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2005년 1월 설립된 제주항공은 6개의 국내선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34개 도시 43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해 74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사) 업계 최초 매출 1조원 클럽 가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LCC 대표주자를 넘어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까지 위협하는 3대 항공사 입지를 굳힐 거란 기대감도 크다.


누적 탑승객 4000만명 돌파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매출액 2280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4%, 영업이익은 2448%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제주항공은 2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9.7%, 영업이익은 167.6% 늘어났다.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에 해당돼 적자이거나 낮은 실적을 기록하는 것이 항공 업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겨울과 여름 성수기에 끼어 상대적으로 항공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그동안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서 올 2분기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분기별 이익 격차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부가사업 매출 확대에 집중해 왔다. 실제 지난해 2분기 대부분의 국적 항공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을 때도 제주항공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올해는 이익의 폭을 더 키울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항공 수요가 적은 2분기와 4분기에는 항공권 가격을 낮춰 탑승률을 높이고 이익률이 좋은 부가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반면 성수기인 1분기와 3분기에는 부가매출보다는 여객매출에 집중해 분기별 이익 격차를 최소화했던 것이다.

설립 첫해 40명이었던 제주항공의 임직원 수는 현재 2150명으로 늘었고, 누적 탑승객 수(7월 말 기준)는 4320만 명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국적 LCC 중에서 처음으로 누적 탑승객 4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2월 23일. 2006년 6월 5일 취항 이후 10년 8개월 만이다. 제주항공은 취항 이후 6년 11개월 만인 2012년 5월 누적 탑승객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14년 7월 2000만 명, 2016년 1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항공을 이용한 4000만 명 중에는 국내선 탑승객이 2534만 명으로 63.4%, 국제선 탑승객이 1376만여 명으로 36.6%를 차지했다. 2006년 취항 첫해 25만여 명이던 탑승객은 2016년 국내선 453만여 명, 국제선 412만여 명 등 전체 865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42.5% 성장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476억원의 매출액과 58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06년 취항 첫해 11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10년 만에 6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연간 매출액은 2010년 1575억원,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2015년 6081억원에 이어 지난해 7476억원을 기록해 7년 연속 ‘천억 단위’로 앞자리를 바꾸는 기록행진을 이어왔다. 영업이익 역시 2011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6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항공기 보유 대수를 32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적 LCC 중 처음으로 1000만 명 수송 시대를 열어, 매출 1조원 시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30대가 넘는 항공기를 운영해 관리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제주항공은 200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LCC라는 사업 모델을 시작하며 항공 산업의 새 장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기존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항공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으로 새로운 여행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좌석 선택권 등 부가서비스 매출비율 9%

제주항공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국적 항공사들과 차별화되는 저원가·고수익 사업 모델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여객 매출에만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좌석 선택, 옆 좌석 추가 구매, 수하물 상품(추가 수하물 비용) 등이 그것이다. 2009년 0.06%에 불과했던 전체 매출액 대비 부가사업 매출 비율이 지난해 7.8%까지 높아졌다. 지난 2분기에는 9.1%를 기록했다. 특히 좌석 판매나 추가 수하물 등은 원가가 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회사 전체적인 이익 기여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선보이는 부가서비스가 다른 항공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처음 선보인 해외 현지 여행 안내시설인 ‘자유여행 라운지’, 해외에서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하는 ‘FIT(Free Independent Tour) 라운지’ 등을 다른 LCC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단순한 운송 사업에서 벗어나 호텔·여행사·렌터카 등 다양한 여행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에게 최적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컴퍼니(Network company)’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단일 기종의 항공기 도입으로 부품 조달, 정비 비용을 줄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2개 이상 기종을 보유한 진에어 등 경쟁사와 달리 오로지 한 가지 기종 항공기만 도입한다. 제주항공이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 기종은 모두 186~189석 규모의 미국 보잉사 B737-800NG 모델이다. 다수 기종을 활용할 경우 정비에 필요한 제반 설비나 정비사 등 다양한 자원들이 각 기종에 맞게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단일 기종의 항공기를 운항하면 그 기종에 적합한 설비와 인력만 구성해 비용 절감은 물론 전문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또 항공기 대수가 30대를 육박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큰 폭으로 절감된 조건으로 리스료와 정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덕분에 2012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대비 원가율이 88%였지만 지난해 79%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종사 입장에서도 어떤 노선을 운항하더라도 항공기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대당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이 2012년 11.6시간에서 지난해 13시간대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1분기에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1분기에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 : 제주항공>

