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IM사업부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월 ‘갤럭시S21’ 3종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IM사업부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월 ‘갤럭시S21’ 3종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사업부에 대해 ‘경영 진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IM사업부가 연간 매출액 100조원을 밑도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연간 매출 100조원 붕괴는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돈 되는 ‘갤럭시S’ 시리즈를 많이 못 팔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두 달가량 이른 1월부터 출시하고, 가격대도 100만원(기본형 기준) 이하로 책정하는 등 승부수를 띄운 것 또한 이런 내부적인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연간 매출 100조원’을 올해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1분기부터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2분기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7700만 대를 출하해 점유율 23%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아이폰12’의 역대급 흥행에 밀려 2위로 밀려났던 삼성전자가 일단 자존심을 회복한 모양새다. SA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빨리 출시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갤럭시A 등 중저가폰을 쏟아내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 애플은 57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점유율 17%를 기록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신제품 효과’가 사그라드는 2분기부터의 수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부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품 주문 상황을 보면 2분기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6000만 대 초중반에 그칠 수 있다”라며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라고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와 비싼 가격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전작 ‘갤럭시S20’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갤럭시S 시리즈의 부진이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과거처럼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소비자는 전작보다 좋아진 스마트폰보다 가성비를 따지게 됐고, 이에 따라 삼성은 연간 2억9000만~3억 대 수준의 출하량을 맞추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해가면서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해야 하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S 시리즈와 함께 중저가 라인업인 A·M 시리즈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건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5000만 대 선까지 무너진 상황이다. 이를 2017~2019년 수준인 2억9000만~3억 대에 가깝게 맞추기 위해서는 A 시리즈를 많이 팔아야 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이 자사만의 운영체제(OS),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며 고가 전략에도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고, 샤오미‧오포‧비보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삼성과 거의 차이 없는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는 것도 위기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제재 영향권에 들어간 화웨이가 빈자리를 만들었는데도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2019년부터 애플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라며 “‘S 시리즈’에 의존하는 전략이 재작년과 작년, 삼성 전체 매출 감소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ODM(제조사개발생산), JDM(합작개발생산)을 늘리는 것도 이 일환”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으로 승부수

삼성전자는 A 시리즈 등 중저가 시장 공세와 함께 하반기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을 내세운다는 것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으로, 전체 출하량 목표치(3억 대) 방어를 위해 중저가 위주로 선보였던 전략 기조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Z 시리즈를 3종 이상 출시하며 고부가가치 폴더블폰을 잇따라 쏟아낼 예정이다. 삼성이 AMD와 손잡고 그래픽 성능을 대폭 개선한 모바일 두뇌 칩(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가 폴더블폰에 들어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차세대 플래그십에 AMD GPU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하반기부터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2023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어 판 자체를 키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전까지는 삼성전자가 갤럭시Z 시리즈로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Plus Point

인도 겨냥했던 갤럭시M 시리즈에 쏠리는 눈

2019년 2월 인도 시장을 겨냥해 나온 온라인 전용 모델 ‘갤럭시M’ 시리즈도 삼성전자의 출하량 회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며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유럽 등과 달리 인도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인도는 코로나19 종식을 점치며 제한 없이 외부 활동을 했고, 그 결과 스마트폰 판매량도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였던 전년 동기(2020년 1분기) 대비 23% 증가한 3800만 대를 기록(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삼성으로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별 백신 보급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인도 등 신흥국 중심으로 팔고 있는 갤럭시M 같은 모델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라며 “삼성으로선 초저가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M을 인도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도 판매하며 소비처를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2019년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와 협업으로 국내에서도 첫선을 보였던 갤럭시M 시리즈는 4월 28일 2년 만에 온라인 전용 자급제 모델(갤럭시M12)로 재차 출사표를 던졌다. 가격대는 19만원이다. 그간 생산해 놓은 갤럭시M을 팔기 위한 전략이면서 한편으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국내 시장까지 도전장을 내민 중국 샤오미를 견제하는 뜻도 담긴 것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실장은 “한국 휴대전화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 중 하나가 프리미엄 전략이었다”라며 “갤럭시A·M을 소비하는 신흥 시장은 향후 프리미엄폰 잠재적 수요처이기도 하다. 가성비를 내세우는 중국 업체와 싸우기 위해서는 보급형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