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가 출중한데 살림도 잘한다. 국내 재계에 이런 ‘100점짜리 신붓감’ 같은 기업 매물들이 쌓여 있다. LG카드, 외환은행,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하나같이 돈 버는 능력이 탁월하고, 시장 1, 2위를 다투는 대형 기업들이다. 매각 시한도 특히 2006년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초대형 M&A를 뜻하는 ‘메가머저 광풍’이 연초부터 한국에 몰아닥쳤다는 말이 나온다. 짝짓기에 성공시 해당 업계는 물론 재계의 서열 변화를 몰고 올 게 틀림없다. 이 때문에 재계는 연초부터 대형 M&A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과연 이들 기업을 안고 갈 ‘백마 탄 왕자’는 누가 될까.

 10개사 시가총액만 62조원… 사상 최대 기업쟁탈전 점화



 메가머저(megamerger)

 특정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 사이에 이뤄지는 초대형  합병. 효율성 제고와 시장 지배력 강화가 가장 큰 목적. 1998년 미국 통신업체인 아메리칸온라인(AOL)이 넷스케이프를 합병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합쳐 다임러크라이슬러로 합병한 바 있다.



  “2005년 전 세계 M&A는 2조3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00년 3조3000억달러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

 “2005년은 아시아지역 M&A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다. 12월8일까지 총 4623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2%가 폭증했다.”(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2005년 12월9일자)

 “2006년 M&A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00년에 육박할 것이다. 투자은행이 벌어갈 M&A 수수료 역시 18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블룸버그통신 2005년 12월5일자)

 요즘 기업의 재무통들은 “재계에 M&A 2차대전이 시작됐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 특히 ‘OO그룹이 합세해 현대건설을 먹는다더라’, ‘외환은행은 결국 (새 주인이) OO은행이 되지 않겠냐’ 하는 출처가 불분명한 일명 ‘카더라 통신’도 난무한다. 그만큼 신경이 온통 M&A에 쏠려 있다.

 ‘2차대전’이란 용어는, IMF 직후 쏟아진 부실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한창이었던 때를 1차대전이라고 했던 것에 빗대 현재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 CEO 상당수가 2006년 M&A를 통한 사세 확장을 선언한 상태다. 인터넷언론 <이데일리>가 11월 국내 50대 기업 CEO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M&A를 기업성장 동력수단으로 고려하는가’란 물음에 ‘적극적 고려’가 16%, ‘고려 중’이란 응답이 40%에 달해, 전체 56%가 M&A에 불을 켜고 있음을 나타냈다.

 왜 그럴까. 재계에 불어닥친 이번 M&A 2차대전은 1차대전 때와는 판이하다. 일단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하나같이 메가톤급이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LG카드, 외환은행, 하이닉스,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 등 초대형 매물만 20여건에 달한다. 금융과 건설, 물류, 조선, 전자 등 해당 분야의 국가대표급 기업들이다.



 M&A 50조원 시대 개막

 IMF 직후 쏟아진 ‘잔챙이’급 매물들과는 중량감에서 차이가 크다. 2005년 12월15일 현재 10개사(213쪽 표 참조) 시가총액만 합쳐도 62조원에 달한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율 50%만 따져도 31조원 규모다. 여기에 후보군 난립에 따른 몸값 상승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을 경우엔 올해 초대형 기업 M&A 시장 규모는 최대 50조원 규모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덩치만 큰 게 아니다. 기업 내용도 입맛이 당긴다. LG카드만 해도 2005년 3분기까지 당기순익만 1조1350억원에 달했다. 하나같이 시장 1, 2위를 다투는 알짜 기업들이다.

 매물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인수 후보군들도 달라졌다. 과거 1차대전 때 인수 주역들은 골드만삭스, 칼라일, 뉴브리지 등 외국계 금융, 펀드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산업자본이 주역이 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이 높다. 정부나 채권단들 입에서도 “더 이상 외국에 알토란 같은 회사들을 내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가장 큰 이유다.

