 감성도 무난하고 안정적인 모델을 주로 선보였다. 그런데 C40 리차지는 날렵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비교적 과감한 디자인과 날카로운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뒷부분이 낮게 떨어지는 외관 디자인이 인상적이고, 주행 성능도 독일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C40 리차지를 타고 서울에서 파주까지 왕복 120㎞를 주행했다.


볼보 첫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는 따로 시동 버튼이 없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좌석 무게를 감지해 차 시스템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기어를 드라이브(D) 모드로 놓으면 바로 주행할 수 있다. 기어를 주차(P) 모드로 놓고 내리면 시동이 꺼진다. 시동을 끄고 차 내부에 머무르고 싶다면 센터페시아 볼륨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시스템을 종료할 수 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컴퓨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체감됐다.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주행 성능이었다. C40 리차지는 전기차답게 내연기관차가 주는 변속의 충격 없이 곧바로 속도를 높인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좋고 민첩했다. C40 리차지는 두 개의 전기 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돼 총 408마력, 토크 67.3㎏·m의 성능을 낸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전기 SUV ‘EQA’는 187마력, 제네시스의 ‘GV60’은 234마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7초 만에 도달하는데, 이는 메르세데스-벤츠 ‘AMG’나 BMW ‘M’ 등 고성능 모델이 내는 성능과 비슷하다.

급격하게 굽어지는 도로를 달릴 때도 주행 안정성이 좋았다. 전고가 낮은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 ‘밸런스가 좋다’는 표현을 하는데, C40 리차지는 SUV 모델임에도 밸런스가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볼보 모델 대부분은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 베이스였지만, C40 리차지는 무게 배분이 50 대 50에 가까운 52 대 48이다.

시승한 날 비가 많이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접지력이 좋고 미끄러짐이 없었다. 방지턱을 지나거나 자갈이 많은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을 잘 흡수했다. 제동력도 만족스러웠다. 속도를 급격하게 줄여도 쏠림이 없었고 부드럽게 멈춰 섰다.

공기 역학적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단점이 하나 생겼는데, 운전자가 후방을 살필 때 시야가 너무 좁게 확보된다는 점이다. 룸미러를 통해 운전자가 볼 수 있는 뒷유리 면적이 지나치게 작았다.

C40 리차지는 전기차가 주는 주행의 이질감을 많이 줄였다는 인상을 준다. 전기차는 변속 과정이 없고, 내연기관차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일부 모델의 경우 속도를 끌어올릴 때 탑승자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C40 리차지는 가볍게 가속했다.

또 처음 전기차를 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회생제동 역시 C40 리차지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전력을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탑승자가 멀미를 느끼기도 하는데, C40 리차지는 ‘원페달 주행 모드’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용하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덕분에 시속 100㎞ 이상을 달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대로 원페달 주행 모드로 달리면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원페달 주행 모드에서는 가속페달만으로도 제동할 수 있다. 인공적인 차 소리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일부 브랜드는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 모델에 특유의 ‘윙’ 소리를 입히는데 C40 리차지는 인공적인 전기차음이 크지 않다.

77.8㎾h 배터리를 탑재한 C40 리차지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56㎞(환경부 인증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72.6㎾h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의 ‘아이오닉 5’ AWD 롱레인지가 390㎞를 달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주행거리는 조금 아쉽다. 

복합전비는 4.1㎞/㎾h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돼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80%까지 충전하는 데 40분이 걸린다. 겨울철 실내 난방을 이용할 때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히트펌프’가 장착돼 겨울철 주행거리 단축을 최소화했다.


‘C40 리차지’의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C40 리차지’의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C40 리차지’의 앞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C40 리차지’의 앞모습. 사진 연선옥 기자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

내부 디자인도 깔끔하다.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정보를 인식하기 좋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국내 브랜드만큼 편리했다. 볼보는 국내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을 장착했다. ‘아리아’ 하고 불러 음성인식 비서를 활성화하면 내비게이션과 공조 시스템을 편리하게 설정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예상되는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고, 가까운 충전소도 표시해준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들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전기차의 경우 스티어링 휠에 회생제동 단계를 조정하는 버튼이 있지만, C40 리차지의 경우 중앙 모니터에서 설정 버튼을 눌러 원페달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주행 중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C40 리차지의 휠베이스(축거)는 2702㎜로, 르노삼성 ‘XM3(2720㎜)’보다 더 짧다. 뒷좌석 공간이 다소 비좁다는 느낌이 들지만,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연결되고, 최대 1205L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C40 리차지 판매 가격은 6391만원(부가세 포함)이다. 볼보는 “스웨덴이나 독일, 영국 등 유럽은 물론 미국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며 “함께 출시한 ‘XC40’ 전기차보다 가격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C40 리차지는 국고보조금 264만원을 받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합하면 서울에선 605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