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한 아파트 상가 내부. 사진 최상현 조선비즈 기자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한 아파트 상가 내부. 사진 최상현 조선비즈 기자

“도저히 버티기가 어려워 원래 운영하던 코인 노래방을 폐업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도난으로 인한 손실액이 적고, 있다고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다고 생각하면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한 아파트 상가. 두 달 전까지 야채 가게가 있던 자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섰다. 간판은 아이스크림 가게였지만, 매대에는 아이스크림 외에도 과자, 라면, 음료 등 다양한 식료품이 진열돼 있었다. 직원이 계산대를 지키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상가 등 주거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창업 붐이 일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 550곳을 돌파했다”면서 “CCTV를 통해 원격으로 매장을 모니터링하고, 업주는 하루 30분~1시간 정도만 매장 청소, 상품 입고, 정산 등을 하면 돼 투잡 목적으로 창업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상가 내 동종업종 금지’ 규약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가에 이미 입점해 있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은 매장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면 신규 출점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동종업종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출점이 쉽다.

두 번째는 도난 사고에 따른 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반 편의점에서 매일 16시간씩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고용하면 주휴수당까지 합쳐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임금이 지출된다. 하루에 16만원, 한 달이면 480만원이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아무리 많이 훔쳐 간다고 해도 아르바이트 인건비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오프라인 소매업은 점차 무인 매장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풍토상 도난 사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무인화를 부추기는 유인”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특히 아이스크림은 보존 기간이 길어 무인 매장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앞으로는 소매점뿐 아니라 식당·카페 등에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무인 창업 대세였던 코인 노래방과 독서실 등이 코로나19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도 있다. 특히 코인 노래방은 지난해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해 고사한 업체가 많고, 지금도 까다로운 방역 지침 때문에 손님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방역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다른 무인 창업으로 전환하는 업주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섣불리 무인 창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인건비 외에도 임대료나 판매관리비, 가맹비 등 다양한 부대비용이 들어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특히 무인 소매점은 상권 분석을 할 때 인근 매장뿐 아니라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몰도 경쟁 상대가 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