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 변호사 서울대 경영학과 사법시험 45회 사법연수원 35기 / 정기종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가 7월 6일 한국GM 사무직의 통상임금 소송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정기종 변호사 서울대 경영학과 사법시험 45회 사법연수원 35기 / 정기종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가 7월 6일 한국GM 사무직의 통상임금 소송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한국GM 사무직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이 14년 만에 원고 일부 승소로 최근 마무리됐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사측을, 중형 로펌인 법무법인 정세가 근로자 측을 각각 대리했다. 정세는 2011년 2심부터 소송을 대리했는데, 김앤장과 ‘10년 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GM 사무직 근로자 1400여 명이 2007년 업적연봉과 가족수당 중 본인분, 각종 수당 등이 통상임금인데도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 퇴직금을 산정할 때 이를 반영하지 않아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은 사측을 대리한 김앤장이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끌어내면서 승리했다. 그러나 정세가 사건을 맡은 2심부터 대법원, 파기환송심, 재상고심(2021년 6월)까지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유지됐다. 14년간에 걸친 대장정의 결론이었다.


김앤장 “업적연봉 통상임금 포함은 신의칙 위배”…법원은 배척

쟁점은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사측은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위험’을 초래해 신의성실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려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에 속해야 하는데, 근무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업적연봉은 고정적인 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은 “업적연봉도 기본급처럼 전년도 인사 평가에 따라 결정되고, 매달 지급되는 걸 보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앤장은 “업적연봉은 근무 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달라지며, 휴직한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통상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앤장 주장대로라면 기본급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신의칙에 위배된다’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앤장은 “회사는 노동조합과 합의해 일정 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임금 인상률을 정했고, 이를 사무직 근로자에게도 적용했다. 지금 와서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청구는 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 조건을 정한 계약은 무효”라며 “강행법규에 반하는 행위로 인해 형성된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했다.


정세 “업적연봉은 노사 합의한 적 없는 항목…신의칙 적용 안 돼”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사실상 굳어진 것은 2심 선고 후 6개월이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통상임금에 관한 판단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당시 대법원 전합은 “일정한 대상 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기상여금에 대해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무효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해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한다면, 이는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전합 판결문을 두고 정세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부분에, 김앤장은 “노사 합의 후 무효 주장은 신의칙 위배”라는 점에 각각 방점을 두고 법적 공방을 펼쳤다. 특히 정세는 업적연봉의 경우 사무직 근로자들이 사측과 협상한 적이 없는 임금 항목이므로 신의칙 적용 자체가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세의 정기종(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업적연봉은 노사 협상을 해본 적이 없는 임금 항목이다”며 “업적연봉은 정기상여금과 달리 노사 협상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가 없는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이를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 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사무직 근로자가 생산직 근로자와는 다르게 임금 협상을 해왔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사측은 금속노조 등 생산직 근로자가 구성한 노동조합과 임금 협상을 해왔는데, 이들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사무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도 없었고 이들은 생산직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해 이 협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는 사무직 근로자가 도장은 찍지 않았지만, 노사 협상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주장했고, 우리는 임금 인상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고했고 협상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고 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는 노사 협상이 있었는지, 업적연봉이 정기상여금과 같은 것 아니냐, 신의칙 적용 관련이 중점이 됐다”며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업적연봉이 정기상여금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하지만, 결정 방식에 대해 생산직의 정기상여금과 전혀 다른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GM은 통상임금 관련 대비책으로 충당금을 수천억원 가까이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고 봐야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 전합 판결 정확히 이해하자는 취지서 출발”

통상임금 소송은 그동안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결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는 통상임금에 대한 법적 정의가 다소 모호한 상황에서, 회사 경영상 중대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신의칙 위배 측면이 주로 고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합은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면서 근로자 측이 최종 승소할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전합 판결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시급이 40% 오른다는 등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강조되는데, 대법원 판결을 보면 업적연봉은 정기상여금과 달리 노사 협상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신의칙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합 판결 당시 신의칙은 한정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확대해선 안 된다고 했다”며 “가령 기업이 경영상 위기에 빠지거나, 적자로 인한 어려운 사정만으로 임금 청구를 막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