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시에라’ 측면. 사진 연선옥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소속 GMC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미니밴 등을 제작하는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다. 1900년 상업용 트럭 시제품을 만든 이후 제1~2차 세계대전에 군용트럭을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강력한 주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승차감을 개선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추가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국내에 쉐보레와 캐딜락 브랜드 모델을 판매하던 한국GM은 최근 GMC 브랜드 론칭을 발표했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차체가 큰 오프로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이 중 고급 오프로드 모델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GMC가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일 모델은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로, GM 산하 브랜드 쉐보레의 ‘콜로라도’보다 한 체급 높은 모델이다.

GMC의 픽업트럭 ‘시에라’ 내부와 ‘시에라’ 짐칸. 사진 연선옥 기자
GMC의 픽업트럭 ‘시에라’ 내부와 ‘시에라’ 짐칸. 사진 연선옥 기자

국내 론칭한 GMC 브랜드의 첫 출시 모델

GMC가 SUV 대신 픽업트럭을 첫 출시 모델로 선택한 것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짐차’로 여겨졌지만, 캠핑을 위해 적재 공간이 넓은 픽업트럭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2년 전 등장한 콜로라도는 픽업트럭 모델 최초로 지난해 9월 세단·SUV를 모두 제치고 수입차 월간 판매량 1위(758대)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의 독무대였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택지도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크게 늘었다.

콜로라도가 보급형 모델이라면 시에라는 고급 편의사양을 탑재한 프리미엄 픽업트럭이다. 한국GM은 시에라의 최상위 트림인 드날리 모델을 국내에 판매할 예정인데, 10월쯤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 전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GM의 주행 시험장 밀포드프로빙그라운드에서 먼저 시에라를 시승했다. GM은 오프로드 모델의 주행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범피 코스와 진흙 길, 가파른 경사로 등을 조성해놨다.

시에라에는 6.2L V8 가솔린 엔진과 함께 10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돼 출력 420마력, 최대 토크 64.74㎏.m의 폭발적인 힘을 낸다. 배기량이 6000㏄를 넘고 사륜구동이 가능해 험지 돌파 능력이 뛰어났다. 질척한 진흙 길을 거침없이 통과했고, 가파른 경사도 어려움 없이 올라갔다. 시에라는 차 뼈대에 몸통을 얹고 강도 높은 철강으로 적재 능력을 높인 프레임 보디 방식으로 생산된 정통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이라고 하지만 승차감도 비교적 부드러웠다. 활용성을 극대화한 모델인 만큼 세단이나 고급 SUV 모델과 비교하면 흔들림이 크지만,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이드 스텝을 밟고 올라가 좌석에 앉으면 시트가 운전자 몸을 부드럽게 감싸 주행 과정에서도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굵은 자갈이 차 하부에 튕기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노면이 거칠었지만, 탑승자가 느끼는 진동이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하는 등 매끄러운 승차감을 주기 위해 꽤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프리미엄 모델을 지향하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전면의 거대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한다. 짐을 싣는 뒷면 적재함이 그대로 노출되는 픽업트럭의 투박한 느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외관 라인을 더 매끈하게 다듬었다는 인상을 준다.

커다란 중앙 스크린과 독특한 모양의 기어 노브, 가죽으로 마감한 중앙 수납함과 전면 우드 패널 등 실내 디자인 요소도 고급스럽다. 미국 브랜드의 단점 중 하나로 투박한 실내 디자인이 꼽히는데, 시에라는 다른 모델과 확실히 차별화해 고급스러운 요소를 많이 적용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GM의 첨단 운전보조 시스템과 보스 오디오, 마사지 시트 등 편의사양도 탑재됐다.

뒷좌석과 짐칸 공간은 여유롭다. 특히 짐칸 문의 활용도가 높다. 한 번에 개방할 수 있고 계단식으로 중간 문을 함께 열 수도 있다. 캠핑 장비는 물론 작은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충분히 적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뒷좌석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짐칸으로 작은 물건을 옮길 수도 있다. 시에라의 적재 용량은 최대 900㎏이고, 4~5t 무게까지 견인할 수 있다.

다만 국내 도심에서는 제약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나의 차 길이(전장)는 내부 공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m에 육박한다. 차체가 높아 운전자는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일반 주차 칸에 주차하면 앞바퀴가 튀어나올 정도로 차가 길다. 별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에라’ 전면. 사진 연선옥 기자
‘시에라’ 전면. 사진 연선옥 기자

유지비는 적지만 판매 가격은 1억원 넘을 듯

국내 판매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는데,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될지도 관심이다. 한국GM은 올해 처음 선보인 쉐보레 대형 SUV ‘타호’를 9300만원에 출시했는데, GMC가 쉐보레보다 프리미엄 브랜드이고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 등을 고려하면 국내 시에라 판매 가격은 1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는 옵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긴 하지만 8만달러(약 1억12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지비 부담은 매우 낮다. 시에라가 국내에서 판매되면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를 2만8500원만 부담한다. 화물차는 개별소비세(차량 가격의 3.5%)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취득세(5%)도 승용차(7%)보다 낮다.

국내 인증 절차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미국 기준 연비는 도심이 15.5L/100㎞, 고속도로가 11.9L/100㎞다. 1L당 도심은 6.6㎞, 고속도로는 9.9㎞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