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 1997년 오송상사(전통주 유통회사) 설립, 2007년 농업회사법인 세종 전환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가 증류식 소주 ‘이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 1997년 오송상사(전통주 유통회사) 설립, 2007년 농업회사법인 세종 전환 / 경기호 조은술 세종 대표가 증류식 소주 ‘이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조은술 세종(양조장 이름)의 증류식 소주 ‘이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6년 정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증류식 소주 부문)을 받고서였다. 조은술 세종의 경기호 대표가 3년간의 개발 끝에 2015년 100% 유기농 쌀로 만든 이도를 출시했고, 그로부터 딱 일 년 만에 상을 받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이도를 “알코올 도수 42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하다”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이도가 세상에 나온 2015년은 화요를 비롯해 일품진로 등의 증류식 소주가 고급 소주 시장을 이미 장악한 뒤였다. 경 대표는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유기농 쌀로 잡았다”라고 말했다.

경기호 대표는 농업인이다. 젊은 시절, 농촌 개량 운동인 ‘4H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그는 1997년 전국의 지역 전통주를 납품하는 주류 도매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술 유통 사업장이 있는 청주에 이렇다 할 전통주 양조장이 하나도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2007년 전통주 제조로 전업했다.

곡물 특성을 잘 아는 농민 출신이어서 그럴까. 그의 양조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이 특징이다. 막걸리만 20여 종이고, 약주·소주·리큐르까지 합치면 생산 제품은 40종을 훌쩍 넘는다. 경 대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당이나 주점의 술 소비는 줄었지만, 편의점 같은 소매점 매출은 늘고 있다. ‘홈술’ 시대로 접어든 이제 ‘소비자가 찾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경쟁력 있는 회사”라고 했다.


어떤 술을 만들고 있나.
“막걸리·약주·소주·리큐르 등을 포함해 40~50종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왜 다품종 소량 생산인가.
“양조장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하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술로 승부를 봐야 했다. 다양한 주종뿐 아니라 여러 용량의 술 생산도 가능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개성 있는 술이 주목받는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생산 체제를 일찍부터 갖추게 된 셈이다.”

조은술 세종의 가장 큰 자랑은 당해 연도 유기농 쌀을 비롯해 우리 농산물을 고집하는 데 있다. 2013년에는 전통주 유기가공식품 인증과 국제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했다. 전국에서 유일했다. 이런 친환경 토대에서 만든 술이 2015년 출시한 증류식 소주 이도다. 이도는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증류식 소주 부문 대상을 받았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증류식 소주로는 유일하게 ‘2017 쌀 가공품 톱 10’에도 선정됐다. 세종대왕의 본명에서 따온 술 이름 ‘이도’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


조은술 세종 제품들. 막걸리·약주·소주 등 40종이 넘는다. 사진 조은술 세종
조은술 세종 제품들. 막걸리·약주·소주 등 40종이 넘는다. 사진 조은술 세종

전국 최초로 전통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이유는.
“증류식 소주 이도가 우리나라 유기농 술의 시작이다. 유기농 재료를 고수한 건 원료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2007년 양조장 설립 당시에는 소주가 없었다. 6년 전부터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다. 생각은 7~8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지겠다’라고 생각했다. 3여 년간 연구한 끝에 ‘차별화’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판단했다.”

유기농 쌀 소주는 일반 쌀로 만든 소주와 어떻게 다른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우선 갓 찧은 쌀로 술을 만든다. 술 생산 하루 전에 쌀 도정을 한다. 미리 도정해둔 쌀로 술을 만들지 않는다. 자체 방앗간, 벼를 보관하는 저온 저장고도 갖고 있다. 쌀도 당해 연도 상품만 쓴다. 워낙 신선한 쌀로 술을 빚다 보니 술을 담그면 쌀기름이 술 표면에 동동 뜰 정도다. 생각해보라. 갓 도정한 쌀로 밥을 하면 얼마나 밥맛이 좋은가. 술도 마찬가지다. 밑술용 고두밥을 찌면 기름이 좌르르 흐른다. 발효와 숙성은 20일에서 한 달 정도 한다.”

유기농 술은 이도 소주뿐인가.
“처음에는 유기농 원료로 소주만 만들었지만, 현재는 약주와 막걸리 일부 제품도 유기농 원료로 만든다. 이도 소주 외에 ‘오가닉 라이스 와인(약주)’도 유기농 원료로 만든다. 막걸리로는 ‘장군 막걸리(1800원)’라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원료가 유기농이다.”

막걸리 생산 제품 수가 20개 이상이다.
“막걸리 종류로는 어느 양조장보다 많다. 아마 가장 많을 것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술빚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업인 출신이다 보니 원료를 잘 안다. 술에 쓰이는 곡물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 특징을 살려 술을 발효시키고 싶었다. 또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술, 새로운 술을 즐기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제품 종류를 최대한 늘렸다. 설비를 갖출 때부터 다품종 시스템을 만들었다.”

효자 막걸리 제품은.
“우도 땅콩주가 1위다. 제주도 우도산 땅콩을 넣어 만든 기타 주류다. 색과 향을 넣어 막걸리로 대우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구분 없이 막걸리로 알고 드신다. 두 번째는 알밤주다. 청주산 알밤을 사용한다. 청주 생막걸리가 세 번째쯤 된다.”

작년 매출과 올해 목표는.
“2020년 매출은 30억원 정도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올해는 소비자가 정말 좋아하는 술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식당에 가면 식당 측이 권하는, 혹은 식당에서 취급하는 술을 주로 마시지 않았나. 이제는 달라졌다. ‘마이 홈술 시대’다.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사 와 집에서 마시는 시대다. 대형마트에 얼마나 다양한 술이 있나. 우리 회사가 초기부터 추진해온 ‘다품종 생산’ 시스템이 빛을 발할 때가 됐다고 여긴다. 그래서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0% 정도 높였다.”

지난해 신제품 ‘아이엠 더 문’ 출시 배경은.
“클럽이나 주점 쪽에서 젊은층이 마시는 게 전부 외국 술, 리큐르다. 전통술로도 얼마든지 좋은 리큐르를 만들 수 있는데,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만든 게 ‘아이엠 더 문’이다. 전통주이지만, 젊은 취향으로 맛있게 만들어 보자고 해서 개발했다. 이도 소주를 베이스로 해서 딸기·오렌지·망고·사과 등 맛있는 과일즙을 잔뜩 넣었다. 과일 칵테일 같은 술이다. 클럽에서 잘 나가는 술이 대부분 이런 종류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아이엠 더 문은 클럽에서 인기가 많은 술이다. 소비자가격이 병당 5만~6만원 정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