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서울대 전자공학부, 전 뱅크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펀드매니저, 아만다 창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신상훈
서울대 전자공학부, 전 뱅크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펀드매니저, 아만다 창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농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 ‘데이터 농업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을 피해 간 농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겠다.”

2월 2일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애그테크(AgTech·농사와 기술을 합친 합성어) 스타트업 그린랩스 신상훈(41) 대표의 회사 소개와 포부다. 그는 그린랩스가 국내 수많은 스마트팜(농장 환경 제어 시스템) 설치·운영 기업과는 다르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농업 정보 포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팜모닝’을 선보이면서다. 이 앱을 통해 농민들은 날씨, 재배법, 상품 시세, 판매 채널 등 농작물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통 및 판매까지 가능하다.

그린랩스는 2017년 5월 창업 당시부터 스마트팜 사업을 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획에 맞춰 비즈니스를 고도화했고, 데이터 농업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는 축산, 어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런 꾸준한 변신으로 올해 1월에는 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내 농업 분야 스타트업 단일 투자 유치액 중 최대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하고 나아가 데이터화한 그린랩스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소셜 소개팅 앱 ‘아만다’ 창업에 이어 두 번째 창업을 한 신 대표가 그리는 농업 데이터 기업 그린랩스의 성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충남 천안의 한 딸기 농장. 그린랩스는 이 농장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농업 정보 포털 앱 ‘팜모닝’을 통해 날씨, 재배법, 판매 채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린랩스
충남 천안의 한 딸기 농장. 그린랩스는 이 농장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농업 정보 포털 앱 ‘팜모닝’을 통해 날씨, 재배법, 판매 채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린랩스

ICT 전문가인데, 왜 농업을 선택했나.
“아만다를 창업, 경영하며 크고 작은 성공을 거뒀다.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고민하다 나의 경쟁력인 ICT를 농업에 접목하면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농업은 AI·센서·빅데이터·스마트폰 앱 등 첨단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분야라, 그린랩스가 농업의 혁신에 앞장설 수 있다는 부분도 작용했다.”

그린랩스의 핵심 사업은.
“팜모닝이다. 사람들이 네이버, 카카오 등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소통한다면, 농민들은 팜모닝에 들어와 날씨, 상품 시세 등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농업 포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날씨 정보다. 단순히 오늘 또는 내일 날씨가 어떻다는 정보 전달 차원이 아니다. 5일 연속 기온이 평년과 비교해 낮았다고 가정하자. 이런 날씨가 농민이 재배하는 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이에 따른 조치법을 지원하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다. 또 현 기후에 어떤 병해충이 발생하고, 어떻게 방제하는지 등의 전문 정보도 제공한다. 전국 실시간 도매 및 소매 가격을 제공해 농민들이 현재 어떤 시장에 판매하면 이익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지 등 판매 데이터도 제공한다.”

팜모닝 내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는데.
“‘농사 지식인’ 서비스로, 굉장히 활발하다. 재배법 등 농민들이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커뮤니티다. 농업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농촌에서 이런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으려면 시간당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팜모닝 농사 지식인을 이용하면 이미 똑같은 문제를 경험했던 농민은 물론 전문 컨설턴트의 답변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린랩스의 방침은 최대한 정보를 오픈하고, 농업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고령의 농업 종사자가 많은데, 팜모닝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이 있나.
“국내 농민의 절반은 65세 이상이고 절반은 그 이하다. 먼저 65세 이하를 타깃으로 했다. 이후 65세 이상에 접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보통 나이가 많고 기존에 했던 재배법 등에 문제가 있어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컨설팅 등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5만 명 농민이 팜모닝을 사용하고 있고 올해 말에는 3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팜 설치도 지원한다.
“스마트팜 설치는 팜모닝 앱 론칭 전 그린랩스의 첫 비즈니스였다. 스마트팜은 현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생산 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 설치한 다양한 센서가 현재 습도와 온도, 강우량, 바람 등의 환경 요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 AI가 적용된 중앙 통제 장치가 자동으로 지붕 문을 열고 닫거나 냉난방 시설을 가동해 작물의 수확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모바일 앱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영세한 농민이 많아 기존 운영하던 비닐하우스에 필요한 센서, 자동 시스템 등을 설치해 업그레이드하는 방법과 생산시설을 완전히 다시 짓는 두 가지 스마트팜 설치 서비스가 있다.”

정보 제공 외에 농산물 판매를 돕는 서비스가 있나.
“지난해 말 팜모닝 농산물 거래소를 열었고 농산물 자체 브랜드(PB) ‘그린릴리’를 론칭했다. 대형마트와 네이버 쇼핑 등에서의 판매도 지원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현재도 농민들이 어떤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야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기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판매 채널을 제공하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축산, 어업 분야에 대한 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업 종사자는 축산, 어업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 과정부터 생산한 상품을 어디에 팔지에 대한 유통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꾸준히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신 대표의 시선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라는 신 대표는 “한국이 아시아 농업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실제로 과일 등 한국 농산물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농산물과 재배법, 그린랩스 시설과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농업, K농산물 등 새로운 한류 트렌드를 만들고자 한다”는 그가 뿌린 씨앗들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