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의 차량 렌털 부문 매출은 2017년 상반기 5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사진 : 롯데렌탈>
롯데렌탈의 차량 렌털 부문 매출은 2017년 상반기 5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사진 : 롯데렌탈>

‘신차 장기 렌터카.’ 롯데렌탈이 자동차 사용·구매 트렌드를 반영해 만든 새로운 렌터카 시장이다. 렌터카 사업은 단순히 차량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중고차를 단기간(일간·월간 단위)에 빌려주고 관리하는 서비스는 옛 이야기다. 차량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소비문화를 만들어 소비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차량 렌털 사업이다. 더욱이 소비자 사이에서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롯데렌탈은 이런 자동차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우선, 신차를 살 때 2~3년 장기로 빌리고, 이후 구매할 수 있는 ‘신차 장기 렌터카’ 서비스를 내놨다. 보험료, 자동차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차를 샀을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지속적인 점검·관리도 받을 수 있고, 정해 놓은 기간까지만 차량을 타면 되므로 마음도 편하다. 자동차 ‘소유’가 아닌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차량이 마음에 들면 렌털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구매할 수 있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도 인수했다.


인수·합병(M&A)으로 3개사 결합

롯데렌탈의 전략은 적중했다. 신차 장기 렌터카를 포함한 롯데렌탈의 차량 렌털 부문 매출은 2017년 상반기 5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롯데렌탈의 사업은 차량 렌털, 중고차 판매, 일반 렌털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차량 렌털 사업 비율이 총매출(8838억원, 2017년 상반기 기준)의 63.7%로 가장 높다. 롯데렌탈은 지난해에 매출 1조5356억원, 영업이익 1117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 비해 각각 19%, 18% 증가했다.

롯데렌탈은 차량 렌털 사업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며 성장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그 과정에서 오너가 바뀌기도 했다. 롯데렌탈의 전신은 2004년 설립된 KT그룹 계열사 KT렌탈이다. KT렌탈은 2010년 6월 전국 140개 지점·영업소, 차량 5만여대를 보유한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며 총 6만여대의 차량을 보유한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회사가 됐다. 2014년에는 보유 차량 10만대를 돌파했고,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돼 사명을 ‘롯데렌탈’로 변경했다. 롯데렌탈은 2017년 상반기 기준 약 16만90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고, 전국에 220개 지점·영업소를 두고 있다.

KT·금호·롯데 3개 기업이 결합하면서 각 기업이 지닌 강점도 흡수했다. 1989년부터 차량 렌털 사업을 시작한 금호렌터카의 경영 노하우, KT의 정보통신기술(ICT), 롯데의 유통 인프라 경쟁력이다. 롯데렌탈은 법인 차량 예약과 차량 운행에 대한 모든 프로세스를 PC와 모바일을 통해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차량 관리 시스템(FMS)과 차계부를 개발,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류비 등 차량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운행 관리가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전국에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매장을 소비자 접점으로 활용해 고객 접근성도 높였다. 지난해 말에는 고객이 렌터카를 받을 때 롯데마트몰에서 미리 주문한 상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롯데 스마트 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 실시되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말 고객이 렌터카를 받을 때 롯데마트몰에서 미리 주문한 상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롯데 스마트 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 롯데렌탈>
롯데렌탈은 지난해 말 고객이 렌터카를 받을 때 롯데마트몰에서 미리 주문한 상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롯데 스마트 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 롯데렌탈>

렌터카로 사용한 중고차, 경매로 판매

롯데렌탈은 전기차 장·단기 렌터카와 전기차 카셰어링(그린카) 사업도 적극 펼치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20대와 쉐보레 전기차 ‘볼트’ 17대를 ‘롯데렌탈 제주 오토하우스’에 도입해 렌털 서비스하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카셰어링 서비스로 100대를 사용하고 있다. 그린카의 카셰어링은 100% 무인 서비스로 진행하고 있다. 올 7월에는 KT에 업무용 차량으로 연내 아이오닉 일렉트릭 1000대를 전기차 장기 렌터카로 공급하고, 2022년까지 약 1만대를 전기차 장기 렌터카로 교체하는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는 “자동차 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와 스마트카 영역에서 남보다 앞서 나가야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은 렌터카로 사용한 차량을 판매하는 사업 구조도 구축했다. 롯데렌탈의 중고차 판매 부문 매출은 2017년 상반기 기준 총매출의 26.8%(2370억원)를 차지한다. 3~5년 렌터카로 운영한 차량을 경매에 부쳐 중고차 업체에 판매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롯데렌탈은 2014년 경기도 안성에 자동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을 건설했다. 총부지 4만2371㎡(약 1만3000평) 규모로 한 번에 1500대의 경매가 가능하다. 롯데렌탈은 주 1회(매주 월요일) 경매를 진행하고, 자체적으로 관리·점검한 품질 좋은 중고차를 유통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롯데오토옥션에 출품된 중고차는 총 13만4000대이고, 그중 7만7000여대가 낙찰됐다. 낙찰률은 57.4%다. 낙찰률이 2014년 52.6%에서 2017년 상반기 64.1%로 증가했고, 중고차 입찰에 참여하는 회원 수(중고차 업체)도 201개에서 50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경매에 평균 331개 업체가 참여하고 이 중 70%에 달하는 업체가 중고차를 구매하고 있다.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는 비율도 2014년 37.4%에서 66.9%로 증가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롯데렌탈과) 신뢰 관계를 쌓은 중고차 업체의 경우 경매장에 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렌탈은 일반 개인 고객의 중고차를 매입해 판매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고객이 중고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중고차 판매가격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차에 대한 희망가격과 경매장 매입 제시가격 간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경매 출품을 통해 차량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 출품 경매를 통해 희망하는 가격으로 낙찰되면 낙찰 가격으로, 유찰 시에는 기존에 경매장에서 제시했던 가격으로 차량 판매가격을 보장해준다.

