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선인양조장 대표 현 ‘도봉산팔뚝집’ 대표 사진 박순욱 기자
김미숙선인양조장 대표 현 ‘도봉산팔뚝집’ 대표 사진 박순욱 기자

서울 도봉산 산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한식주점 ‘도봉산팔뚝집’ 김미숙 대표가 경기도 양주에 양조장을 차렸다. 그곳에서 본인이 개발한 핑크빛 누룩 도화곡으로 도봉산막걸리를 출시했다. 도봉산막걸리는 여느 막걸리와는 다르게 핑크빛이 돈다. 도화곡 누룩 자체가 핑크빛을 띠기 때문이다. 누룩에서 나는 꽃 향이 고스란히 막걸리에서도 난다. 도화곡 누룩, 물, 쌀 이 세 가지만으로 도봉산막걸리를 빚었다.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누룩은 도화곡이다. 도화는 복숭아꽃을 말한다. 도화곡은 고문헌에 나오지도 않는 누룩으로, 김 대표가 처음 만든 것이다. 물론 누룩 공부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개발한 것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게 함) 정신으로 만들었다고 김 대표는 자부한다. 도화곡은 현대에 새롭게 만든 누룩이지만, 조상들이 만든 쌀누룩 이화곡을 토대로 해서 만든 것이다. 

“쌀로 만든 누룩으로 옛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화곡인데, 이 이화곡에 핑크빛 홍국균을 입혀 만든 게 도화곡이다. 중국에 홍국 누룩이 있었다. 내가 음식을 하다 보니, 중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중국 음식과 재료 공부를 하다가, 홍국 누룩을 알게 됐다. 홍국(홍국 누룩을 말함)은 홍국균인 붉은누룩곰팡이를 멥쌀밥의 밥알 표면에 배양한 누룩을 말하는 것으로, 이 홍국을 빻아서 쌀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 도화곡이다. 쌀가루가 대부분이고, 홍국 함유량은 5% 이내다.”

도화곡으로 빚은 도봉산막걸리는 단맛과 신맛이 적당히 어우러져서, 마시기에 편하고 은은한 꽃 향이 특징이다. 꽃 향 또한 누룩(도화곡) 영향이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쌀, 누룩, 물 이 세 가지로 빚는데 여기서 베리에이션(변화)을 줄 수 있는 것은 누룩이 유일하다. 어떤 누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술 맛과 향, 색깔까지 무궁무진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술은 누룩이 만든다’는 얘기의 좋은 본보기가 도봉산막걸리다. 

선인양조장의 주요 제품들. 사진 박순욱 기자
선인양조장의 주요 제품들. 사진 박순욱 기자

주점을 하다가 양조장을 차린 계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도봉산팔뚝집 운영이 어려워졌다. 한동안은 오후 8시면 문을 닫아야 했고, 세 명 이상은 한자리에 앉지도 못했다. 그런데 우리 식당은 오후 6시에 문을 열었다. 2시간 영업만 해야 했으니, 피해가 엄청났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으로는 안 맞았다. 도봉산팔뚝집 음식은 식당 음식이기보다는 명절날 친척집에서 대접받는 음식 같은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식어 빠진 음식을 손님에게 보낸다는 게 용납이 안 돼 배달은 몇 달 하다가 말았다. 그래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때 양조장을 차릴 작정을 했다. 애초 도봉산팔뚝집을 열 때부터 양조장을 함께할 생각은 있었지만, 그 지역이 식품위생법상 양조장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양조장을 이곳 경기도 양주에 차렸다. 양조장 차리기 전, 도봉산팔뚝집을 운영할 때부터 판매는 하지 않았을 뿐이지, 술은 꾸준히 빚어왔다.”

