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중순 한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올린 사내변호사 채용 공고다. 경력 3~5년 차 변호사를 월 급여 250만~300만원 수준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급여를 경력 3~5년 차 변호사에게 주겠다는 내용이라 변호사업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바리스타가 될 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변호사 몸값 낮추기는 이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만의 일이 아니다. 사내변호사의 급여를 대졸 신입사원 수준으로 낮추는 건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사내변호사 채용에는 1명을 뽑는데도 수십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한 대형은행 인사담당자는 “법무팀을 이끌 전관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법무팀의 실무를 담당할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들은 늘 줄을 서 있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라고 했다.

이게 모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변호사 숫자가 3만 명에 가까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법무부 통계로는 지난 3월 말 기준, 등록 변호사만 2만9724명에 달한다.


변호사 상담료 10분에 3000원?…“공짜로도 받는다”

지난 4월 초 전문가를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유료 사이트인 ‘네이버 엑스퍼트(eXpert)’ 법률 코너에 ‘10분에 3000원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상담해주겠다’는 변호사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온라인 채팅 상담이라고 해도 충격적인 가격이라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1시간에 10만~15만원은 든다.

‘10분에 3000원’짜리 상담이 과연 이례적인 일이었을까. 기자가 직접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변호사 상담을 받아봤다. 10분 상담에 5만원이라는 한 변호사의 민사사건 상담을 클릭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가능한지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자 변호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0분 상담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8분 동안 상담이 진행됐다. 5만원짜리 상품이었지만 90% 할인이 적용돼 실제로 지불한 돈은 5000원이었다. 다른 변호사 상담도 비슷했다. 10분 상담에 9900원이라는 변호사 상담을 클릭했다. 헬스 PT 계약을 환불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변호사가 직접 약관규제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줬다. 이것도 네이버가 제공한 2만원 할인쿠폰을 적용했더니 실제로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변호사 상담을 평생 살면서 몇 번이나 받겠느냐”며 “할인을 적용하거나 쿠폰을 주는 식으로 사실상 저가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원우협의회는 4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 이종현 기자
로스쿨원우협의회는 4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 이종현 기자

한 달에 한 건 수임도 힘들다

‘10분에 3000원’이라는 초저가 상담료에도 변호사들이 네이버 엑스퍼트에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호사가 됐는데도 먹고살기 힘들어서다. 겉보기에는 변호사 소득은 여전히 높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변호사 종합소득 평균 신고 금액은 1억1580만원이다. 의사의 절반 수준이지만 회계사나 변리사보다는 높다.

하지만 변호사 소득 통계에는 허점이 많다. 변호사만큼 양극화가 심각한 전문직 시장도 없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변호사와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는 1년에 수억원은 어렵지 않게 번다. 반면 로스쿨 출신의 서초동 개업 변호사들은 앞에서 언급한 변호사들과 같은 직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2019년 기준 1.26건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월평균 3건은 됐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한 달에 사건 한 건 수임하기도 어려워진 게 현실이 됐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서초동의 개업 변호사들에게 국한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복대리인(대신 법정에 출석하는 변호사) 자리는 구인 글이 올라오면 몇 초 만에 마감되는 게 일상이다. 복대리인은 회당 10만~15만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가만히 앉아 있다 오면 되기 때문에 설명만 들어서는 변호사의 어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지방 법원에 복대리인으로 가려면 하루를 다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출장 복대리인도 보통 몇십 분이면 마감된다. 하루 일당 10만~15만원에 만족하는 변호사가 많다는 것이다.

범죄에 손을 대는 변호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가 ‘사기 금액의 1%’를 받는 조건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일도 있었다. 최근 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열에 일고여덟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걸려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만큼 변호사들이 각종 범죄에 많이 연루돼 있다는 뜻이다.


plus point

미국이냐 일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41명 vs 3명.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숫자다. 양극단에 서 있는 두 나라는 모두 우리가 선진국으로 부르는 곳이다. 41명은 미국, 3명은 일본이다. 한국의 1만 명당 변호사 수는 5명으로 일본에 가깝다.

변호사 단체는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는 오히려 변호사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정부의 비교 대상은 영미권 국가들이다. 1만 명당 변호사 수를 보면 미국이 41.28명이고 영국은 32.32명, 독일은 20.11명, 프랑스는 10.38명이다. 법무부는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매년 최소 1500명 이상의 변호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로스쿨 입학 정원 대비 합격자 수를 75%로 유지하면 한국의 1만 명당 변호사 수는 2049년에 11.06명으로 늘어난다.

한국법학교수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을 자격시험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보다 많은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상황에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변호사 숫자가 많다고 반박한다. 법무사나 행정사, 노무사처럼 변호사와 유사한 일을 하는 유사 직역까지 합치면 이미 국내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영미권은 변호사가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의 일을 함께하므로 숫자가 많아도 되지만, 한국은 변호사의 역할을 제한해놨기 때문에 영미권 국가처럼 숫자를 늘리면 시장이 붕괴한다는 주장이다.

김신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법무사는 파산사건 신청을 할 수 있게 됐고, 노무사들은 노무사건 행정심판에 대한 대리권을 달라고 하는 등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은 굉장히 사소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변호사가 하는 등 변호사의 영역이 매우 넓고 소위 말하는 유사 직역인 법무사가 없다. 유사 직역만 없어진다면 매년 변호사를 1700명씩 뽑아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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