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역전회관 대표 역전회관 대표(2008년~), 2019년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 이수(한국가양주연구소) / 역전회관 양조장의 3인방. 왼쪽부터 류담 이사, 김도영 대표, 신유정 이사. 세 사람 모두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을 거쳤다. 사진 박순욱 기자
김도영 역전회관 대표 역전회관 대표(2008년~), 2019년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 이수(한국가양주연구소) / 역전회관 양조장의 3인방. 왼쪽부터 류담 이사, 김도영 대표, 신유정 이사. 세 사람 모두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을 거쳤다. 사진 박순욱 기자

바싹불고기로 유명한 서울 마포의 한식당 ‘역전회관’이 개발한 막걸리, 역전주가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 대상(막걸리 부문)을 차지했다. 이 술을 맛본 전통주 전문가들은 “은근한 단맛과 신맛, 쓴맛, 감칠맛이 두루 느껴져 바싹불고기에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

역전주는 쌀, 누룩, 물만으로 만든 귀한 막걸리다. 단맛을 더하려고 넣는 감미료는 일절 넣지 않았다. 알코올 도수는 9도다. 3개월 이상의 장기 저온 숙성을 거친 다음에야 손님 테이블에 내놓을 정도로 정성과 시간을 들여 빚는다. 김도영 역전회관 대표는 “석 달 이상 장기 저온 숙성을 거쳐야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도 훨씬 깊어진다”고 말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누룩 향이 전체적으로 베이스로 느껴지지만 나쁘지 않고 곡물의 향이 뒤쪽으로 갈수록 강해진다”고 평했다.

역전회관은 93년 역사를 가진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다. 요즘도 점심, 저녁 구분 없이 손님들로 붐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비껴갈 정도로 잘나가는 역전회관은 그런데, 왜 막걸리를 만들었을까? 김도영 대표, 딸 신유정 이사, 사위 류담(개그맨) 이사(역전회관 식당 직급)를 역전회관에서 같이 만났다.


역전회관 양조장의 역전한주(왼쪽·15도)와 역전주(9도). 이 술들은 역전회관의 간판 메뉴인 바싹불고기, 낚지볶음과 잘 어울린다. 사진 역전회관
역전회관 양조장의 역전한주(왼쪽·15도)와 역전주(9도). 이 술들은 역전회관의 간판 메뉴인 바싹불고기, 낚지볶음과 잘 어울린다. 사진 역전회관

막걸리를 개발한 계기는.

김도영 “90년 이상 한식을 내놓으면서 손님들이 같이 드시는 술은 신경을 안 썼다. 맥주와 소주만 취급했다. 그러다 같이 일하고 있는 딸(신유정 이사)이 ‘우리 음식에 어울리는 전통주를 찾아서 식당에서 같이 팔아보자’고 하더라. 옳거니 생각이 들어서 전통주를 배우는 교육기관을 둘이 같이 다니다 전통주에 정말 눈이 번쩍 뜨였다. 전통주를 하나둘씩 취급하다가 직접 양조까지 하게 됐다.”

역전회관의 술은 세 종류다. 알코올 도수 9도의 역전주, 자색고구마(부재료) 역전주, 그리고 알코올 도수 15도의 역전한주다. 역전한주는 약주 비슷한 막걸리다. 막걸리를 다 만들고 나서 탁한 부분을 모두 가라앉히고 맑은 술만 떠내고 술지게미를 약간 섞은 술이다. 이 술들은 김도영 대표와 딸 신유정 이사의 공동 작품이다. 그러다 딸과 결혼한 개그맨 출신의 류담 이사까지 전통주를 배웠다. 요즘에는 딸 부부가 신제품 개발을 비롯해 양조장 일을 도맡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한국가양주연구소)을 이수했다.


역전주는 어떤 술인가.

