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의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첫 번째 모델 아이오닉 5를 올해 4월 출시했다. 아이오닉 5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3760대가 계약됐고, 현재까지 계약 대수 4만 대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가 진행한 미디어 시승회에서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WD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을 타고 60여㎞를 몰아봤다. 현대 강동 EV 스테이션에서 직접 충전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행 질감이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하고 충전 시간도 짧아 다루기 쉬운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오닉 5의 외관 디자인은 미래 지향적인 느낌 때문에 출시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1970년대에 출시됐던 ‘포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마치 영화나 게임에 나올 것 같은 디자인이어서 ‘옛날 차’인 포니가 선뜻 떠오르지는 않았다. 우선 상단부 전체를 감싸는 클램셸(Clamshell·조개껍데기) 모양의 후드가 독특한 인상을 준다. 후드와 펜더 부분을 하나의 패널로 만들어 차체가 선으로 나뉘는 것을 최소화했고, 이를 통해 유려하고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전면 범퍼 하단에는 지능형 공기 유동 제어기(Active Air Flap)가 탑재됐다. 주행 시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측면은 캐릭터 라인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어 군더더기 없어 보인다. 후면은 좌우로 길게 이어진 얇은 후미등을 적용해 전면과 통일성을 줬다. 오토 플러시 아웃사이드 핸들이 탑재돼 리모컨으로 잠금을 풀면 매립형 손잡이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아이오닉 5의 전장(차의 길이), 전폭(차의 폭), 전고(차의 높이)는 각각 4635㎜, 1890㎜, 1605㎜다. 중형 SUV인 투싼과 비슷한 크기다. 투싼은 전장 4630㎜, 전폭 1865㎜, 전고 1665㎜다. 그런데 축간 거리는 아이오닉5(3000㎜)가 투싼(2755㎜)보다 245㎜ 더 길다. 거의 대형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아이오닉 5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이 주먹 2~3개 들어갈 정도로 남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2열 공간보다는 1열 공간이 더 넉넉하게 느껴졌다. 센터 콘솔 자리에 ‘유니버설 아일랜드(Universal Island)’가 있는데 앞뒤로 140㎜ 이동할 수 있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 차량 측면은 캐릭터 라인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차량 측면은 캐릭터 라인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내부 곳곳에는 친환경·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다. 사진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내부 곳곳에는 친환경·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다. 사진 현대자동차

대부분 차량은 센터패시아와 센터 콘솔이 연결돼 있는데, 아이오닉 5는 유니버설 아일랜드와 센터패시아가 분리돼 있어 1열 공간이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센터패시아에는 일체형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길게 자리 잡았고, 터치식 디스플레이로 모든 버튼을 통합했다. 덕분에 유니버설 아일랜드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 정도만 있다. 수납공간은 위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이고 고속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을 탑재했다.

차량 내부에는 친환경 및 재활용 소재를 곳곳에 활용했다고 한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등에는 유채꽃·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이 포함된 페인트를 적용했다. 시트에 적용한 원단은 사탕수수·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가 포함됐다. 시트 제작을 위한 가죽 염색 공정에서도 식물성 오일을 사용했다.

아이오닉 5는 여느 전기차처럼 조용했다. 특히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도 소음이 극히 적어 인상적이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은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했다. 어떤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들어 운전하기 불편하기도 한데, 아이오닉 5는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었다.

아이오닉 5는 72.6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 출력 225㎾, 최대 토크 605의 성능을 낸다. 속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면 정지 상태와 저속, 고속에서 모두 편안한 가속 성능을 낸다. 고속으로 달려도 안정적이고 휘청거림도 없다. 다만 고속에서 좀 더 욕심을 내서 한 차례 더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속력에 조금 부족함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고 차체도 가벼운 편인데, 대신 운전하기 아주 쉽고 피로도가 적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잘 차단되는 편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노멀·스포츠 세 가지다.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이오닉 5에는 현대차 최초로 사이드미러 자리에 거울 대신 카메라가 탑재됐다. 대신 실내 좌우 양옆에 손바닥 크기 정도의 모니터가 탑재됐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좌우 깜빡이를 켜면, 옆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빨간 실선과 주황색 실선으로 표시해준다. 빨간색 실선은 차선을 변경하기 위험하다는 뜻이고 주황색 실선은 이보단 덜 위험한 정도라는 뜻이다. 카메라 덕분에 차선 변경이 수월했던 것은 물론, 사각지대도 거의 해소됐다.

출발지에서 주행 가능 거리는 217㎞로 표시됐다. 에어컨을 운전석 17도, 조수석 20도로 맞춰놓고 주행을 시작해 11㎞ 떨어진 현대 강동 EV스테이션에 들렀다. 도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199㎞가 남았다.

배터리 충전도 생각보다 빨랐다. 도착 시 배터리 잔량은 47%였는데 급속 충전으로 10분가량 충전하자 잔량이 62%가 됐고, 주행 가능 거리는 270㎞로 늘어났다. 충전 방식은 금액 또는 ㎾를 선택할 수 있으며, 충전 단가는 299원/였다. 최종 계기판에 기록된 연비는 현대차가 평균 복합연비로 공지한 4.9㎞/보다 높은 7.1㎞/였다.

시승한 모델은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이며 가격은 5910만원(매트색), 5891만원(기본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