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렌터카 사업 자회사인 롯데렌탈이 국내 1위 카셰어링(차량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쏘카에 1831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결정했다고 3월 7일 밝혔다. 롯데렌탈은 쏘카의 지분율 13.9%를 취득, 이재웅 쏘카 전 대표의 개인 투자 회사인 에스오큐알아이와 SK에 이어 3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2022년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듯이, 이번 지분투자로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하고, 미래 신규 시장 창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통합 모빌리티 위해 1위 경쟁사 투자 

롯데렌탈은 국내 차량 공유 2위 업체인 그린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업계 2위 업체를 자회사로 둔 롯데렌탈이 갑자기 업계 1위 경쟁사인 쏘카에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는 롯데가 차량 공유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확장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2021년 자율주행 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에 250억원을 투자하고 사업을 협력하는 등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김현수 롯데렌탈 사장도 “이번 쏘카 지분투자를 통해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이동 관련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쏘카와 그린카의 단순 통합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양사 역량을 결집해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는 롯데가 조만간 쏘카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가 쏘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국내 3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로 단번에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쏘카 투자는 롯데렌탈의 약점인 온라인 영업망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쏘카는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시간에 차량 대여와 반납이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 업체다. 반면 롯데렌탈은 오프라인에서는 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이지만, 오프라인 영업망 중심의 사업 구조로 돼 있다. 쏘카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온·오프라인 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롯데의 투자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 위해 공격 투자 나선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시대 변화 읽기와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당부한 것이다.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신 회장의 경영 의지는 최근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 추진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약 5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롯데는 1831억원의 쏘카 투자에 앞서 지난 1월 편의점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업계 5위인 한국미니스톱을 약 3134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과 사업 협력을 통해 편의점 3강 체제를 굳히겠다는 전략이었다. 롯데는 2021년 9월 인테리어 시장 진출을 앞두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와의 경쟁을 대비해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에 299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롯데지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 8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사업 시너지가 크거나 연계되는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의 ‘CES 2022’ 옥외광고. 사진 연합뉴스
두산그룹의 ‘CES 2022’ 옥외광고. 사진 연합뉴스

두산,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 인수
수요 증가하는 반도체 시장 진출

두산그룹이 국내 1위 반도체 테스트 업체를 인수,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

㈜두산은 3월 8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회사인 테스나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테스나 최대 주주인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의 보통주와 우선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포함한 지분 38.7%를 46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테스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이미지센서(CIS) 같은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테스나는 웨이퍼 테스트 분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이기도 하다.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들 때 쓰이는 원형 판이다.

두산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전기차·자율주행 시장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반도체 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두산 측은 “반도체 분야는 지속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이라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테스나를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후공정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라고 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포스코, GM과 양극재 합작공장 설립
캐나다 베캉쿠르에 공장 부지 선정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합작공장을 세운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4억달러(약 4964억원)를 투자해 2023년 퀘벡주 베캉쿠르에 대규모 합작공장을 짓고, GM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할 것이라고 3월 8일 밝혔다. 

앞서 양사는 양극재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고 북미 지역에 합작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2021년 12월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발표는 당시 계획의 실행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양사는 원료·인프라·친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베캉쿠르를 합작공장 부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사인 얼티엠셀즈에 공급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GM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 연간 100만 대, 글로벌 전역에서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생산공장을 건립해 전기차 시대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공동 한진그룹 사옥. 사진 연합뉴스
서울 소공동 한진그룹 사옥. 사진 연합뉴스

전기차 충전업 진출하는 한진그룹
미래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 대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나선다. 항공기 운항을 위해 지상에서 필요로 하는 제반 지원 활동을 의미하는 항공 조업 분야에 매출 쏠림이 큰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공항은 3월 23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을 ‘전기 판매업’ ‘전기 신사업’ ‘전기자동차 충전업 및 관련 사업 일체’를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한국공항 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사업 목적 추가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은 국내 공항 내 항공기 지상 조업, 항공화물 조업, 항공기 급유 등 항공조업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매출이 90%가 넘는다. 

향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서 한국공항이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현대차,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KT 등과 함께 UAM 사업 추진을 위한 ‘UAM 팀 코리아’팀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관 변경으로 한진의 UAM 충전 인프라 제공도 가능해졌다”고 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