김도영 “무감미료 술이다. 쌀과 찹쌀로만 만들었다. 그리 달지 않고 산미도 약간 있는 편이라 바싹불고기에 잘 어울린다. 하지만 수제 막걸리이다 보니 맛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지는 않다. 어떤 때는 산미가 안 느껴지기도 한다. 15도인 역전한주는 막걸리 원주(물 타지 않은)에 가까워서 우리 식당 음식과 다 잘 어울린다.”


숙성을 오래 한다고 들었다.

김도영 “역전주는 밑술과 덧술을 한 번 하는 이양주다. 발효와 숙성 기간을 포함해 넉 달 이상 걸린다. 숙성만 3개월 이상을 한다. ‘시간은 곧 돈’이란 걸 알지만 오래 묵힐수록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도 더 깊어진다. 돈 욕심보다는 제대로 된 술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더 앞선다.”


역전한주는 약주 같은 술인가.

김도영 “약주 면허가 없기 때문에 약주를 공식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역전한주는 약주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물 타지 않은 막걸리 맑은 부분을 90% 이상으로 하고 10%도 채 안 되는 술지게미를 바닥에 살짝 깔았다. 주세법상으로는 막걸리다.”


어떤 계기로 역전한주를 만들었나.

김도영 “술을 좋아하시는 손님들이 ‘막걸리보다 맑으면서 도수가 높은 술은 없느냐’라고들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개발한 술이 역전한주다.”


미량의 지게미는 어느 정도인가.

김도영 “9도 막걸리 역전주는 물을 타서 제성하면 되기 때문에 만들기가 한결 쉽다. 그런데 역전한주는 좀 번거롭다. 우선, 막걸리 탁한 부분이 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맑은 부분만 떠내서 숙성시킨 다음에 지게미를 약간 넣는다. 지게미 함량을 달리해서 여러 번 해봤는데 10% 정도 넣은 게 가장 무난했다.”

류담 “지게미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게 넣으려고 했다. 왜냐면 ‘맑은 술’을 찾는 손님들이 이 술을 드시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약주처럼 보인다. 그래서 술을 흔들지 않고 맑은 부분을 먼저 드시고 나서 맨 나중에 술이 조금 남았을 때 흔들어 지게미까지 섞어 드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막걸리만 만들고 있다. 이후 계획은.

김도영 “딸 부부가 호기심이 많다. 자색고구마 역전주처럼 여러 부재료를 넣어서 해보고 싶은 술이 많다. 지금도 소량씩 담아 맛을 보고 있는데, 정말 괜찮다 싶으면 정식 허가를 받을 작정이다. 이런 식의 신제품 개발은 계속하고 있다.”

류담 “젊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술을 만들려고 한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이들에게 전통주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들이 좋아할 스타일의 술을 빚고 싶다.”


그럼 가격을 낮출 생각인가.

류담 “가격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위스키만 해도 십몇만원 하는 술들이 많은데 별로 돈 안 아까워하면서 마시지 않느냐. 전통주 역시 그 가치에 맞는 가격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드는 술만 해도 양조장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술이란 걸 손님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막걸리는 건강한(몸에 좋은) 술이다. 위스키나 희석식 소주에 비해 유산균이 많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피부 미용에도 좋다. 해창 막걸리 중 10만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막걸리가 있는데 마셔보면 맛도 좋지만 건강에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프리미엄 막걸리도 만들 생각이다. 거의 물 타지 않은 원주에 가까우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막걸리를 내놓을 작정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전통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


가장 대중적인 6도 막걸리를 내놓을 생각은 없나.

김도영 “알코올 도수를 더 높이면 높였지, 낮출 의향은 없다. 9도 막걸리를 고수할 생각이다. 무감미료 막걸리를 6도로 만들면 싱거울 수밖에 없다. 감미료 없이 제대로 된 술을 만들려면 알코올 도수가 꽤 높아야 한다. 원주에 물을 덜 타야 한다. 물을 많이 타면 가격을 내릴 수 있겠지만, 제대로 맛을 낸 술이 아니라면 판매할 생각이 없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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