정비 인력 늘려 안전성 확보 주력

단일 기종 전략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세계 유수의 LCC에 의해 입증됐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700대 이상의 항공기는 모두가 보잉 737기종이다. 이를 통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인건비,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신규 노선 확보에도 역량을 기울였다. 2014년 LCC 업계 최초로 인천~베트남 하노이 운항을 시작으로 일본·중국·동남아 노선을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9개국, 43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무엇보다 ‘LCC 비행기는 불안하다’는 여행객들의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위해 안전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 2015년 200여 명이던 항공기 정비 인력을 올해 대규모 채용해 356명으로 늘렸다. 항공기 1대당 9.1명이던 정비사가 현재 12.7명으로 늘어났다. 제주항공은 최근 10년간 단 한 건의 인명 사고도 없었다. 시장 진입 초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이제 안정으로 바뀌었고, 제주항공은 선택 가능한 대안에서 시장의 대세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제주항공은 국내선에서 2위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2013년 10%포인트에서 올 1분기 3%포인트 수준까지 좁히며 LCC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0년 40대의 항공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60개 노선에 취항,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Plus Point

급속도로 성장하는 LCC

우리나라 LCC(저비용항공사) 성장 속도가 빠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국적 LCC의 국내선 시장 점유율(2월 기준)은 57.3%에 달한다. 국제선 비율도 제주항공이 처음 운항을 시작한 2008년 0.05%에서 지난해 19.6%까지 늘어났다.

사업 초기 LCC는 규모가 작은 영세한 항공사쯤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원가 절감 노력과 서비스 간소화 등 혁신을 통해 LCC가 항공 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여행객 수는 2005년 3561만1971명에서 2016년 7811만9417명으로 늘어났다.

LCC 급성장은 고용 창출 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항공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항공운송업 관련 사업체 종사자 수는 2005년 1만4891명에서 2012년 2만6828명으로 80% 증가했다.

Plus Point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매출 다변화로 안정적 성장, 소통하며 혁신 주도

장시형 부장대우

2006년 제주항공이 처음 취항할 때만 해도 항공 업계에선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며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라는 거대 국적 항공사가 버티고 있었고, 승객들은 안전 등의 문제로 LCC 이용을 꺼렸다.

실제 제주항공은 2006년 취항 첫해 국내선에서만 25만여 명을 실어 나르는 데 그쳤다. 설립 첫해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누적 손실액만 737억원에 달했다. 애경그룹 내부에선 “괜히 항공업에 뛰어들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런 위기의 제주항공에 새로운 조종사로 투입된 인물이 최규남 사장이다.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공업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부장, 미국계 벤처투자회사인 이스트게이트파트너스 한국법인 대표를 거쳤다. 경력만 보면 전형적인 금융통으로 항공 업계 문외한이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2012년 그에게 과감히 제주항공 조종간을 맡겼다.

최 사장 취임 이후 제주항공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항공기를 대거 도입했고 인력 채용에도 힘썼다.

최 사장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원가 절감, 매출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예약 발권 시스템, 예매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대규모 IT 시스템 투자에 나섰다. 또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무료 간식과 음료를 없앴다. 기내식을 전면 유료화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항공권 가격을 낮춰 실질적인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


매주 임직원에게 편지 보내

최 사장은 현장경영과 차별화를 중요시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임직원과의 소통이 기업 성장의 기본이라고 본다. 그는 매주 ‘CEO’s Letter’를 보내 주요 경영 현안을 공유하고,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을 격려한다. ‘상상비행기’라는 별도의 사내 제안 홈페이지를 마련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직원들이 사이트에 아이디어를 올리면 이에 투표와 의견을 더해 풍성하게 한 뒤 실현 가능한 의견은 경영에 반영한다. 지금까지 773건의 아이디어가 등록됐으며, 그중 29건의 제안이 적용됐거나 적용 검토 중이다.

최 사장은 임직원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승무원, 예약센터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많은 산업 특성상 전문상담사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임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L&R(Love & Respect) 프로젝트를 통해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