 과거에는 이른바 ‘실탄’인 자금이 달려 외국계에 ‘헐값’에 팔려나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시중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달한다. IMF 직후 100조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탄이 넉넉한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벌 그룹들은 손사래를 친다. 불확실한 경기상황엔 몸을 낮추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삼성 측은 “국내 M&A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재용 상무의 변칙증여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삼성공화국’ 논란도 여전하기 때문. LG는 “사업 기회가 있으면 투자를 검토한다”는 원론적 방침을 밝힌다. 그러나 최근 소문이 무성한 하이닉스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이닉스가 LCD사업 등과 사업 연관성이 있는 비메모리 분야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 SK도 2005년 12월 인천정유 인수 후 당분간은 ‘쉬겠다’는 입장이다.

 2005년 4월 GS그룹 출범 때 허창수 회장이 “향후 M&A로 사세를 키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엔 가격이 너무 비싸 발을 빼는 모습이다. 대한통운 인수설이 나돌았던 롯데, CJ도 STX, 금호아시아나 등 라이벌이 나타나자, 불참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토종들 ‘더이상 빼앗길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선 매물 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연막술’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2006년 2~3월 매각이 예정된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사 만도의 새 주인이 현대차가 될 공산이 높은 게 대표적 사례다. 분명한 사실은 매각 주체로 토종 대기업 산업자본들이 자천, 타천으로 유력업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게 공제회와 중견기업들이다. 군인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가 대표적이다. 교직원공제회는 2004년 이랜드컨소시엄에 들어가 뉴코아 인수에 참여하며 M&A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특히 2005년 최대어로 꼽혔던 진로 인수 때 하이트맥주(52.1%)에 이어 7400억원을 투입, 2대 주주(21%)로 떠오른 데 이어, 하반기엔 삼양식품 지분 27.66%(470억원)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는 왕성한 식욕을 보여줬다. 재계에서는 “10조원 자금력을 보유한 교원공제회가 총 4조원의 자금을 투입,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체 자산이 4조80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는 군인공제회도 M&A의 큰손 대접을 받는다. 이미 해태제과 지분 32.9%를 확보, 2006년 초 해태제과 상장시 ‘대박 꿈’에 부풀어 있다. 특히 대우건설과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이번 M&A전쟁에도 참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최근 M&A로 사세를 키운 STX그룹, 최평규 회장이 이끄는 삼영, 세븐마운틴그룹, 대한전선그룹 등이 이번 M&A 2차대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M&A의 목표도 과거와 달라졌다. 2000년 전후 벤처거품 때의 M&A는 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IT기업간 합병이었다면, 최근엔 ‘경쟁자 죽이기’가 주 타깃으로 등장했다.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라이벌 기업을 없애려는 시도다. 이 때문에 특정 산업 내 거대 기업간 합병을 뜻하는 ‘메가머저’ 성격이 짙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LG카드 인수전이나 대주그룹과 두산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외환은행 인수에 국민과 하나의 맞대결 등이 대표적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종 다각화를 위한 ‘덩치 키우기’가 주목적이었다면, 최근엔 기업들이 주력 업종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근육강화제’로서 M&A를 활용하는 중”이라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기업성장의 동력이 과거 ‘투자’에서 최근엔 M&A로 옮겨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2005년을 주름잡았던 경영키워드로 M&A를 꼽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6년판 메가머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건 누가 거대 매물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산업지도가 흔들거리기 때문이다. 재계 서열을 뒤바꿀 태풍의 핵인 셈이다.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두산그룹. 그러나 두산은 M&A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한 대표적 성공기업으로 꼽힌다.

 1995년 당시 두산그룹 최대 고민은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 결국 미국계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를 주치의로 모셨다. 처방은 단순했다. “다 팔고 새 기업이 되라”는 것.

 결국 두산은 1998년 그룹 핵심인 OB맥주까지 파는 아픔을 감수했다. 대신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사들였다. 2004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에 이어 2005년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손에 넣었다.

