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석좌교수는 “전기차와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미래 모빌리티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석좌교수는 “전기차와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미래 모빌리티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급격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로보틱스·도심항공기(UAM)·모빌리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동수단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수준을 넘어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형태와 삶이 변화하는 모빌리티 혁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5월 20일 개최한 ‘2021 미래모빌리티포럼’에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석학과 변화를 주도하는 모빌리티 업체 전문가를 초청해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진단하고 토론했다.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경영학·자동차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전기차에 이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미래 모빌리티를 지배할 것”이라며 “지금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처음 전기차에 탑재해 판매하는 테슬라가 선두주자이지만, 폴크스바겐그룹·메르세데스-벤츠·BMW·도요타·현대차그룹 등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중국 업체들도 큰 진전을 이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요 국가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점진적으로 금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순수전기차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했고, “자동차를 한 대의 컴퓨터로 구성해 더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 제조 업체가 데이터·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주요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그린 딜’ 전략이 있다. 두덴회퍼 교수는 2030년이 되면 유럽에서만 전기차 수요가 연간 1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기차 생산이 자동차 부품 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등장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70~80%로 높은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크게 성장하고 이에 따라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덴회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틈새시장을 형성한 차량 공유와 승차 호출 서비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교통 혼잡이 완화되고 개방형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장(사장)은 “UAM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이 되면 많은 사람의 삶과 생활 패턴, 사회 구조가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장(사장)은 “UAM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이 되면 많은 사람의 삶과 생활 패턴, 사회 구조가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조형기 팬텀AI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미래 자율주행 시장은 테크 기업과 정부의 의지와 믿음에 따라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조형기 팬텀AI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미래 자율주행 시장은 테크 기업과 정부의 의지와 믿음에 따라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UAM 시장, 이미 250여 개 사 경쟁”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장(사장)은 우리의 삶과 생활 패턴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킬 미래 UAM 생태계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UAM이 또 다른 이동수단의 옵션이 되면 스마트폰이 등장해 세상을 바꾼 것과 같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 많은 사람의 삶과 생활 패턴, 사회 구조를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UAM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발전한 환경을 기반으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재원 사장은 “작은 공간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UAM이 대중화하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부터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 업체까지 250개가 넘는 회사가 UAM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라고 했다.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UAM의 안전 기준을 정립하는 것과 소음 완화 문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재원 사장은 “규제 환경과 운행 시스템을 조성하고 통신량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미래 혁신기술은 플랫폼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미래 혁신기술은 플랫폼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고 했다. 사진 조선비즈 DB

“셔틀버스·트럭·택시순으로 자율주행”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팬텀AI를 이끄는 조형기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 자율주행 시장은 기술을 개발하는 테크 기업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부의 의지와 믿음에 따라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대학이나 회사 캠퍼스, 실버타운 등 제한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셔틀이 가장 먼저 상용화하고 그다음 자율주행 트럭, 로봇 택시 등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율주행 산업의 중요한 트렌드로 ‘대통합’을 설명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여겨지는 레벨4를 실현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있는 회사들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와 아마존은 각각 오로라·죽스를 인수했고, GM은 크루즈와 손잡았다. 아르고는 포드·폴크스바겐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함께 합작사 모셔널을 세웠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마스(MaaS·통합 모빌리티 서비스)’가 바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자율주행, UAM 등 새로 등장하는 이동수단은 결국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결돼 소비자를 만날 것”이라며 “미래 혁신기술은 플랫폼을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