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2월 19일 서울 시내에서 타다 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2월 19일 서울 시내에서 타다 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불법 콜택시’

검찰은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이렇게 규정했다. 승객이 타다를 이용하는 방식이 일반 콜택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타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제공된다. 승객이 타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켜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량을 호출하면, 타다 업체는 앱상에서 운전기사를 연결해 준다. 이어 매칭된 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앱에 미리 저장된 승객의 신용카드로 이용 요금이 결제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은 국토교통부가 내준 면허 없이 택시업을 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원이다. 이 법은 손님을 태워 나르며 요금을 받는 택시업(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유료로 차만 빌려주는 렌털업(자동차대여사업)을 구분하고 있다.

렌터카 업체가 경계를 넘어 택시업을 하면 불법이다. 이에 검찰은 “타다의 실질적 영업 형태가 콜택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타다 경영진인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브이씨엔씨) 대표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2월 19일 타다가 본질적으로 택시와 다르다고 판단하며 이 대표와 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 서비스는 분(分) 단위로 이뤄지는 렌터카 계약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객자동차법 시행령에는 예외 규정이 있다. 렌터카 업체가 11~15인승 승합차를 빌려줬을 시 운전자를 알선하는 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타다가 이 시행령에 따라 승객에게 11인승 승합차인 카니발을 대여하고 동시에 렌터카 운전기사를 소개하는 ‘합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해한 타다 서비스 방식은 이렇다. 타다 이용자가 앱으로 호출하면 그 순간 차량 공유 업체 쏘카와 이용 계약이 체결된다. 기사 알선이 포함된 렌터카를 이용한다는 계약이다. 이어 쏘카 자회사인 VCNC란 회사가 앞서 알선한 기사와 이용자 간 운전용역계약을 대신 체결한다. 여기서 알선 기사는 제3의 용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이용계약과 용역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나면, 승합차 렌털료와 운전용역대금, 중개 수수료가 정산된다.

법원은 “(검찰이 콜택시와 같다고 지적한) 목적지 입력은 짧은 시간 내 일회성에 그치는 타다 렌트의 특성상 필요한 것이고,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교육과 근무 평정, 계약 해지 등은 용역 업체들이 실시했다”며 “타다 서비스의 거래 형태는 계약 자유의 원칙상 유효할 뿐만 아니라 그 거래의 객관적 의미는 초단기 승합차 렌트로 확정할 수 있다”고 했다.


타다·차차 서비스 플랫폼 노동자인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이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타다·차차 서비스 플랫폼 노동자인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이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원 “정부도 책임 있다”

법원은 이 대표와 박 대표에게 범행의 고의가 없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일부러 여객자동차법을 어기면서 사업을 벌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타다 서비스 출시 전 로펌을 통해 법률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또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이 이 대표 등과 서비스 출시, 운영, 현황 등에 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타다가 위법이라는 부정적인 논의나 행정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은 오히려 국토부가 타다 측에 △‘렌터카 계약상 운전자를 알선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라면 적법한 계약을 체결한 것’(2018년 12월) △‘대여영업 종료 후 차고지로 회귀하는 중 새로운 대여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나 요금을 사후적, 비정기적으로 정하는 행위 등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2019년 1월) 등의 답변을 내놓은 사실을 지적했다. 정부도 사실상 타다 서비스가 합법이라고 용인한 셈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차량 공유가 자본주의, 공산·사회주의 등 경제 체제를 막론하고 진통을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우버’ 사건 등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졌다”며 “이 대표 등이 혁신적 차량 공유보다 낮은 단계인 타다를 내놓은 게 처벌 조항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월 25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타다 OUT! 검찰 강력 대응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2월 25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타다 OUT! 검찰 강력 대응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산 넘어 산…다음 고비는 ‘타다 금지법’

1심 판단은 타다가 넘어야 할 수많은 고비 중 하나일 뿐이다. 법원 판결 후 1주일 만에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관련 범행에 대한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된다”고 밝히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또 재차 “타다 영업의 실질적 내용이 택시업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일명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11~15인승 승합차에 대해 기사 알선을 허용하는 기존 예외 조항에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 또는 ‘대여 및 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인 경우’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더는 현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법원이 합법이라고 규정한 ‘초단기 승합차 렌트’를 국회가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개정안은 ‘여객자동차 플랫폼 사업’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플랫폼 기반의 모빌리티 업체들이 정부 허가를 받으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 사업은 ‘운송 사업’ ‘가맹 사업’ ‘중개 사업’으로 나뉘고 타다는 이 가운데 운송 사업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플랫폼 운송 사업을 ‘운송 플랫폼과 자동차를 확보해 다른 사람의 수요에 따라 유료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국토부가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제도권에 들이려는 상생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모빌리티 업계는 플랫폼 운송 사업 허가 조건이 택시라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신산업을 죽이는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택시 총량에 따라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게 내줄 면허 대수를 정한다. 또 사업자는 택시기사들의 근로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안정기여금’이란 돈을 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모빌리티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마련한 자리는 최대한 허가를 덜 내주려는 국토부와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업체들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목소리만 높이다 끝났다.

모빌리티 업계 모두가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나 KST모빌리티 등 주로 택시 면허를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는 업체들은 개정안 통과를 바라는 분위기다. 카카오 등 7개 모빌리티 업체는 2월 27일 공동성명서를 내 "기존 제도의 모호함을 제거해 모빌리티 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이동편익을 증진할 법안"이라며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타다 금지법의 통과 여부는 3월 중에 마치는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후 국회는 4·15 총선 국면에 들어선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1대 국회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안은 그대로 폐기된다. 타다 금지법은 지난해 말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다음 관문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과 본회의 표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