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팀 쿡 애플 CEO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예상 이미지. 사진 블룸버그·콘셉트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팀 쿡 애플 CEO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예상 이미지. 사진 블룸버그·콘셉트 크리에이터

애플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를 놓고 온갖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잇따른 외신 보도가 애플카에 대한 관심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AI)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이번 칩 개발을 통해 다른 완성차 업체에 애플의 생태계를 공급·확대하는 것이 애플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로이터가 애플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카 생산 시점을 명시한 것은 로이터 보도가 처음이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타이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준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애플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사실을 시인했다. 애플은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 당국(DMV)으로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공용도로 주행 허가를 받았다. 2018년에는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겼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다시 영입했다. 2019년 초 자율주행차 부문 직원 190명을 해고하면서 타이탄 프로젝트를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했다.

현재로선 애플카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가리기 어렵다. 쿡 CEO가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제외하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애플카를 둘러싼 각종 관측을 협력사, 가격, 출시 시점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애플카 생산은 현대차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 현대차와 캐나다 자동차 부품 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이 애플카 생산을 맡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북미 지역에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는 게 이유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계열사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각각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3위 전장 기업 마그나 역시 미국과 캐나다에 생산라인을 보유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애플이 아이폰 제조를 위탁하듯 자동차 생산도 완성차 업체에 맡길 것이라며, 현대차를 유망 후보로 꼽았다.

현대차는 1월 8일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을 요청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를 비롯해 대량 생산 능력, 전기차 개발 역량 등을 고려해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애플 협력사 후보로 거론된다.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등이다. 애플이 앱마켓의 생태계로 세계 개발자들의 역량을 끌어모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듯, 자동차에서 어떤 생태계 전략을 펼칠지 역시 관심이다.


포인트 2│피아트 아닌 페라리급 가격?

애플카는 대중차가 아닌 고급차를 지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현재 20% 중반 수준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고급차 브랜드마저 영업이익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영국 가전 업체인 다이슨도 2019년 수익성을 이유로 전기차 사업을 접었다. 당시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CEO는 “배터리 개발의 어려움, 막대한 개발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며 “성능, 효율, 가격을 모두 잡기에는 한계가 보였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월 8일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면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우위에 있으며, 배터리 기술도 더 뛰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트보다 페라리에 가까운 가격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급차여야 하고 특히 정교한 라이다(LiDAR·빛을 이용해 거리와 속도 등을 판별하는 센서)가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경우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포인트 3│2024년에 출시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2024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2024년에 애플카가 출시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였던 테슬라가 원활한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기까지 17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IT 매체 맥루머스에 따르면,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郭明錤) 애널리스트는 “애플카의 개발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올해(2020년) 개발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5~2027년에나 나올 것”이라고 봤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데다 애플이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인다는 윈칙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카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빅데이터와 AI”라면서 “우려되는 것은 애플카가 출시될 때면 현재의 자율주행 기업은 5년 이상 빅데이터를 축적할 텐데, 후발주자인 애플이 그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하다”라고도 했다.

1월 7일 블룸버그 역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애플카를 개발하는 소규모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출시까지 적어도 5~7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Plus Point

‘중국의 구글’ 바이두도 전기차 시장 진출

바이두는 1월 1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전기차 생산·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중국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자사가 축적한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카 시대의 혁신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두는 이번 성명에서 합작 법인의 지분 구성비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바이두가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바이두가 신설 회사의 대주주로서 절대적 의결권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두는 여러 브랜드의 완성차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던 데서 직접 전기차를 만드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바이두는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17년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를 공개했고, 지난해부터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아폴로 고’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