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질환자는 클라우드닥터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통해 의사의 일대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즈윈젠캉
만성 질환자는 클라우드닥터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통해 의사의 일대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즈윈젠캉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2019년 12월부터 확산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의료 인프라의 허점을 들춰냈다. 중국의 3만여 개 병원 중 최상급인 3급 병원 수가 8%이지만, 이들이 전체 외래 진료와 입원 환자의 절반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만성질환자는 꾸준한 관리를 받지 못한다.

환자들의 요구를 물리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14년 12월에 설립된 항주강성건강관리자순유한공사(杭州康晟健康管理咨询有限公司)의 ‘장상탕이(掌上糖醫·손바닥 위의 당뇨병 의사)’는 당뇨병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상탕이는 현재 ‘클라우드닥터(ClouDr.·智云健康)’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에게 만성 질환 관리와 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의 초진 데이터를 활용해 원격진료 및 전자 처방전 발행이 가능하게 하며, 회사의 플랫폼 또는 인근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app)이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10배 증가

2019년 기준 클라우드닥터는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 해 동안 10억위안(약 1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매출과 관련된 공개 정보가 없으나, 최고경영자(CEO)인 쾅밍(匡明)은 필자와 면담하면서 클라우드닥터의 월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1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닥터는 매일 처방전 약 20만~30만 장을 처리하고, 지난 3년간 매년 약 300%의 성장세를 보였다.

쾅밍은 중국 상하이교통대에서 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인텔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솔루션 개발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존슨앤드존슨(J&J) 아시아 총괄을 담당하며 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구상했다. 의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매우 풍부한 쾅밍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해외로 진출한 중국인 인재를 귀국시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PRC 내셔널 1000 탤런트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며.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리강(李剛)은 알리바바그룹 핵심 기술 개발자 출신으로, 의료 업계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클라우드닥터는 누적 29억5000만위안(약 53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20년 11월 기준 기업 가치가 약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평가되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다.


원격진료와 약품 처방까지

만성 질환자를 위한 다기능 건강관리 앱 클라우드닥터의 대표 기능 중 하나는 원격진료다.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소화기내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분과의 의사와 앱상에서 일대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선호하는 의사를 선택하고 진료비를 내면 진료가 시작되고, 의사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범람할 때 원격진료의 장점은 두드러진다. 2020년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클라우드닥터의 온라인 문진은 2019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됐음에도 클라우드닥터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사용자들이 원격 비대면 진료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앱스토어를 통해 의약품과 의료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클라우드닥터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다. 특정 약품을 선택하면 약품의 규격과 성분, 효능, 부작용 등의 정보가 나타난다. 약품의 수량을 정하고 구매하기를 누르면 배송지와 구매 금액을 확인하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약품 판매 라이선스(인허가)를 보유한 클라우드닥터는 자체 약국을 직접 운영하고 동시에 현지 약국들과 제휴를 맺어 소비자에게 약품을 제공한다.


병원·의사·환자·약국 아우르는 SaaS

클라우드닥터는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6년부터 클라우드닥터는 ‘즈윈이후이(智云醫滙)’ SaaS(사스·구독형소프트웨어)를 통해 중국 내 2000여 개 병원에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서비스의 도시 침투율은 88%에 달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는 매일 시간에 맞춰 네 번 정도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 거의 매시간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데, 전통적인 의료 시스템이라면 혈당 측정과 상태 기록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닥터의 SaaS는 환자의 데이터와 진료 기록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병원과 의사와 공유하고, 의사는 기존 방식보다 편리하게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병원 밖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약국을 위한 SaaS 플랫폼인 ‘즈윈원전(智云問診)’은 환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라우드닥터는 11만 개의 약국과 제휴해 즈윈원전 Sa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스템은 적절한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와 약사를 빠르게 매칭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매칭이 성사되면 약사는 클라우드에서 환자의 처방전을 조회해 약을 처방하고, QR코드 스캔을 통해 약품의 용법 등 정보를 추가한다. 환자가 다수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 있는지 검토해 만일에 있을 의료 사고를 예방한다.

클라우드닥터는 자체 약국을 보유하고 있고, 2020년 9월 클라우드닥터와 톈진 제2병원이 협력해 만든 인터넷 병원도 정식으로 허가 면허를 받았다. 병원과 약국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클라우드닥터는 환자 진료와 약품 처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제휴 병원과 약국에 당뇨 측정기, 혈당 시험지 등 을 납품하는 것도 수입원 중 하나다.

클라우드닥터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클라우드닥터 측은 합법적으로 수집한, 또 사용자가 업체에 제공하는 데 동의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의사와 병원, 약사, 약국, 제약 회사, 보험 회사,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에게 모두 이득이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plus point

중국 인터넷 만성 질환 관리 시장 2024년 39조원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만성 질환을 관리해주는 산업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터넷만성질환관리산업블루북(藍皮書)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인터넷 만성 질환 관리 산업 시장 규모는 694억위안(약 12조4920억원)에 달했다. 이 숫자는 매년 25.7% 증가해 2024년에 2177억위안(약 39조186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의료시설·의료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있다. 의료 서비스 비대칭으로 같은 질병이어도 다른 서비스를 받는 현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은 전 세계인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원격의료가 제도적으로 힘든 한국에서도 서둘러 규제 개혁이 이뤄질 것을 기대해본다.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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