술 양조는 어디서 배웠나. 
“전통주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에 들어가 기초반부터 양조장 예비 창업자들이 많이 듣는 최고지도자반까지 다녔다. 연구소에서만 술을 배운 게 아니다. 막걸리학교인 청주양조 과정도 다녔고,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권희자 선생의 삼해약주도 배웠다. 특히, 삼해막걸리는 2016년부터 매년 빚어왔다. 술뿐 아니라 전통음식도 체계적으로 배웠다. 한복려 원장의 궁중음식연구원 과정도 모두 수료했다. 선인양조장은 2021년 12월에 정식으로 설립했다.”

도봉산막걸리의 특징은. 
“도봉산막걸리는 프리미엄 순수 막걸리다. 쌀, 물, 누룩으로만 술을 빚는다. 도봉산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8도, 12도 두 가지가 있다. 밑술과 1차 담금은 멥쌀, 2차 담금은 찹쌀을 쓴다. 일체의 인공감미료, 색소, 향은 사용하지 않고, 입국, 효모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도봉산막걸리가 다른 막걸리와 확실히 다른 점은 홍국 누룩인 도화곡으로 빚었다는 점이다. 도화곡으로 빚은 술은 도봉산막걸리가 유일하다. 도화곡은 양주쌀로 만든다. 도화곡은 쌀을 불려서, 가루를 낸 뒤에 붉은누룩곰팡이균을 넣고 띄워 만든다. 그래서 색이 핑크빛이다. 띄울 때는 그 시기에 맞는 꽃이나 식물을 같이 넣어 야생효모가 붙게 한다. 가령, 봄이면 진달래꽃을 누룩에 얹거나 연잎, 도꼬마리, 뽕잎, 쑥대 등을 이용한다. 그래서 막걸리에 꽃 향이 난다. 보통 홍국막걸리 하면 홍국쌀로 만든 술이 많은데, 선인양조는 홍국누룩인 도화곡으로 술을 빚는다.

도봉산막걸리에는 도화곡 한 가지 누룩만 쓰나.
“도봉산막걸리에는 도화곡과 밀누룩, 두 가지를 쓴다. 밑술에는 밀누룩, 최종(2차) 덧술에는 도화곡이 들어간다. 중간(1차) 덧술에는 누룩이 들어가지 않는다. 도봉산막걸리는 밑술과 두 번의 덧술을 하는 삼양주다. 2차 덧술에 색깔과 향을 입히기 위해 도화곡을 쓴다. 두 가지 누룩을 쓰기 때문에 밀누룩을 많이 쓰지 않아 누룩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쌀누룩인 도화곡에는 누룩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대신에 꽃 향이 난다.”

삼해막걸리도 매년 소량 생산한다고 들었다. 
“2016년부터 7년째 삼해주를 해마다 빚고 있다.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술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정월 첫 번째 돼지날(해일)에 밑술을 하고, 36일을 기다려 다시 돌아오는 돼지날에 첫 번째 덧술을 그리고 또 돌아오는 돼지날에 두 번째 덧술을 해서 만드는 술이다. 세 번의 돼지날에 걸쳐 나눠 만드는 술이라고 해서, 삼해주라 한다. 100일간의 발효를 거쳐 완성된다. 첫 돼지날로부터 100일 되는 날 술을 거르고, 영하 4도 이하에서 숙성 보관 후 병입한다.”

삼해주는 약주, 증류주도 있는데.
“삼해주는 약주, 증류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내가 만드는 삼해주는 삼해막걸리다. 레시피(제조법)상, 쌀 함유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책인 ‘조선디미방’에 나온 레시피보다 쌀 함유량을 약간 더 늘려 단맛이 조금 더 나게 만들었다. 도봉산막걸리 자체도 쌀 함유량이 많은 편인데, 삼해주는 쌀이 더 많이 들어간다. 앞으로 삼해약주도 만들 생각이다. 삼해주는 여간 까다로운 술이 아니다. 절기에 맞춰 빚는 술이라, 때를 놓치면 만들 수 없는 데다 때를 맞춰 만든다 하더라도, 중간에 한 번이라도 잘못 빚으면 그해 삼해주는 만들 수 없다. 한 번의 밑술, 두 번의 덧술 중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게 삼해주다. 소량 생산이라, 금방 완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