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세단 ‘아이오닉6’. 사진 연선옥 기자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세단 ‘아이오닉6’. 사진 연선옥 기자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내놓은 전용 전기차는 ‘아이오닉5’ ‘EV6’, 제네시스 ‘GV60’ 등 전고가 높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형태였다. 전기차는 바닥에 배터리 모듈을 깔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하려면 CUV 형태가 유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두 번째 전용 전기차로 전고가 낮은 세단 ‘아이오닉6’를 최근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아이오닉6는 첫날 3만7446대가 사전 계약됐는데, 이는 국내 완성차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최근 경기도 하남~가평 120㎞ 구간에서 아이오닉6를 시승했다.

아이오닉6 내부(왼쪽)와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아이오닉6 내부(왼쪽)와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모노리틱 디자인 개념 적용

아이오닉6의 외관 디자인은 낮은 포물선을 그리는 루프(지붕) 라인이 핵심이다.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활 라인과 헤드램프를 감싸며 시작해 앞 유리창까지 이어지는 보닛 선이 인상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에 모노리틱(하나로 된 거대한 덩어리) 디자인 개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디자인 콘셉트는 측면에서 볼 때 두드러진다.

다만 아이오닉6는 현대차의 콘셉트 ‘프로페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프로페시만큼 날렵한 인상을 주진 않는다. 많은 안전 기준과 엔지니어링의 한계가 반영된 결과지만, 프로페시 공개 이후 높아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뒷면에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스포일러 장식과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민첩한 스포츠 세단 느낌을 준다.

유선형 디자인은 심미적인 요소뿐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아이오닉6는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CD 0.21의 공기 저항 계수를 기록했다.

주행감은 운전 모드에 따라 크게 다르다. 에코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시스템이 속도를 제어해 급가속을 막는다. 전기차는 특유의 울컥거림이 있는데, 에코 모드로 가면 이런 느낌이 적어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의 승차감도 좋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스템 제어가 완전히 해제되는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바로바로 붙는다. 낮은 차고 덕분에 회전 구간을 지날 때 선회력도 좋다. 모드에 따른 주행감이 달라 패밀리카로 유용하고 동시에 속도를 즐기는 즐거움을 주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오닉6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대 출력 168㎾, 최대 토크 350이며, 트림에 따라 74㎾ 전륜 모터를 추가해 사륜구동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사륜구동 방식을 선택하면 최대 239㎾ 출력과 605 토크를 기반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아이오닉6에는 브랜드 최초로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튠업 기능’이 들어갔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전기모터의 출력이나 가속 페달 응답성 같은 퍼포먼스 구성 요소를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전대 좌측 하단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길게 눌러 출력(3단계), 가속 민감도(3단계), 스티어링(2단계), 사륜구동 방식(3단계, 2WD 사양 미적용)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제어기(ECU)가 토크를 결정하고 변속기 제어기(TCU)에 의해 토크가 바퀴로 전달되는 동력 전달 계통이 다소 복잡하지만, 전기차는 제어기(VCU)에서 바퀴로 전달하는 토크를 바로 결정하는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동력 성능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변경하는 기술 개발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1회 충전 주행 거리 최대 524㎞

속도를 높일 때 특유의 ‘윙’ 하는 소리(가상 주행 음향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가 나는데, 처음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특히 고속 구간에서는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할 때도 다양한 색을 내는 무드램프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상황에 따라 색이 바뀌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로 규정 속도보다 빠르게 달릴 때 과속 단속 장비가 가까워지면 램프가 빨간색으로 바뀌고, 탁 트인 도로를 달릴 땐 시원한 느낌의 푸른색이 감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인테리어는 개발 초기부터 생활 공간(Living Space) 개념을 적용해 탑승자가 편히 쉬고 생활할 수 있는 거주 공간을 추구한 게 특징”이라며 “낮과 밤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거주 공간같이 다양한 빛의 연출(무드램프)로 감성적인 실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는 미래 차 감각을 강조한다. 기어가 운전대 오른쪽 안쪽에 위치하면서 중앙이 깔끔해졌다. 중앙 팔받침대에는 문 잠금과 창문 조절 버튼이 있다. 덕분에 문 안쪽에는 문을 여는 손잡이 말고 어떤 버튼도 없다. 전면 계기판과 중앙 화면을 길게 이어 시야를 확장한 것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문 안쪽에 있는 사이드미러(차 옆에 있는 거울) 조절 버튼은 운전대 왼쪽 아래에 있다.

내부 공간은 아주 여유롭다. 날렵함을 강조하기 위해 높이(1495㎜)를 최대한 낮췄지만, 폭은 1880㎜로 좌우 공간이 꽤 넓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950㎜로, 그랜저(2885㎜)보다 길다. 또 전기차라 실내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상당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실내에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코쿤’형 인테리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체가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져 뒷좌석 머리 공간이 다소 낮다. 키 165㎝ 정도인 성인이 타기에는 부족하지 않지만, 키가 크다면 머리 위 공간이 거의 없어 다소 불편하다.

회생제동을 가장 낮은 수준에 두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3시간 정도 오가는 구간에서 전비는 6.0㎞/ 안팎이었다. 아이오닉6는 53.0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 스탠더드(기본)형, 77.4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항속)형 등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스탠더드형 복합 전비는 6.2㎞/, 롱레인지형은 4.8~6.0㎞/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최대 524㎞로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순수 전기차이지만 계기판에는 1당 주행 거리인 전비(電費)가 아니라 연비(燃費)라는 표시가 뜬다.

저렴한 트림 가격은 국고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기준(차 가격 5500만원 미만)을 충족했다. 스탠더드 모델 익스클루시브가 5200만원, 이-라이트(E-LITE) 이륜구동(2WD)이 5260만원이다. 롱레인지 모델 가격은 트림에 따라 5605만~613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