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 주행모습. 사진 기아
기아가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 주행모습. 사진 기아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판매량이 ‘쏘나타’를 추월할 정도로 큰 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장 트렌드를 예견이라도 한 듯 기아는 기존 준대형 세단 ‘K7’을 완전히 변경해 주행 성능과 디자인, 편의 사양을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K8’을 내놓았다. K8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000여 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4월 12일 실물로 마주한 K8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두리 없이 전면부를 덮은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인상적이었는데,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매끈한 보석 패턴은 내연기관차임에도 미래 차의 이미지를 풍겼다.

전면에 새겨진 기아의 새 로고도 세련된 느낌을 줬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측면과 달리 후면은 쿠페형으로 낮게 떨어지는 선이 날렵하게 마무리되는데, 기존 준대형 세단이 주는 중후한 느낌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인상을 줬다.

K8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내놓고 있는 색상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화이트와 블랙은 기존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딥 포레스트 그린’과 ‘그래비티 블루’의 경우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은 데다 대시보드는 상대적으로 낮아 운전석 시야는 상당히 넓다. 차를 출발시키기 위해 시동을 켜자 조용하면서 묵직한 배기음이 울렸다. 스티어링 휠이 다소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속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가속페달에서 발떼도 속도 유지

주행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속도를 끌어올린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그 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었다. 최고출력이 300마력에 달하는 3.5 가솔린 엔진의 성능 덕분이다. 기존 K7 3.0 가솔린 모델 엔진의 최고 출력은 266마력이었다. K8과 경쟁하게 될 동급 그랜저의 3.3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290마력으로 K8보다 다소 낮다.

순간 가속력도 좋았다. 교통량이 적은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까지 속력을 높이자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탁월했다. 저중심으로 설계된 신규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에 체감 속도도 높지 않았다. 시속 120㎞가 넘자 시트가 허리 부분을 조이면서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거나 높은 방지턱을 지날 때에서도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K8은 전륜 기반의 사륜구동(AWD) 시스템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도로 환경이나 주행 상황에 맞춰 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새로 장착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차가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기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달렸는데, 직선 도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정확하게 차선을 유지했지만, 곡선 구간에서는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티어링 휠에 양손을 올려놓고 있는데도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뜬 것도 여러 번이었다.

K8 전면에는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사진 기아
K8 전면에는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사진 기아

K8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1보다 기능이 향상된 HDA2가 탑재돼 깜빡이를 켜면 차로 변경을 보조해주지만, 말 그대로 보조 수준이었다. 편리성을 높이는 기능이라기보단 현대차그룹이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이 정도는 된다”라는 걸 확인하는 용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부 디자인에는 기아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기아는 이번 K8에 처음으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맨 왼쪽 타코미터(RPM)부터 속도계,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로 이어지는 화면이 구분 없이 길게 배치돼 있어 시원하고 깔끔했다. 인포테인먼트 아래에는 인포테인먼트 주요 기능과 공조 시스템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하이테크 조작계가 있는데, 실내 온도와 공기 청정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K8 내부 인테리어 모습. 사진 기아
K8 내부 인테리어 모습. 사진 기아

하이엔드 ‘메리디안 사운드’ 오디오 탑재

K8에는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메리디안 사운드’가 탑재됐다. 메리디안 고유의 디지털 알고리즘이 주행 환경에 따라 음향을 보정해 풍성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변속기는 제네시스에서 채택한 전자 다이얼식이 적용됐다.

차 길이(전장)는 5015㎜로 기존 K7(4995㎜)은 물론 그랜저(4990㎜)보다 길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축거(휠 베이스) 역시 2895㎜로 그랜저(2885㎜)를 넘어선다. 뒷좌석을 보면 K8은 운전자보다 2열 탑승자를 더 고려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성인 남성에게도 넉넉한 레그룸이 확보됐고 시트는 물론 도어트림에도 고급 나파가죽이 적용됐다. 트렁크 공간도 상당하다.

판매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2.5 가솔린이 3279만~3868만원, 3.5 가솔린이 3618만~4526만원, 3.5 LPI 프레스티지가 3220만~365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