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영국 런던의 스포티파이 로고가 새겨진 조명 앞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 남성이 영국 런던의 스포티파이 로고가 새겨진 조명 앞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스포티파이 서비스가 한국에도 곧 선뵐 전망이다. 사진은 아직은 국내에서 서비스 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스포티파이 앱 초기 화면. 사진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서비스가 한국에도 곧 선뵐 전망이다. 사진은 아직은 국내에서 서비스 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스포티파이 앱 초기 화면. 사진 스포티파이

‘음원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글로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에 지사를 열었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 진출설이 돌았던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 진출 이후 재편됐듯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1월 8일 서울 강남구 공유 오피스 ‘위워크’에 스포티파이코리아 주식회사를 열었다. 피터 그란델리우스(41)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 총괄이 대표로 선임됐다. 자본금은 9억원이다. 스포티파이가 법인 등기부 등본에 밝힌 설립 목적은 ‘디지털 콘텐츠 개발·제작·유통·판매업,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인데,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알려졌다.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서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월간 순 이용자(MAU)는 2억7100만 명, 유료 구독자는 1억2400만 명으로 세계 1위다. 전년보다 각각 31%, 29% 증가했다. 한 달에 9.99달러의 이용료만 내면 언제든 사이트에 접속해 다양한 음원을 고음질로 광고 없이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무료 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음원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견뎌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료를 기반으로 한 구독경제 서비스다. 스포티파이는 2월 말 기준 미국, 프랑스 등 79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홍콩, 일본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로 올라선 비결은 개인 취향에 최적화된 음원 추천 기능이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령들로 구성된 일련의 순서화된 절차) 기술 덕이다. ‘메이드 포 유(Made For You)’라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가 평소 듣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해외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취향 저격’이라고 호평한다. 사용자가 안 들어본 종류의 음악 리스트를 매주 제공하는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 서비스도 인기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과거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듣던 것처럼, 스포티파이는 개인화한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했다.

‘실시간 톱 100’ 차트 같은 인기 차트 위주인 국내 음원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국내 소비자는 음원을 주로 검색이나 차트를 이용해 고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음원 소비 방식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46.4%는 ‘그때그때 듣고 싶은 음악 검색한다’고 꼽았다. ‘실시간 차트에서 선택’한다는 이용자가 26.7%로 뒤를 이었다. 반면 플랫폼 업체가 제공한 ‘추천 리스트를 듣는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이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에 필수적인 원재료, 즉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다. 추천 음원의 수준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음원 플랫폼 국내 1위인 멜론(카카오)의 1월 월간 순 이용자는 약 679만 명 수준이다.


‘사재기 논란’ 국내 음원 시장 흔들까

국내 인기 차트 위주의 음원 서비스는 가수의 소속사나 팬클럽의 ‘음원 사재기’ 등으로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공론화한 가수 박경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수 임재현, 바이브를 포함한 6팀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의 음원 차트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지목당한 6팀 소속사는 박경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박경은 3월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장 강자 멜론의 존재다. 영국 음악 전문지 ‘뮤지컬리’는 최근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출시될 때 강력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미 2019년 말 기준 1000만 명 이상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 등에 가입해 있다”고 보도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실사용자 기준 음악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멜론 40.3%, 지니뮤직 24.6%, 플로가 18.5%를 차지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강자의 국내 진출 실패 사례도 있다. 애플뮤직이 2016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아직도 시장 점유율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애플뮤직에는 국내 가수의 음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은 국내 음반 제작사 등과 저작권료 협상에 실패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음원이 거기 있느냐”라며 “스포티파이도 국내 음원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이미 국내에서 저작권 관련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팝(K-pop)에 대한 수요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구독자를 늘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그간 없던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나 유통 채널과 계약하지는 못했지만,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소비한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 시간대별 청취율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무료로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음원이 플랫폼에서 소비된 만큼 저작권료도 번다.


Plus Point

오바마도 단독 계약한 스포티파이의 영토 확장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만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포스터. 사진 IMDB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만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포스터. 사진 IMDB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종합 오디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회사 ‘더 링어’를 인수한 것. 지난해에도 팟캐스트 회사 3곳을 인수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독점 팟캐스트 계약을 한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내 미셸 오바마와 함께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해 지난해 5월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의 첫 작품인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공개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말 현재 70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