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한강 변에서 정비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GS건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주를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의 경우 한강 변 정비 사업의 절반 가까이를 GS건설이 수주했을 정도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강 변 일대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지의 시공사 선정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한강 변 아파트는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강북 한강 변 정비 사업지 절반가량이 ‘자이(Xi)’

강북권 한강 변 정비 사업 시공권은 GS건설이 많이 가져갔다. GS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마친 강북 한강 변 9개 정비 사업장 중 네 개 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 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마포구 밤섬현대 리모델링과 서강GS 아파트 리모델링 등이다. 이 중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이다. 한강맨션은 용산구 이촌동 300-23번지 일대 8만4262㎡ 부지에 1441가구로 새롭게 변신할 예정이다. 현재 조합이 추진 중인 68층으로 설계가 변경되면, 가구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에는 당초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도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에는 GS건설만 참여했다. 

시공사를 선정한 나머지 강북 한강 변 사업장들은 다섯 개 대형 건설사들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한남뉴타운’의 대장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권은 현대건설이 가져갔고, 용산구 한남삼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DL이앤씨가 맡는다. 두 사업지 모두 각 건설사의 고급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아크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강에 맞닿아 있지 않지만, 앞에 높은 건물이 없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자양1구역 재건축 사업은 롯데건설이 맡는다. 자양1구역은 오는 2023년 7월까지 재건축을 통해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재작년 8월, 당시 광진구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일반분양을 마친 상태다. 이외 SK에코플랜트가 광진구 광장삼성1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가진 상태다. 광장삼성1차 재건축 사업은 총 225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의 첫 한강 변 사업지 수주인 만큼, SK에코플랜트는 지난 8월 출시된 고급 주거 브랜드 ‘드파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마포구 서강GS아파트의 리모델링 후 모습. 사진 GS건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마포구 서강GS아파트의 리모델링 후 모습. 사진 GS건설

강남 한강 변, 대형 건설사들이 골고루 나눠 가져

강남 한강 변 정비 사업장들은 강북과 달리 쏠림 현상이 없었다.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들이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했다. 강북권보다 규모가 큰 사업지가 많아 대형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하기보다 힘을 합쳐 한강 변 수주 실적을 쌓아 올리는 모양새다. 우선, 강남 한강 변 재건축 사업의 ‘최대어’인 서초동 반포1주구(1,2,4구역) 재건축 사업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반포1주구는 재건축을 통해 49개 동, 최고 35층, 총 5256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한 단지로 총사업 비용만 10조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고급 주택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통합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사업을 수주했다.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2990가구로 변신할 예정이다. 강남 한강 변인 사업지인 점에서 삼성물산은 조경·커뮤니티 시설 등의 고급화를 할 예정인데, 최근 삼성물산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서 조합과 시공사가 협상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18차 재건축 사업을, 롯데건설은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 사업을 맡았다. 포스코건설은 수주 당시 “(이 단지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한강 변 최초의 커튼월룩을 적용하고, 한강 조망 스카이브리지도 조성해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은 대우건설이 맡아 자사의 고급 주택 브랜드 ‘써밋’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진 인근 흑석2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은 지난 9월 삼성물산을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 총회 상정 업체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고, 10월 말 주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시공 능력 평가 10위권은 아니지만, 한화건설은 최근 강서구 염창동 염창무학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해 한강 변에 자사 주택 브랜드 ‘포레나’의 이름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지는 한화건설이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규모가 큰 정비 사업지에서는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시공을 하기도 한다. 삼성물산·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수주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강동구 선사현대 리모델링 사업도 롯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는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16개 동 2938가구의 대단지로, 국내 리모델링 사업지 중 규모로는 손에 꼽힌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사진 각 사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사진 각 사

업계 “한강 변 선점해야 다른 사업지 수주 유리”

한강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한강 변은 대형 건설사들에 매력적인 사업지로 통한다. 입지적 특징상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어 각종 특화설계가 적용된다.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 주거 브랜드를 고급화한 이른바 ‘고급 브랜드’도 한강 변 사업지 다수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 DL이앤씨의 ‘아크로(ACRO)’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지난 2016년 한강 변 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준공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아크로는 대림산업의 고급 주상복합 브랜드인 ‘대림아크로빌’에서나 사용돼 왔다. GS건설처럼 별도의 고급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는 ‘이촌 자이 더 리버(한강맨션)’ 식으로 각 단지 특성에 맞는 ‘펫네임(Pet Name·아파트 단지명 뒤에 붙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건설사들이 한강 변 사업 수주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른 사업지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의 정비 사업지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이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강남권과 한강 변 단지를 얼마나 잘 시공했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강 변 정비 사업은 사실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한강 변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시공을 하게 되면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 건설사들은 특화 설계를 앞다퉈 적용하고 그에 따라 수익은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한강 변 아파트 시공을 맡으면 다른 정비 사업장 수주가 유리해 경쟁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