 10년간의 대변신은 성공작. 2005년 두산은 그룹 매출 84%를 산업재가 차지하는 중공업그룹으로 환골탈태했다. 재계 순위는 1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사상 처음 매출액 11조원을 넘긴 것도 M&A를 통한 신성장 엔진을 확보한 덕분이다.



 로펌·증권사들도 눈독

 초대형 인수합병의 예고에 따라 ‘거간꾼’들도 M&A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 역할을 하는 투자은행들과 법률 자문을 하는 로펌들이 주역이다.

 현재 매각 주간사들은 대부분 JP모건을 비롯,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USB 등 외국계 투자은행이 꿰찼다. 이들은 M&A 금액에 따라 0.4~1% 가량 수수료를 챙겨 왔다. 최근 LG카드 주간사로 선정된 것도 JP모건이었다. 2005년 대우종합기계, 두루넷 매각을 성공시켜 1년간 총 52억3400만달러의 규모 M&A를 성사시킨 산업은행과 삼성증권 등 국내 업체들은 후발주자다.

 M&A업계에선 매각주간사보다 매수 후보자에 대한 M&A 자문을 해주는 수입이 훨씬 짭짤하다고 말한다. 지난 진로 인수 때 하이트맥주 자문 역할을 한 USB와 산업은행, 법무법인 지평 등은 총 매각대금 3조4000억원의 1%에 달하는 300억원가량의 성공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형 M&A 한 건을 성사시키면 1년 농사를 다 지은 셈”이라고 들려준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M&A에 대한 관심이 높다. M&A 관련주로 부각되면 주식 값이 폭등,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한해 동안 이어진 M&A 테마주는 2006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6년에는 2004년 말 도입된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그동안 차곡차곡 ‘실탄’을 끌어모아 본격적인 ‘매물사냥’에 나설 것”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고 저평가된 종목을 고른다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들려준다.

 2006년 한국판 메가머저는 이미 막이 올랐다. 이제 주인을 가리는 ‘뚜껑 개봉’의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케이스 스터디 1 대우건설

 ‘대주’·‘금호+군인공제회’·‘대우자판’

  3파전 유력 분석



 2005년 12월 9일 오후 5시 마감된 대우건설 인수의향서(LOI) 접수창구엔 무려 43개사가 몰렸다. 건설업계 M&A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은 2006년 초대형 M&A 1번 타자로서 치열한 인수전을 예고해 왔다.

 현재까지 명단이 확인된 인수 후보군은 금호아시아나, 두산그룹 , 대주홀딩스(대주그룹), 군인공제회,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 코오롱, 한진, 태영, 대우자판 등 10여개사다. 여기에 벡텔, 골드만삭스, 테마섹 등 외국계 큰손들도 대우건설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초 인수의사를 강하게 표명해 왔던 웅진그룹, SK그룹, GS그룹, 대림건설, 현대산업개발, 싱가포르투자청 등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까닭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시공 능력(도급 순위) 국내 2위의 건설회사다. 2005년 6월 말 현재 수주 잔액이 16조8000억원에 이른다. 9월 말 현재 총자산은 5조5000억원, 자기자본은 2조3000억원이며, 당좌성자산도 3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매출액은 5조1000억원, 순익만 3480억원(추정)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M&A 업계에서는 현재 대우건설 인수전이 혼전 속 2파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을 깨고 나타난 중견기업인 대주홀딩스와 금호연합군이다.



