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지난 2018년 출시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Z2’. 사진 블룸버그
소니가 지난 2018년 출시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Z2’. 사진 블룸버그

오는 7월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는 LG전자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온 ‘스마트폰 열등생’ 소니가 반전 성적표를 내놨다. 최근 회계연도 2020년(2020년 4월~2021년 3월) 실적 발표를 한 소니가 모바일 사업부에서 277억엔(약 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힌 것이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이다.

스마트폰을 많이 판 것은 아니었다. 이 기간 소니가 출하한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290만 대로 전년(320만 대)보다 약간 줄었다. 대신 소니는 스마트폰 생산·판매 전략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또 판매량 감소가 이익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균 판매 가격(ASP)을 올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소니 스마트폰이 부활했다’라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당분간 사업 철수 압박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을 낸 기간이 전 산업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도 나온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바일 사업이 2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 규모는 약 2800억원, 누적 5조원을 웃돌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7월 31일 자로 생산·판매 종료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생존 실마리를 찾지 못해 사업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LG전자와 소니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2440만 대(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를 판 LG전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소니다. 적게 팔더라도 ‘돈 벌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한 것’이 두 회사의 차이를 만든 주요 이유로 꼽힌다.

LG전자는 국내에서는 플래그십(고가)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정작 판매량의 80%를 책임져 온 북미·중남미 시장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알카텔, 모토롤라, 삼성전자 A시리즈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LG전자 스마트폰의 가격대별 판매 비중을 보면, 500달러(약 55만원) 이상 모델 판매 비중은 5%에 그쳤고, 150~500달러가 37%, 150달러(약 16만원) 이하가 5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가 비중 축소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를 제고하기 위해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중을 늘린 것이 중저가 비중 증가라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소니는 본국인 일본을 주력 시장으로 유럽 일부 지역 등에서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위주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샤프가 일본 내수시장에서만 스마트폰을 판매하고도 흑자를 내는 전략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지 맞춤에 들어가야 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는 73만2000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점유율 6.4%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플(52.6%), 샤프(12.4%), 교세라(7.0%), 삼성전자(6.8%)에 이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위기를 다소 실험적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돌파하려 했던 LG전자와 달리 소니가 ‘엑스페리아’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나간 것도 마니아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소니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 카메라, 세련된 디자인 등이 집약된 플래그십폰이라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한 소니. 사진 연합뉴스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한 소니.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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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콘텐츠와 시너지 낼 모바일 중요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소니가 흑자 전환을 통해 ‘급한 불’을 끈 만큼 모바일 사업부를 어떻게든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독자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이지만, 현재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전자는 ‘가전’, ‘전장’을 사업의 핵심축으로 가져가면서 자체 아이덴티티가 떨어지는 모바일 사업부 유지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소니의 경우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니가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카메라(이미지센서) 등을 구현‧연결해줄 핵심 기기가 모바일인 만큼 큰 그림에서 모바일 사업부는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소니의 모바일 기기가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핵심 기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내면서 사업을 유지해나가는 ‘버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plus point

비주류 소니 스마트폰, 이것만은 세계 최초

스마트폰을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는 엑스페리아 프로. 사진 소니
스마트폰을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는 엑스페리아 프로. 사진 소니

‘카메라 명가’ 소니가 올 초 ‘엑스페리아 프로’라는 전문가용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도 아닌데 가격대가 2500달러(약 280만원) 선으로 책정되는 등 고가이기 때문이다. 엑스페리아 프로는 카메라의 외장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세계 최초로 탑재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카메라로 촬영 중인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할 수도 있어 전문 사진작가나 유튜버들을 공략한 것이었다.

현재는 연간 수백만 대 수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는 비주류로 전락한 소니지만, 세계 최초로 기술을 적용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소니가 2013년 선보인 ‘엑스페리아Z’는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IP57 등급의 방진·방수 기능을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5’는 미세한 연마성 먼지 입자의 침투에 견디는 방진 등급을, ‘7’은 수중 1m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는 높은 방수 등급을 뜻한다. 습도가 높은 일본 기후 특성상 전자제품에서 방수 기능에 대한 니즈가 높았던 것이 선제적 기술 도입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최근 대중적으로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4K(3840x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은 것도 소니였다. 소니가 2015년 선보인 ‘엑스페리아Z5 프리미엄’이 주인공이다. 다만 4K 영상을 감상하는 등 필요시에만 4K 해상도를 제공하는 가변형이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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