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전기 세단 ‘EQE 350+’.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의 전기 세단 ‘EQE 350+’.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볼륨 모델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 ‘EQE’가 최근 국내에 출시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한 전기 세단으로, 올해 상반기 나온 벤츠의 ‘EQS’보다 체격이 한 급 작은 모델이다. 서울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왕복 구간에서 EQE를 시승했다.


E클래스 전기 버전…젊은 디자인 강조

전면은 낮고 날렵한 이미지인데 후면은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하다. 기존 내연기관 E클래스가 우아하면서도 다소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해온 것을 고려하면 EQE는 보다 젊은 감각을 주는 요소를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음새를 최대한 줄이고 넓은 표면을 확보한 EQE 외관은 매끈한 인상을 준다. 낮게 다듬어진 전면에는 그릴 대신 광택 나는 패널이 자리 잡고 있다. 패널 양옆 헤드램프는 날렵한 느낌을 준다. 꺾이는 부분 없이 하나의 활처럼 둥근 지붕 라인은 두꺼운 후면으로 이어진다. 리어램프는 뒷면을 수평으로 길게 감싸고 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계기반이, 중앙에는 세로형 12.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이 디스플레이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벤츠의 삼각별 패턴이 가득한 패널 대시보드인데, 다소 오묘하다. 동그란 송풍구가 좌우 양 끝에 하나씩 있고, 중앙 송풍구는 대시보드 위로 길게 이어진다.

운전대 회전과 가속·감속 페달의 담력은 아주 단단한 편이다. EQE에는 고급 모델에 대부분 적용되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지 않았지만, 승차감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압축 공기를 채워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 스프링을 쓰지 않고 부품 구성만으로 고급 세단 수준의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한 셈이다. 무거운 배터리를 하단에 탑재하고도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큰 울렁거림이 없었다.

88.89의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출력 215㎾, 최대 토크 565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단순 환산하면 최고 출력 288마력, 최대 토크 57.6㎏·로 주행 성능이 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민첩하게 치고 나가면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느낌으로 가속한다.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을 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속도를 줄일 때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페달을 급하게 밟아도 제동 질감이 매우 안정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6.4초로 비교적 긴 편이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날렵한 주행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주행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의미다.

EQE 후면, 측면과 내부.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연선옥 기자
EQE 후면, 측면과 내부. 사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연선옥 기자

다소 투박한 2열 승차감은 아쉬워

운전대 뒤에 있는 패들 시프트를 조작해 회생제동 수준을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데, 가장 높은 수준의 회생제동 단계에서도 효율성보다는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속도가 줄어드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EQE는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다만 운전자가 아닌 2열에 탑승하는 승객의 승차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기존 E클래스는 국내 시장에서 고급 패밀리카로 수요가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EQE가 이런 수요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좌석 사이에 있는 2열 승객을 위한 에어컨 송풍구 디자인이 너무 구식이라는 점도 아쉬웠다. 

EQE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1㎞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가 80% 충전된 상태에서 서울에서 원주까지 200㎞ 정도를 달렸는데 배터리가 50% 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겨울에 기온이 떨어지면 주행 거리는 30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EQE 판매가격이 1억원이 넘어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명확한 저온(영하 7도) 주행 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온 기준보다 100㎞ 안팎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배터리에 지능형 열 관리 시스템이 통합돼 냉각 회로와 히터가 주행 중 배터리를 예열·냉각해 최적화된 온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EQE에 탑재된 전기차 특화 일렉트릭 인텔리전스 내비게이션은 도로 환경이나 주변 온도, 속도, 냉난방 등을 고려해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하고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내부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돼 전후면 오버행(차 끝에서부터 차축까지 거리)이 짧은 대신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를 늘렸다. EQE의 휠베이스는 3120㎜로, 10세대 E클래스(W213)보다 180㎜ 길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430L 정도로 다소 좁은 편이다. 보닛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왼쪽 앞부분에 워셔액을 보충할 수 있는 주입구가 따로 있다.

벤츠의 S클래스에 탑재된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동일한 수준의 운전 지원 시스템이 탑재됐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 제동·출발하는 시스템과 차선 유지·변경 지원, 측면 충돌 감지 시 앞좌석 탑승자를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이 포함됐다. 지니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벤츠는 물리학자와 음향·미디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음향 전문가와 협업해 ‘실버 웨이브’와 ‘비비드 플럭스’ 두 가지의 주행 음향을 제공한다.

EQE에는 최대 170㎾ 출력의 급속 충전과 8.8㎾ 출력의 완속 충전을 지원하는데,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2분 걸린다. 복합 전비는 4.3㎞/다. 국내에는 EQE 350+(플러스) 모델이 먼저 출시됐는데 부가세 포함 가격은 1억16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조만간 EQE의 고성능 AMG 모델과 4매틱 모델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