롯데렌탈은 최근 일반 렌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일반 렌털 부문 매출은 총매출의 9.5%(2017년 상반기 기준)에 불과하다. 과거 롯데렌탈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무자동화기기, 통신장비 등의 제품 렌털에 주력하면서 일반 렌털 사업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일반 개인 고객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제품(B2C)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 렌털 플랫폼 ‘묘미’ 운영

롯데렌탈은 8월 21일 생활가전을 비롯해 유아, 레저·스포츠, 패션 등 다양한 소비재 제품을 빌려주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묘미(妙味)’ 서비스를 시작했다. 묘미는 미묘한 재미나 흥취라는 뜻으로, ‘기존에 없는 차별적이고 독특한 경험(妙)과 다양한 즐거움(味)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묘미의 강점은 고객이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제품을 프리미엄 유아용품(유모차, 자동차 시트, 완·교구, 유아 가구, 출산·육아용품), 레저·스포츠용품(해양스포츠, 모빌리티, 여행), 패션용품(셔츠, 남성의류, 여성의류, 유아·아동의류), 생활용품(냉장고, 세탁·건조기, 청소기, 생활가전, 건강가전, 주방) 등으로 다양화했다.

제한된 품목에 머물렀던 기존 렌털 시장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묘미에선 이런 제품을 단기 렌털, 장기 렌털, 새 상품 렌털, 구매, 패키지 구독(용품별로 매월 새로운 아이템을 체험할 수 있는 이용권)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제품별로 짧게는 2일부터 연간 단위로 사용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묘미를 통해 ‘특정 기간만 필요한 물품’을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비싼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한 뒤 사용하지 않고 방치할 일은 없다.

묘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도입했다. 42개 유형의 ‘고객 페르소나(소비 패턴)’를 만들어 취향과 생활습관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고객의 이용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40개의 페르소나를 점점 세분화해 결국에는 1 대 1 상품 추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창희 롯데렌탈 소비재렌탈부문장 상무는 “묘미는 고객에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유통업계에는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각종 산업계엔 새로운 유통 판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
자동차 외 일반 생활 소비재 렌털 서비스 강화

박용선 기자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T의 이동통신사업을 총괄하는 개인고객부문장(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4년부터 KT렌탈(현 롯데렌탈) 대표를 맡았고, 2015년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표 대표는 렌털업과 통신업 간 업(業)의 본질이 동일하다고 여긴다. 두 사업 다 통신 장비와 운송 수단에 서비스, 기술을 얹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B2B에서 B2C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도 똑같다. 그래서 그는 친환경 전기차 시대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 대상이 아닌 일반 고객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제품을 렌트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롯데렌탈이 유아, 레저·스포츠, 패션 등 다양한 소비재 제품을 빌려주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묘미’를 선보인 이유다. 그가 항상 마음에 품는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의 선즉제인(先則制人)과도 일맥상통한다.

표 대표는 고객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강조한다. 롯데렌탈은 2015년부터 고객의 차량 이용 목적에 따라 쉽고 편리하게 자동차 사용·구매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자동차를 빌릴 때, 살 때, 팔 때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눈 ‘나의 자동차 생활 백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롯데렌탈은 단기 렌터카, 월간 렌터카, 기사 포함 렌터카, 신차·중고차 장기 렌터카, 오토리스, 카셰어링, 내차 팔기 서비스 등 자동차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중심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 맞춰 2017년 7월 홈페이지도 모바일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2017년 매출 1조8000억원 달성 계획

표 대표는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가?’ ‘고객은 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가?’와 같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모든 임직원이 공유해야만 조직 문화를 혁신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는 롯데렌탈의 존재 이유인 회사 미션을 모든 임직원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창조하는 회사’로 정했다. 동시에 매월 ‘최고경영자(CEO) 경영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보내 회사의 현재 위치와 미래 목표,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명확히 제시한다.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표 대표는 “리더는 그대로 머물러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은 이유를 알아야 진심으로 움직이고 일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창의적인 리더가 되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계속해서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렌탈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원가 절감, 혁신적인 상품 개발 등을 통해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