 대우 노조 ‘대주, 두산은 노(No)’

 김영진 김영진M&A연구소장은 “확실하게 인수자금 확보 방안을 표명한 대주와 군인공제회와 손잡겠다는 금호아시아나가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대주 측은 “인수자금 마련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자체 자금 2000억원, 외국계 자본에서 6000억원, 기타법인과 사모투자펀드에서 1조4000억원을 조달, 2조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청사진을 밝혔다. 일반인에 낯선 대주그룹은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최근 경영권 분쟁이 불붙은 세양선박에 세븐마운틴그룹의 백기사로 나서 주목을 끌었던 회사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의 대우건설 인수 시나리오가 ‘공갈포’만은 아닐 것”이라며, “실제 2002~2004년 사이 두림제지, 대한화재, 대한조선, 광주일보 등을 잇따라 인수한 M&A의 다크호스”라고 지목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금호 측은 금호타이어로 인연을 맺고 있는 군인공제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군인공제회 측은 “정식 제안해 오면 검토는 할 수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없다”며, 공식적으론 금호와의 제휴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상태다.

 대주홀딩스 측도 걸림돌이 없지 않다.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2006년 1월 중 인수 부적격 업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진 중견기업의 대기업 인수라는 점, 경영능력 불투명, 짙은 지역성 등 대주 인수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파트 ‘이안’으로 재미를 본 대우자판이 인수전에 가세,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의 새 주인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오해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채권단 대표 격인 자산관리공사의 입장이다. 특히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았어도 컨소시엄 입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인수자는 제 3의 업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대우건설의 최종 낙찰가는 얼마나 될까. 대우건설 인수엔 최소 2조250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주가는 2005년 연초 가격이 6200원에서 12월15일 현재 1만3000원대까지 2배 이상 몸값이 뛰었다. 시가총액만 4조4956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인수에 필요한 ‘50%+1주’로 따지면 2조2478억원이 소요된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2조5000억~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우건설은 2006년 1월 예비입찰 → 3월 말 우선협상 대상자 → 6월 말 매각종결의 시나리오 속에 입찰 후보자간 합종연횡이 ‘진행 중’이다.



케이스 스터디 2 외환은행

하나보단 국민이 유력…

3월쯤 윤곽 드러날 듯



임상연 기자 sylim@chosun.com



 은행권의 마지막 빅뱅(M&A)인 외환은행은 누가 가져가게 될까?

LOI 뚜껑을 열어본 결과, 국내기업 23개사 대 해외기업 20개사의 대결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주 채권단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증권을 통해 총 43곳이 인수의향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재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한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두 곳뿐이다. 우리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보다는 LG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태며, 외국계는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여타 은행들과 달리 국민과 하나금융이 발 빠르게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한 것은 인수합병 시너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총자산 200조원)이 외환은행(70조원)을 인수할 경우, 총자산은 270조원으로 금융권의 절대강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매금융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수익구조) 기업금융과 해외금융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 하나금융(총자산 103조원)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총자산은 173조원으로 늘어 우리금융(146조원)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다. 또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4조5000억 자금 마련이 과제

 은행권에서는 현재로선 하나금융보다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강정원 국민은행 행장이 직접 M&A 테스크포스(TF)팀을 챙길 만큼 인수의지가 강한  데다가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기 때문. 또 합병 시너지도 하나금융보다는 국민은행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가 날지 의문”이라면서 국민은행에 한 표를 던졌다. 더욱이 외환은행노조가 하나금융과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도 하나금융으로서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의 가장 큰 고민은 인수자금 마련이다.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2005년 12월14일 현재 8조9965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론스타의 지분(50.53%)을 인수하는 데만 프리미엄 없이 4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여기에 ‘드레그 얼롱(동일조건에 매각)’ 계약으로 묶여 있는 코메르츠은행(14.61%), 수출입은행(13.87%)의 지분까지 합치면, 7조1000억원 이상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현재 남아 있는 출자한도가 1조6000억원(자기자본 12조원의 15%) 정도이며, 2006년 초 경영평가 등급이 올라가면 3조6000억원까지 자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지주사 전환으로 자기자본 내 100% 출자가 가능해 3조원가량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상태다. 즉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이나 단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따라 두 은행은 국내·외 기관들과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은 주요 주주인 골드만삭스,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는 중이며, 국민은행은 메릴린치와 공동 인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환은행 매각작업은 2006년 1월 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권 소식통에 따르면 론스타는 씨티그룹 등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할 예정이며, 1월 초부터 인수제안요청서(Request For Infomation)를 각 인수 희망자들에게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인수제안요청서가 발주된 후 인수 희망사들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이를 심사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기간까지 1~2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06년 3월쯤에는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가려질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 3 LG카드

