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같은 날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새 리더십 시대를 열었다. 양사는 이를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3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2021년 11월 한성숙 대표의 뒤를 잇는 차기 대표로 내정됐었다. 

네이버는 최 대표 선임 사유에 대해 “최 대표는 그동안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확장뿐 아니라 전사 사업 전략의 실행을 위한 핵심경영 지원을 수행해왔다”며 “네이버의 기업 철학과 IT 플랫폼업에 대한 이해, 글로벌 확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전 및 다양한 임직원과 소통 능력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1981년생으로 서울대 공과대학을 나와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 4년간 몸담았다. 이후 그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다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했다.

최 대표는 주총 직후 인사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의지를 밝혔다. 그는 “네이버는 해외 빅테크와 비교해도 자랑할 만한 강점이 있다”며 “검색 외에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인터넷 시장의 메인 비즈니스를 대부분 보유한 매우 드문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네이버는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도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었다. 최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뢰와 자율성 기반의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인사 및 구체적인 조직 문화 개선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카카오도 같은 날 세대 교체를 선언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3월 14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의장직 사임 뜻을 밝혔다. 그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며 “(카카오의 새로운 철학인)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직만 맡는다. 일본 웹툰 시장 1위인 카카오픽코마를 교두보로 동남아·유럽 등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의장을 대신해 카카오를 이끌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는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모바일을 넘어)’이란 슬로건 아래 다양한 사업을 개편해나갈 전망이다. 그는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전 세계 스마트폰 인구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고 글로벌 진출 의지를 표했다. 카카오는 3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개편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3월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3월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주총회, 500만 동학개미 ‘주목’
“신성장 동력은 로봇과 메타버스”

삼성전자가 로봇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신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3월 16일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한 부회장은 또 “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 기회 발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최적화된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는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를)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었다. 이에 업계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구체적인 관련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주총 현장에는 삼성전자 주주 506만명 중 16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900여 명) 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주총에서는 사내·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이 의결됐으며, 한 부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갤럭시 S22의 게임 최적화 기능(GOS)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SK온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미국 포드 F-150. 사진 SK온
SK온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미국 포드 F-150. 사진 SK온

SK온, 美 포드와 터키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2025년 생산 시작, 유럽 진출 교두보로

SK온은 포드, 터키 코치(Koç Holding)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월 14일 밝혔다. 코치는 1926년 설립돼 터키 기업 중 유일하게 포천 글로벌 500에 이름을 올린 기업으로, 1959년 포드와 함께 포드 오토산(Ford Otosan)을 설립하고 코카엘리 지역 등에서 상용차(승합차 등 사업용) 등을 생산 중이다. 연 45만5000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 생산 공장은 터키 앙카라 인근 바스켄트 산업특구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생산한다. 이 배터리는 주로 포드-코치 합작사가 생산하는 상용차에 사용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주요 3사 중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유럽에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것은 SK온이 처음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벨프레에 있는 크레이튼 SBC 생산 공장. 사진 DL케미칼
미국 오하이오주 벨프레에 있는 크레이튼 SBC 생산 공장. 사진 DL케미칼

DL케미칼, 美 크레이튼 인수 완료
세계 1위 바이오케미칼社 품었다

DL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 인수를 마쳤다. DL그룹 지주사 DL㈜는 3월 14일 크레이튼이 DL케미칼과 합병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했으며, 15일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공시했다. 앞서 DL케미칼은 지난해 9월 크레이튼 지분 100%를 16억달러(약 1조985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에 이어 중국, 독일 등 주요국 승인 절차를 거쳐 6개월 만에 인수 절차를 매듭짓게 됐다.

크레이튼은 미국과 유럽 SBC(스타이렌 블록 코폴리머) 시장 1위 기업이자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케미칼 회사다. 접착제와 윤활제, 의료용 장갑 등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을 제조하며, 미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과 손잡고 스페셜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5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DL케미칼은 R&D센터들과 협력해 친환경 소재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해 새로운 시장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