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사진 쿠팡
고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사진 쿠팡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올해 네이버, 쿠팡, 신세계그룹(SSG닷컴·이베이코리아) 등 ‘3강’의 선점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하위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그동안 연평균 20%대로 고성장했지만, 올해는 유통시장 내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기저효과에 따라 ‘저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둔화는 세계적 추세다. 한국보다 경제 재개가 빨랐던 미국에선 지난해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89억달러(약 10조8491억원)로 전년 대비 1억달러(약 1210억원) 줄었다. 바로 이어진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에 하는 온라인 쇼핑 행사) 거래액도 전년 대비 1억달러가 줄어든 107억달러(약 13조3043억원)를 기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매출이 줄어든 것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의 성적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8.45% 증가에 그쳤다. 2009년 행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은 국내 역시 성장률이 둔화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소매 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37%로,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하면 침투율이 47%에 달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4.5% 성장한 211조8600억원,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3.7% 성장한 24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되는 적자⋯점유율 30% 선점 가능할까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7%), 신세계그룹(15%), 쿠팡(13%)순으로, 절대강자가 없다 보니 점유율 선점을 위한 적자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온과 SSG닷컴의 영업적자는 각각 1560억원, 107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0억원씩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 록인(Lock-in·묶어 두기)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후 네 차례의 유상증자로 1조3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쿠팡은 올해도 물류센터 확충에 주력해 로켓배송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쿠팡은 최근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고, 배달 앱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개편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회원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연 매출과 이익이 각각 12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주력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올해는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버팅(pivoting)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오프라인 자산을 축으로 삼아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공개(IPO)도 나선다. 업계가 예상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모회사 이마트와 신세계(2조~3조원)의 합산 시가총액을 뛰어넘는다.

네이버는 제휴를 통해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앞서 CJ대한통운, 신세계그룹과 지분을 교환한 네이버는 이마트, 홈플러스, 백화점 식품관 등을 유치해 플랫폼 록인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장보기 서비스에 힘을 줬다. 또 CJ대한통운 등 풀필먼트 업체와 손잡고 통합 물류 관리 플랫폼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구축한 데 이어,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해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의 배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 사진 컬리
올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 사진 컬리

온라인 장보기 업체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상장을 통해 사세를 확대한다. ‘K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는 최근 2500억원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며 4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3년 상장을 계획 중인 11번가도 아마존과 협력해 선보인 글로벌 스토어의 상품을 강화하고, 모기업 SKT와 함께 선보인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출범 3년 차인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백화점과 마트 역량을 활용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한다. 

정연승(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장은 “국내는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는 데다,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절대강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올해는 빅3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중하위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처럼 쇼핑 외 다른 수익 모델이 있는 곳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플랫폼으로 진화할 메타버스, 마케팅 활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입체 공간에서 소통하고 소비하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동하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지만, 소셜미디어(SNS) 붐을 주도했던 메타(옛 페이스북)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등 빅테크가 뛰어든 만큼 5~10년 후면 완전한 메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0년 4787억달러(약 583조원)에서 2024년 7833억달러(약 9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나이키가 로블록스 안에 나이키 본사를 본뜬 ‘나이키 랜드’를 세웠고, 구찌는 로블록스에서만 멜 수 있는 가방을 현실보다 비싼 4115달러(약 501만원)에 팔았다. BGF리테일, 이마트, 롯데홈쇼핑 등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매장을 내거나 가상 모델을 선보였다. 

일각에선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현재의 마케팅 수준을 넘어 상거래(커머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메타버스’를 쓴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제페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투명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자율주행차를 타고 이동하며 쇼핑을 하는 것도 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라며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