 신한·우리‘토종’대결 속

 씨티·메릴린치‘변수’



 2005년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올린 LG카드 향배도 초미의 관심사다. 2004년 3월 6조4000억원 부실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회사가 1년여 만인 2005년엔 순익 1조4000억원대(추정)의 알짜 회사로 변신한 게 LG카드다. 과거 골칫거리였던 연체율도 2003년 34%에서 2005년 6월 이후 한 자릿수 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카드업 특성상 경기회복 속도가 붙으면 2006년에도 대박이 예상된다는 게 인기의 비결이다. 2005년 12월15일 현재 LG카드의 시가총액은 6조553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50%만 따져도 매각 예상가는 3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거금을 투자할 수 있는 LG카드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첫 출발선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앞서 나갔다. 외국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이유다.



 2006년 3월 매각 시점 늦춰져

 이와 관련, 유력 후보자인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최근 ‘토종은행론’을 들고 나오며 선수를 쳤다. 은행명과 CEO 이름이 토종이라고 해서 모두 토종은행은 아니라는 것. 이는 LG카드 인수 라이벌인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지분이 많은 것을 꼬집은 표현. 실제 국내 빅 4 은행 중 국민과 신한, 하나 등 3개 은행은 외국인 지분율이 최소 60%~80%대에 달한다. 황 행장 지적대로라면 예금보험공사(77.97%)가 최대 주주인 우리은행이 유일한 적격자라는 주장인 셈이다.

 신한은행도 LG카드 인수에 ‘올인’ 하는 양상이다. 본격적인 금융권 선두다툼이 이뤄질 2006년 LG카드 인수에 실패할 경우, 현재 빅 2의 자리를 내줘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에서 국민은행이 승리하면 1위와 격차가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나게 되고, 만일 하나은행 승리할 땐 빅 2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한은행 LG카드 인수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카드인 셈이다.

 당초 2파전 형태로 진행되던 LG카드 인수전은 최근 금융권 일각의 주장으로 외국계가 다시 부상하는 혼전양상으로 돌입했다. 12월 7일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카드사나 증권사와 같은 여신전문기관 매각에 외국계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던 것. 특히 그는 LG카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총재를 지냈던 인물이다. 여기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외국계를 배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특히 때를 맞춰 LG카드 후보군으로 지목됐던 씨티그룹, HSBC, 메릴린치, 테마섹 등 외국계 금융권도 직·간접적으로 LG카드 인수에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의 LG카드 매각 주간사 선정 요청에 응하지 않은 메릴린치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11월30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LG카드 매각주간사 선정에 JP모건,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은 참석했지만, 유독 메릴린치만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메릴린치가 LG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메릴린치 투자은행 부문의 공동대표인 다우 킴이 2005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것도 LG카드 인수와 관련된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자금력 동원에선 빠지지 않는다는 씨티그룹과 테마섹 등도 LG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단독인수뿐 아니라 컨소시엄 형태로 ‘토종+외국계’의 합작 인수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로선 신한+HSBC, 토종은행+테마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LG카드 인수는 토종 대 외국계 대결로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0명 중 5명은 우리은행, 5명은 신한은행이 유리하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백중세라는 지적이다.

 치열한 인수전답게 애초 2006년 3월로 예정됐던 LG카드 매각은 빨라야 같은 해 중반으로 늦춰질 것 같다. 2006년 3월은 LG카드의 LG 브랜드 계약 만료시한. 최근 LG그룹에 브랜드 사용기간 연장을 요청한 LG카드만 봐도 그렇다. 2005년 11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LG카드 매각입찰 공고는 12월15일 현재 이뤄지지 않았다. 자산실사,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가격협상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빨라야 2006년 6월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