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의 화두는 저출산, 노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책이다. 재테크가 아닌 노(老)테크란 말이 성행할 정도다.

 노후를 보장하는 세 가지 장치, 즉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중 가입이 강제되어 있는 국민연금도 수급자는 많아지고, 가입금액은 점점 줄어 갈수록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업연금의 일종인 퇴직금은 기업의 42%가 중간 정산을 시행하고 있어 노후를 위해 적립하기보다는 대부분 자녀교육이나 생활자금으로 소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개인연금의 경우 더구나 가입비율이 낮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정년퇴직 후 추가적인 근로활동으로 생활을 지탱하는 비율이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39%, 기업과 개인연금은 19% 등 대부분 연금에 의존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0명 중 5명꼴은 정년 후에도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미국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비춰 볼 때, 내달 12월1일부터 시행하는 퇴직연금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노후 생존수단이 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달부터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기존 퇴직금 제도와 병행해 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다음은 각 금융업권별 구별 없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은행, 보험, 증권, 운용사 모두 인가를 받으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셋째는 홍콩과 같이 퇴직연금 사업이 강제 사항이 아니라 선택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칫 현재 자금이 필요한 중산층, 즉 오히려 노후대비책이 더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생활자금으로 소진해 버릴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업과 개인의 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과 연말 소득공제 등의 지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퇴직연금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시행은 개인과 시장,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러 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개인의 경우 만 55세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금 인출을 금지함으로써 노후보장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고, 형식적인 퇴직금 사내유보로 회사 사정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될 우려가 없어졌다.

 다음은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다. 2005년 9월 현재 간접투자상품의 시장 규모는 약 209조원 정도다. 퇴직연금은 2015년도 정도면 적립액이 2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 중 50조원 이상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시장이 현재보다 한 단계 레벨업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이 퇴직연금 수혜자가 늘어나면서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퇴직연금제도는 사회가 부담할 비용을 제도적 장치에 의해 줄이고, 개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